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서 러시아 국가 대신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이 연주된다
도쿄올림픽서 러시아 국가 대신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이 연주된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5.17 0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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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가요 '카츄샤' 제안이 거부당하자, 피아노 협주곡을 차선책으로 선택
34분짜리 협주곡을 1분30초로 편곡해 사용 - 피아니스트 마추예프 담당

오는 7월23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에서 러시아는 국기(國旗)대신 '올림픽 오륜기'를 들고 입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폼 표기도 OAR(Olympic Athlete from Russia,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이 유력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입장식 모습의 재현이다. 반도핑 혐의에 따른 제재 때문이다.

달라지는 게 있다면 러시아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경우, 시상식에서 울려퍼지는 음악. 당연히 러시아 국가(國歌)는 사용할 수 없다. 평창올림픽에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 국가 대신 사용할 음악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에서는 러시아의 희망과 요청이 반영된 음악이 연주된다. 유명한 피아노 곡인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다. 34분짜리 피아노협주곡 1번을 1분 30초로 줄여 편곡한 곡이다. 우리 귀에 익숙한 피아노협주곡이 도쿄올림픽에서 자주 울려퍼질 것으로 전망된다.

피아니스트 마추예프, 도쿄올림픽에 국가대신 사용될 차이코프스크 피아노 협주곡 편곡 작업 설명/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올림픽위원회(ROC)는 지난 1월 IOC측에 국가 대신 러시아 국민가요 '카츄샤'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ROC는 다시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에 제소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러시아는 차선책으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사용을 요청했고, 지난달 22일 IOC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차이코프스키는 피아노협주곡을 3편 작곡했지만 그중 1번이 유명하다. 이 곡의 주제는 ‘향수’다. 흥분에 들뜬 회상이든, 괴롭고 나쁜 기억에 대한 체념이든, ‘향수’는 러시아 낭만주의 음악을 지탱하는 뿌리라고 한다. 러시아적인 정서 혹은 감성인지도 모른다. 

피아노협주곡 1번의 편곡을 맡은 음악가는 러시아의 40대 피아니스트이자 인민 예술가 칭호(2011년)를 받은 데니스 마추예프(45)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편곡을 맡은 마추예프/사진출처:인스타그램

마추예프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피아노협주곡 1번의 편곡과 관련, "많은 나라의 국가는 대부분 1분 30초 안팎"이라며 "30분이 넘는 협주곡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따내 새로 만든다는 건 몹시 어려운 작업"이라고 토로했다. 또 "국민의 귀에 익숙한 앞부분을 중심으로 만들 것이지만, 이 위대한 작품을 망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올림픽에서 국가를 대체할 음악 이야기가 나왔을 때 피아노협주곡을 제안한 이는 바로 마추예프였다. 그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과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2번이 러시아를 대표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마추예프는 "두 협주곡이 가장 잘 알려진 러시아 음악이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아무리 훌륭하게 편곡하더라도 러시아 국가를 대체할 수 없으며, 피와 땀으로 금메달을 딴 스포츠 선수에게 국가가 안겨주는 감동을 따라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지난 3월말 스톡홀름에서 열린 세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1, 2, 3위를 석권하자 러시아 국가의 대체곡으로 연주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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