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져지듯 '카불 공항' 미군에게 넘겨진 아프간 아이들의 운명은? - 화보
던져지듯 '카불 공항' 미군에게 넘겨진 아프간 아이들의 운명은? - 화보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8.21 11: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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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년만에 '탈레반'의 손으로 들어간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탈레반의 보복을 위해 해외로 떠나려는 현지인들의 '엑소더스' 행렬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현지인들의 목숨을 건 탈출 장면을 담은 영상과 사진들은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짙게 울린다.

그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것은, 한 어린아이를 카불 공항을 장악한 미군에게 넘겨주기 위해 아프간 사람들이 힘을 합치는 장면. 몰려든 피난민 행렬에 밀려 도저히 카불 공항의 외벽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아이의 부모는 "아이라도 보내달라"고 울부짖으며 앞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은 선뜻 그 아이를 받아 머리 위로 앞 사람들에게 전달하면서 그 아이를 무사히 미군들의 손에 넘겨졌다.

많은 아프간인들의 손을 거쳐 카불공항 외벽 위 미군에게 건네지는 어린 아이/사진출처:미 해병대 페이스북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린 그 아이는 그후 어떻게 됐을까?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그 아이는 이미 공항안에 머물고 있던 친인척과 함께 아프간을 떠났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추측이 가능하다. 대중지 모스코프스키 콤소몰레츠(MKRU)는 20일 "카불 공항의 미군 손에 넘겨진 그 아이가 무사히 카불을 탈출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 "그러나 그 아이는 친척과 함께 아프간을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카불 공항의 미군은 현재 부모가 없는 아이들의 구출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미군이 그 아이를 받아들었을 때에는 이미 구조한다는 명분과 확신이 섰다는 것. 공항에는 이미 그 아이를 부호할 누군가(친인척)가 있었을 것으로 언론은 추정한다.

카불 공항의 외벽 너머로 (미군에게) 넘겨진 아프간 아이들의 운명/얀덱스 캡처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군은 아이를 구조하지 않았을 것으로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 러시아의 SNS 브콘탁테(VK)의 미 해병대 계정에는 어린 아기들은 돌보는 미군들의 사진이 여럿 실려 있다. 더 이상 대책없는 어린 아기 구조는 불가능하다는 것.

공항을 둘러싼 콘크리트벽과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미군과 아프간 여성들 간에는 상상조차 힘든 일이 계속 벌어진다. 필사적으로 카불을 탈출하려는 아프간 부모(특히 어머니)는 앞으로 닥쳐올 공포와 절망 속에서 아이만이라도 외국으로 내보내기 위해 카불 공항의 미군들에게 눈물로 애원하고, 심지어는 아이들을 그냥 공항의 담장안으로 던져넣는 장면들도 목격된다고 한다.

사진출처:미 해병대 페이스북 계정및 VK 계정, 동영상 캡처

아프간 여성이 미군의 도움으로 공항 외벽을 넘어 카불 공항으로 들어가는 모습/러시아 매체 rbc 동영상 캡처
공항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아프간 여성들/러시아 매체 rbc 동영상 캡처 

카불 공항을 지키는 한 미군은 “어머니들은 모두 필사적이었다"며 "아이라도 구해달라며 우리 쪽으로 던졌고, 몇몇 아이들은 철조망 위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영국 TV 채널 '스카이 뉴스'는 이 가슴 아픈 장면들을 목격한 뒤, "끔찍했다.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철조망 너머로 던지고, 아이들을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다. 아이들은 철조망 위에 떨어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미국과 영국 국방부 측은 "부모가 없는 아기는 아프간에서 데려나올 수 없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만약 어린 아이를 받아준다면, 나중에라도 그의 부모나 보호자를 구출해 아이에게 데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에 감사함을 표시하는 아프간 소년
공항 외벽 위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미 해병 대원들
아이를 구출해 차량에 태우는 장면
카불 공항에서 아이에게 물병을 전하는 미 해병대원/사진출처:미 해병대 페이스북
구조한 어린 아기를 안고 돌보는 미군 병사들/사진출처: 미 해병대 VK 계정
총기를 옆에 세워놓고 구출한 아기를 안고 달래는 미 해병대원/사진출처:미 해병대 SNS 

특히 영국은 이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다고 했다. 역사적 교훈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초기, 영국은 독일 공군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런던과 주요 도시에서 며칠 만에 300만명의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그러나 생명을 건진 아이들은 그후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다. 억지로 부모와 떼어진 아이들은 성인이 된 뒤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렸던 것. 같은 실수를 아프간에서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게 영국측의 확고한 태도다.

가슴 뭉클한 장면의 사진도 SNS에 있다. 지난 19일 미 공군 C-17 수송기 바닥에서 잠든 아이의 사진이다. 잠든 아이의 몸위에는 미군복 웃도리가 덮혀 있었다. 수송기 조종사가 아이가 따뜻하고 편안하게 잠을 자도록 자신의 재킷을 벗어 덮어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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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시아 2021-08-22 04:34:50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 해병대원 손에 넘겨졌던 어린 아기가 카불공항에서 아빠와 다시 만나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미 해병대 측은 "아기는 현장 의료시설에서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았다"며 "아빠와 다시 만난 아기는 공항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해병대 측은 그러나 이 아기의 성별을 포함해 의료시설로 이송된 다른 아이들에 대한 세부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해병대 측은 공항내에서 안전하게 지내는 아이들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SNS에 공개한 바 있다.
NYT에 따르면 필사의 탈출 행렬이 여전하고, 날카로운 철조망 반대편으로 아기들을 던지는 아찔한 장면도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미 해병대원들이 받아내 무사한 아기도 있지만, 일부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도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