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민항기 강제착륙이후 - 모스크바 행 항로가 꼬이기 시작했다
벨라루스 민항기 강제착륙이후 - 모스크바 행 항로가 꼬이기 시작했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5.28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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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발 모스크바행 에어프랑스, 벨라루스 회피 항로 고집하다 운항 취소
EU 외무장관, 벨라루스 제재 구체안 논의 - 벨라루스 통과 석유 구입 중단

벨라루스를 겨냥한 서방진영의 압박이 거세다.
주요 7개국(G7) 의장국인 영국은 27일 아일랜드 라이언에어(RYANAIR) 항공기를 '강제착륙'시킨 벨라루스를 규탄하고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이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회원국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벨라루스 제재 구체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EU 외교장관들은 이날 EU 27개 회원국 정상이 지난 24일 합의한 대 벨라루스 제재의 구체안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U정상들은 △벨라루스 여객기의 EU 영공및 공항 진입 금지 △EU회원국 항공사들의 벨라루스 영공 운항 회피 권고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 제재 등에 합의했다. 

EU 외무장관들의 제재 타깃은 벨라루스의 경제 구조와 금융 거래에 맞춰져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장 아셀보른 룩셈부르크 외교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벨라루스가 비료의 원료로 사용되는 포타슘의 최다 생산국인 만큼 포타슘을 제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벨라루스를 통과해 유럽으로 공급되는 러시아 가스의 구매를 중단함으로써 벨라루스 경제에 타격을 가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총리, EU의 벨라루스 통과 가스 제재안에 언급/얀덱스 캡처

문제는 역시 러시아다. 알렉산더 샬렌베르그 오스트리아 외교부 장관은 "(이번 제재 조치로) 우리가 원치 않는 것은 벨라루스가 러시아 품에 안기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27일 총리급 전화 회담을 가진 데 이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8일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U 회원국 항공사들의 벨라루스 영공 운항 중단으로, 모스크바를 오가는 항공기들의 운항이 꼬이기 시작했다. 예컨대,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국적 항공사들은 러시아항공당국으로부터 벨라루스 우회 항로에 대한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26일 모스크바행 항공기 운항을 취소해야 했다.

러시아, 오스트리아 에어, 에어 프랑스의 벨라루스 회피 항로 승인 거부/얀덱스 캡처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운항 취소한 모스크바 행 에어 프랑스의 승객들을 대거 모스크바로 운송/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의 '에어프랑스'는 벨라루스 영공 이용을 중단하기로 한 뒤 우회 항로를 통해 모스크바로 갈 것이라며 26일 러시아측에 운항 승인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에어프랑스는 어쩔 수 없이 파리발 모스크바 행 AF1154편 운항을 취소해야 했다. 에어프랑스는 28일로 예정된 모스크바행 항공편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에어프랑스의 승객들은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항공을 타고 러시아로 향했다.

오스트리아 항공 역시 모스크바행 여객기 운항을 중단했고, 핀에어 등 유럽 주요 항공사들도 벨라루스 영공을 우회하기로 방침을 정해 모스크바 행 항로는 앞으로 더욱 꼬일 것으로 우려된다. 

프랑스와 영국 등은 벨라루스 항공사 '벨라비아'의 자국 운항도 정지시켰다. 민스크 공항을 출발한 바르셀로나행 벨라비아 항공편 2869은 폴란드로부터 이 항공기가 프랑스 영공에 진입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뒤 회항했다. 이에 따라 민스크에서 항공기를 갈아타고 유럽으로 가려던 승객 20여명이 환승 구역에서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스크 공항 환승구역에 외국인 20여명이 머물러/얀덱스 캡처
에어프랑스/사진출처:항공사 인스타그램 

루카셴코 대통령은 26일 의회 연설에서 라이언 에어 여객기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는 통보를 스위스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민스크 공항뿐만아니라 그리스 아테네, 리투아니아 빌뉴스 공항에도 동시에 들어왔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러나 스위스 측은 라이언에어 여객기가 이미 벨라루스 전투기에 의해 민스크 공항으로 기수를 돌린 뒤 폭발물 설치 통보가 발송됐다고 반박했으며, 빌뉴스와 아테네 측은 관련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라이언 에어 강제착륙사건으로 국제사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벨라루스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27일 할리우드 스타이자 유엔친선대사인 안젤리나 졸리와 벨라루스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알렉시예비치, 졸리와 벨라루스 상황에 대해 협의/얀덱스 캡처

알렉시예비치는 지난해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맞붙었던 스베틀라나 티하노프스카야 후보의 주도로 결성된 '반 루카셴코' 야권 협의체인 '권력 이양을 위한 조정협의회' 집행부 7인에 참여한 반정부 인사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알렉시예비치는 이날 졸리와 지난해 대선 불복 시위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중인 야권 인사들에게 국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권력 이양을 위한 조정협의회' 집행부 7인은 모두 벨라루스 보안 당국에 체포됐거나, 해외로 도피했다. 알렉시예비치는 독일에, 티하노프스카야는 리투아니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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