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28일부터 백신 미접종자 음식점 출입 불가 - 외국인은 PCR 검사
모스크바, 28일부터 백신 미접종자 음식점 출입 불가 - 외국인은 PCR 검사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6.28 0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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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델타 변이 바이러스 창궐에 강제접종 대책 속속 도입
노조 등 주요단체, 일터 폐쇄 막으려면 강제접종 불가피 동의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의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차별하는 조치들이 러시아에서 본격 도입된다. 백신 접종의 자율화를 강조해온 러시아가 기존의 방역 방향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신규 확진자가 다시 하루 2만명대에 집입한 상태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마저 확진자의 90%에 육박하자 백신 접종 속도를 올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 신종 코로나 확산 억제를 위해 새로운 제한조치 도입/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는 28일부터 백신 미접종자들에게는 레스토랑과 카페 등 음식점 출입이 금지된다. 모스크바 시당국은 이달 중순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서비스 업종 등 일부 직종의 근무자를 대상으로 60% 이상 강제 접종 행정명령을 내린 뒤 곧바로 식당 출입에 대한 제한조치를 강화했다. 백야의 날씨에 외식이라도 즐기려면 백신을 먼저 맞아라는 메시지다. 

모스크바시가 선제적으로 시행한 일부 업종 근무자들에 대한 강제 접종 명령과 비 접종자에 대한 차별적 제한 조치에 접종 희망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극동 하바로프스크 등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물량 부족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백신 접종 예산 250억 루블(약 39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백신 부족 사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페 방문을 위한 모스크바 QR코드, 25일부터 발급 시작/얀덱스 캡처

모스크바 시민들 백신 접종 센터로 끌어들인 '신의 한수'는 역시 비접종자들에 대한 음식점 출입제한.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지난 22일 레스토랑과 카페 등 음식점은 백신 접종 사실을 입증하는 공식 QR코드를 제시한 손님을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아직까지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어린이와 미성년자들은 3일 내 실시한 PCR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시해야 한다.

아나스타시야 라코바 모스크바 부시장은 12~17세 청소년을 위한 '스푸트니크V' 백신의 임상 시험을 내달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 시 당국에 따르면 모스크바를 방문한 외국인은 자국에서 백신 접종을 받은 경우, PCR 검사를 거쳐 국영 포털사이트에 등록한 뒤 QR코드를 받고 음식점 출입이 가능하다. 모스크바를 방문한 지방 거주 주민들은 PCR 검사를 통해 사흘간(72 시간) 자유롭게 음식점에 갈 수 있으며, 접종자의 경우, 모스크바시 포털 사이트(mos.ru)에서 QR코드를 받을 수 있다. 이들의 접종 여부는 백신접종 통합 조정센터 등으로부터 확인 절차를 거친다고 한다. 

모스크바 카페의 모습/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소뱌닌 시장은 "비접종자의 음식점 출입제한 조치는 많은 시민들을 신종 코로나로부터 보호하고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유럽과 아시아의 많은 도시에서도 지난 몇달간 비슷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새로운 봉쇄를 피하고자 한다면 모스크바는 그들의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 시의 이같은 조치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아직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백신 접종 희망자가 40%를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반 강제적 접종 외에는 백신 접종률을 올릴 수 있는 묘안이 없는 상태다. 

러시아 정부는 아예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맞춰 백신 미접종자들에게는 일할 자격을 박탈하는 조치까지 내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22일 "비접종자들에 대한 차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주변사람들의 건강에 위협이 되는 비접종자들과 함께 일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보건부, 학생들에게 7월 중순까지 백신 접종 권고/얀덱스 캡처 

미하일 무라쉬코 보건부 장관은 학생들에게는 새 학기(9월)가 시작되기 전에, 가급적이면 7월 중순까지 신종 코로나 백신을 맞을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면역력은 총 42일에 걸쳐 형성되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7월 중순까지 백신을 맞아야 9월 1일 신학기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고 무라쉬코 장관은 강조했다. 

러시아의 전경련 격인 '산업가및 기업가 연합'(РСПП, Российский союз промышленников и предпринимателей)과 '노동조합 연맹' (ФНПР Федерация независимых профсоюзов России)도 25일 의무 예방 접종 도입을 촉구했다. 두 단체는 "현재의 확진자 증가 추세를 보면, 성인들에 대한 강제 백신 접종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다시 일터가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린이 미성년자(18세 이하)들의 모스크바 카페 출입은 PCR검사로 가능/얀덱스 캡처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 비접종자들에 대한 불가피한 차별 언급/얀덱스 캡처

실제로 일부 직종 근무자에 대한 강제 접종은 모스크바 등 러시아 13개 지역에 도입됐다. 이들 지역은 대체로 요식업과 공공 서비스, 교통, 에너지, 건강 관리, 교육 등 대민 접촉이 잦은 직종 근로자의 60% 이상을 강제 접종하도록 했다. 만약 접종을 거부할 경우, 조직(기업 단체)은 급여를 지불하지 않거나 근무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

일부 현지 언론은 미국 금융회사의 예를 들며 백신 미접종자에게 강력한 불이익을 주는 나라가 러시아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와 블랙스톤 등 미국 금융회사들은 직원들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경우, 사무실 출근을 금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의 강력한 조치에 모스크바 시민들이 한꺼번에 접종센터로 몰렸다고 한다. 세르게이 소뱌닌 시장은 블로그를 통해 "백신 접종 건수가 4~5배 증가했다"며 "주요 접종 센터는 만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성과를 내려면 아직 2~3개월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백신은 백신 1차 접종 후 42일(6주)가 지나야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서 모스크바 시는 지난 16일 식당과 교육기관, 교통, 의료 등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에 대해 코로나 예방접종을 명령했다. 의무접종 직종에 종사하는 근무자의 60%가 접종을 받지 않을 경우, 그 조직에 책임을 묻는다. 최소 3만 루블(약 45만원)에서 최대 100만 루블(1천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시간이 갈수록 가중처벌된다. 

모스크바서 가짜 백신 접종 확인서 판매 용의자들 체포/얀덱스 캡처

백신 강제 접종 조치는 당연히(?) 부작용을 동반한다. 가짜 백신 접종 확인서다. 러시아 내무부는 온라인을 통해 가짜 백신 접종 확인서를 만들어 판 3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확인서 한장에 4천~5천 루블(6만원~7만5천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보건위생당국은 올해 초부터 백신 접종 확인서 판매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150여개를 차단하거나 관련 정보를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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