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입 주장 커지는 러시아 백신의 실제 접종 효과는?
국내 도입 주장 커지는 러시아 백신의 실제 접종 효과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4.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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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V 백신의 접종자 중 감염사례 많다? "면역 효과 범위내" 반박
91% 효과라면, 100명중 9명은 감염 위험자에 - '집단면역'에 기대는 이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을 접종했다. 이후 한 단체와 가진 화상회의에서 이 단체가 개최하는 행사에 참석을 약속하면서 "앞으로는 대면 활동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을 면담하는 외부인사에 대해 철저한 사전 점검을 해온 크렘린 측으로서는 대통령이 활동 반경을 넓히는데 따른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동시에 러시아 백신 접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데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 항체 형성후 (대면) 활동범위를 넓히겠다고 선언/얀덱스 캡처

영국의 G7 정상회담에 초청받은 문재인 대통령과 그 수행원들도 같은 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 백신의 면역 효과를 기대하고 해외여행에 나서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접종에 들어간 신종 코로나 백신의 효과는 어느 정도 믿을 수 있을까? 접종한 지 3개월여가 지난 러시아 백신은 접종자들에게 기대한 만큼 효과적일까? 

접종후 약간의 불편함을 실토했던 푸틴 대통령은 어떤 종류의 백신을 맞았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자국 백신에 대해 우려가 큰 러시아인들이 '믿을 수 있는' 백신의 선택으로 쏠리는 현상을 우려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는 지난달 31일 "관할 지역내에서 약 1천명이 백신 2차 접종 후 2주 이상이 지난 뒤에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며 "전체 접종자의 약 0.1% 수준"이라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접종 후 감염된 주민들 가운데 76% 정도는 경증이나 무증상이라고 소개했다.

러시아의 첫번째 백신 스푸트니크V 백신의 효능은 등록후 임상(임상 3상) 시험 결과, 효능이 91.6%로 나타났다. 100명중 9명 가량은 면역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모스크바 시민 약 100만 명이 백신의 1. 2차 접종을 완료했다는 자료(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를 근거로 따져보면, 접종자 중 9만명 가량은 감염 위험 대상자다. 그런데 감염자가 1천명 가량(0.1%) 나왔다고 하니, 면역 효과가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접종자 비율이 모스크바 전체 인구(1천200만명)의 8% 정도에 지나지 않아 유의미한 통계를 내기에는 집단의 수가 너무 적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화이자나 모드나 백신의 효능은 95%라고 한다. 100만명이 그 백신을 맞았더라도 5만명 가량은 접종의 위험지대에 들어있다고 봐야 한다. 모스크바 시정부가 소위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접종자도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스푸트니크V 백신 개발 '가말레야 센터'의 긴쯔부르그 소장, 백신 접종 후 코로나 감염 위험도 평가/얀덱스 캡처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가말레야 센터'의 알렉산드르 긴츠부르크(러시아어로는 긴쯔부르그가 맞다) 소장은 지난 달 27일 백신 접종 후 감염 여부에 대해 “1차 접종 후 감염 사실이 드물게 나타나고 있다"며 "면역은 2차 접종 뒤 3주 후에야 완전히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면역 지속 기간에 대해서는 여전히 살펴보는 중이라고 했다.

스푸트니크V의 실제 면역효과는 92% 수준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역시 100만명중 8만명은 여전히 감염 위험 집단에 속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집단면역' 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퇴치에 '집단면역'은 백신에 못지 않는 핵심 가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성인 인구의 70%가 백신을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가능하다"며 "지금과 같은 속도로 간다면, 여름이 끝날 때 쯤에는 집단면역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에피박코로나' 백신 임상 참가자들, 백신의 효능에 의문 표시/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백신의 효능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두번째 백신 '에피박코로나' 백신이다. 지난 2월부터 시중에 공급되기 시작한 이 백신의 효능에 대해 백신 접종자들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에피박코로나' 백신의 임상 시험에 참여한 '임상 참가자' 대표 안드레이 크리니츠키는 지난달 24일 반정부 성향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바'와의 인터뷰에서 "보건당국이 추천한 검사법으로 접종후 항체 수준을 측정했더니 약 70%만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개발자 측이 주장하는 정도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신을 두 차례 모두 접종한 뒤에도 코로나에 감염돼 폐 손상을 입은 18명의 자료를 갖고 있다"며 정부 당국의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벡토르 센터'가 개발한 '에피박코로나'는 지난해 11월부터 60세 이상 150명, 18~60세 3천 명을 대상으로 등록후 임상(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스푸트니크V와 비교하면, 정확한 효과 데이타는 나오지 않는 상태다.

러시아 보건·위생 당국, '에피박코로나' 백신의 3단계 보호방식 설명/얀덱스 캡처

러시아 보건·위생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은 이튿날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에피박코로나 백신에 대한 1·2단계 임상시험(임상 1·2상) 결과,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됐다"고 반박했다. 2차 접종 21일 후에 항체가 모든 참가자에게 형성됐다는 것. 임상 1상에는 18~30세 14명, 2상에는 18~60세 86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임상 시험 결과를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쳐니, 혼란스러운 게 '에피박코로나' 백신이다.

만약 임상시험 참가자 대표의 주장처럼, '에피박코로나'의 효능이 70% 정도라면 100만명이 접종을 받더라도, 무려 30만명이 코로나 감염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에피박코로나는 벡터(전달체) 방식의 스푸트니크 V와 달리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 일부인 항원을 합성해 제조하는 합성 항원 백신이다. 

러시아의 세 번째 백신 '코비박'은 가장 고전적인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이다. 현지에서 상업적 생산이 시작되기도 전에 국내 위탁생산설이 유포됐던 바로 그 백신이다. 러시아에서 백신 개발로 최고 권위를 지닌 '추마코프 센터'의 작품이다.

추마코프 센터의 '코비박' 백신 생산 모습/사진출처: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가장 늦게 개발됐지만, '추마코프 센터'의 아이다르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은 지난달 31일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전체를 이용해 만든 백신이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에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백신 접종자에 대한 관찰 기간이 짧아 이 백신의 면역 효과가 어느 정도 지속되는지 여부는 확신하기 힘들다고 했다. "현재까지 7개월 정도 면역이 유지됐다"고 덧붙였다. 

'코비박' 백신은 지난달 25일 현지에서 상업적 생산을 시작했으며, 조만간 일반인 접종에 투입할 예정이다. 

모스크바의 백신 접종/사진출처:모스크바 시장 블로그

코로나 면역 효과를 실증적으로 증명하기에는 아직 접종 기간이 너무 짧다. 접종 후 항체 형성 여부나 실제 감염에 대한 백가쟁명식 주장이 터져나오는 단계다. 분명한 것은 현재 개발된 백신의 효능이 100%는 아니라는 점이다. 90%라면 100명중 10명이, 95%라면, 100명중 5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안나 포포바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 청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백신 접종 후에도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능한 한 최대한 빨리 백신을 맞되, 집단면역이 이뤄질 때까지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게 '백신을 100% 활용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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