'방한했다'는 '코비박' 백신 개발책임자, 22일 크렘린 대책회의 참석
'방한했다'는 '코비박' 백신 개발책임자, 22일 크렘린 대책회의 참석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3.2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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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세번째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코비박'를 개발한 러시아 '추마코프 센터'의 전문 인력이 국내업체와의 위탁생산(CMO) 협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이다. '추마코프 센터' 측과 독점적 양해각서(MOU)를 맺은 모스크바 파트너스 코퍼레이션(MPC, Moscow Partners Corporation)의 주도 하에 쎌마테라퓨틱스와 GC녹십자, 휴먼엔의 공동 초청으로 방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쎌마테라퓨틱스 관계자는 22일 "추마코프 연구소(센터)의 개발 및 혁신 산업 기술 책임자, 프로젝트 관리 대표이사 등 주요 인력들이 대부분 방한했다"며 "세부적인 일정은 내부 사정으로 자세히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코비박' 백신의 글로벌 생산·판매를 위해 '스마트바이오텍'(Smart Biotech)의 대표이사 등도 동행했다고 한다.

"내부 사정" 혹은 "비밀 유지 협약" 등으로 러시아측 파트너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MPC(혹은 쎌마테라퓨틱스)를 대신해 '추마코프 센터' 주요 인력의 방한에 대해 팩트 체크를 해보자.

***관련기사: 러시아 백신 '코비박' 대표단의 방한이후, 아직 조용한 이유는? (3월 22일자),

                (추적) 러시아 세번째 백신 '코비박'의 국내 위탁생산설을 훑어보니 (3월 11일자)

우선 방한 인력 중 가장 먼저 앞세우는 인사가 '추마코프 센터'의 개발 및 혁신 산업 기술 책임자다. 1년여에 걸친 '코비박' 개발을 총지휘했으니 '믿음을 주기 위해서라도(?)'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러시아 과학기술 21주년 기념 위원회의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코비박' 백신 개발자들의 면면. 아나스타시야 피냐예바가 총책임자다/캡처

'추마코프 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개발 및 혁신 산업 기술 책임자'는 아나스타시야 니콜라예브나 피냐예바(러시아식으로 ПИНЯЕВА, Анастасия Николаевна로 쓴다)다. 해석 과정에 일부 오류가 있을 수도 있으나, 거의 틀림없어 보인다. 러시아식 공식 직책은 '개발과 혁신및 반산업화된 기술의 도입 부서 책임자'.(начальник отдела разработки и внедрения инновационных и полупромышленных технологий ФГБНУ(추마코프 센터 약어).

그녀에 대한 자료가 러시아 포탈 얀덱스(yandex.ru)에 넘쳐나는 걸 보면, MPC측이 피냐예바를 한국에 데려오는 게 당연해 보인다. '코비박' 개발팀의 책임자였기 때문이다.

얀덱스에서 피냐예바를 검색한 결과물들. 참고로 구글 번역본을 먼저 실었다. 영어로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캡처  

그렇다면 그녀가 이번 방한 멤버에 포함되었을까? 아니다. 어색한 번역이지만, 검색 결과물 맨 아래 '생산 증가에 대한 참가자 회의..'라고 된 제목 밑에 '크렘린.ru' 출처가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22일 주재한 러시아 백신 생산 관련 화상회의에 참가한 주요 인사들의 명단에 대한 자료다. 러시아 '3대 백신'의 개발사, 생산 제약회사 소속 주요 인사들이 모두 회의에 참가했다.

크렘린 대책회의 참석자 명단. 맨 위에 피냐예바가 나오도록 캡처했다. 아래는 구글 번역본. '스푸트니크V' 백신의 주요 생산 제약회사인 R-팜사, 두번째 백신 '에피박코로나'를 개발한 '벡토르 센터'는 물론이고, '추마코프 센터'의 품질및 혁신개발부서 책임자도 참석한 것으로 나와있다/캡처

명단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아나스타시야 피냐예바는 22일 푸틴 대통령과 가진 러시아 백신 생산 관련 화상회의에 동료들과 함께 참석했다.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한 그녀가 한국에 와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또 그녀가 개발을 주도한 '코비박' 백신은 오는 28일 시중에 풀리기 시작한다고 러시아 정부의 신종 코로나 담당 부총리 타티아나 골리코바가 23일 말했다. 3월 말까지 시중에 유통(접종)될 것이라는 보도는 현지에서 여러차례 나왔지만, 날짜가 특정된 건 처음이다.

골리코바 부총리:코비박 백신 28일 시중에 풀려/얀덱스 캡처
류마티스 연구소, '코비박' 백신의 장점 설명/얀덱스

또 러시아 류마티스 연구소는 23일 '코비박' 백신의 장점을 거론하면서 류마티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푸트니크V' 백신 등은 면역 이상 환자와 백신 접종 후 부작용 경험자 등 부작용 예상 계층에게는 접종이 금지됐다.

러시아의 3대 백신 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방법인 불활성화 바이러스로 만든 '코비박'은 류마티스 환자들에게도 큰 장점이 있다고 판단한 전문 연구소가 임상 시험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책임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현지 포탈 사이트만 검색해봐도 '코비박' 개발 책임자 등이 '자체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별로 급하지도 않는 위탁생산 여부'를 챙기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MPC(쎌마테라퓨틱스) 측의 발표를 믿기 힘들다. 선량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비밀 유지 협약', '내부 사정'이라는 비합리적인 표현 뒤에 더이상 숨어 있지 않기를 기대한다.

'추마코프 센터' 일행은 방한 기간에 국내 최고 수준의 백신 제조 인프라를 갖춘 GC녹십자의 오창 공장, 화순 공장을 차례로 방문하고, 안동의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의 제조시설까지 확인한 뒤 (백신 제조의) 기술 이전을 마무리짓게 될 것이라고MPC(쎌마테라퓨틱스) 측은 밝혔다. 

'추마코프 센터' 일행이 방한 중에 MPC 연관 업체들의 영업 실적이라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우려스럽다.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쎌마테라퓨틱스는 22일 "외부감사인인 예일회계법인은 당사의 러시아 투자주식 NBT CJSC의 IFRS 감사보고서 및 손상평가보고서에 대한 감사 절차가 완료되지 않는 등의 사유로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될 것임을 알려왔다"며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 연장을 신고했다. 기존 제출 기한은 23일이었다. 

당연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만 않은 분위기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질 경우 ‘한정’ ‘의견 거절’ 등 비적정한 감사인의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서다. 한 관계자는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건 재무제표에 대한 기업과 감사인 간의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가 많다”며 “제출 지연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투자자들이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관업체인 휴먼엔은 지난 18일 서현회계법인으로부터 2020년 감사의견 '적정'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휴먼엔의 지난해 매출액은 63억7천만원으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고 28억8천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추마코프 센터' 측이 MPC가 내놓은 쎌마테라퓨틱스 '휴먼엔'이란 국내 업체에 대해 만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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