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하바로프스크 '아리랑 민족간 문화센터' 탐방기 - 김원일
(특별기고) 하바로프스크 '아리랑 민족간 문화센터' 탐방기 - 김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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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1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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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로프스크 전범재판’을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김원일 박사(모스크바대 정치학,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는 모스크바 한인회 회장을 지냈다. 러시아 전역의 고려인 동포 사회에 관심이 높다.

김 박사는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극동 하바로프스크를 간 김에 현지의 고려인 공동체 ‘아리랑 민족간 문화센터’를 찾았다. '아리랑 민족간 문화센터' 탐방기를 싣는다.

아리랑 민족간 문화센터 앞에서 백 회장(왼쪽)과 함께

'아리랑 민족간 문화센터'는 하바로프스크 고려인연합회 백규성 회장이 사비를 들여 마련하고 운영하는 고려인 한국어 교육및 문화 교류의 장이다. 사할린 출신으로, 한국어도 잘 구사하는 백 회장은 민주평통 블라디보스토크 협의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한-러 민간 교류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과 러시아 양국 정부로부터 여러 차례 표창을 받았다.

'아리랑 민족 간 문화센터’를 찾아간 날, 백 회장은 건물 앞까지 나와 반갑게 맞아줬다. 그가 안내한 문화센터는 3층 건물로, 그 규모가 생각보다 대단했다. 1층에는 대강당과 전시실이, 2층에는 강의실과 각종 문화교실이, 3층엔 사무실 등이 입주해 있다. 

2층 강의실에는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의 교육 열기로 가득 차 있었고, 1층 전시실에는 러시아 각 지역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한 애국지사들을 소개하는 사진과 글 등 자료들이 벽면에 가득 걸려 있었다. 

하바로프스크 한국 교육원 모습

놀라운 것은 이 정도 규모의 문화센터를 백 회장 혼자의 힘으로 끌고 나간다는 사실이다.

“하바로프스크에 진출한 한국기업이나 단체 등에서 센터 활동에 지원을 해주는지" "한국 정부나 관련 기관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을 때, 백 회장은 정색을 하며 “모든 경비를 스스로 감당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아리랑 민족간문화센터 역시 백 회장이 사재를 털어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올렸다고 했다.

그는 모든 생업을 접고 현재 고려인 동포들을 위한 봉사활동과 한-러시아 간, 남북한-러시아 간 교류및 협력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하바로프스크의 바보'라고 놀린다고 했다. 하지만 백 회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어넘겼다.

고려인 동포를 위한 러시아 각 지역 사회단체의 사무실엔 통상 러시아기와 태극기, 혹은 러시아기 - 태극기 - 인공기가 함께 걸려 있는데, 백 회장의 사무실은 달랐다. 백 회장 사무실의 책상 위에는 러시아기와 하바로프스크기, 그리고 한반도기가 놓여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백 회장은 “고려인들이 '한반도'를 떠나올 때, 하나의 국가만 존재했다"며 "안타깝게도 지금은 남북이 갈라져 두 개의 정부가 있다. 나는 남북이 다시 하나가 되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리 조상이 한반도를 떠나올 때의 마음도 잊지 싶지 않아서 한반도기를 책상 위에 놓았다”고 답변했다.

하바로프스크 고려인연합회 백규성 회장

백 회장의 말에는 조국에 대한 그의 특별한 사랑과 평화통일의 염원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의 실제 활동도 다르지 않았다. 그가 하바로프스크 고려인 연합회가 그동안 운영하고 진행한 한국어 교육원과 각종 문화교실, 문화예술 행사들을 설명할 때, 하바로프스크 고려인연합회가 발간한 책자와 저널및 신문 등 자료들을 소개할 때, 백 회장의 열정과 절절함이 피부에 와닿았다. 

특히 그가 운영 중인 한국어 교육원및 문화교실의 규모와 다양함에 큰 감동을 받았다. '아리랑 민족간 문화센터'의 활동 역량을 재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도 의문점은 하나 남았다. 센터의 이름이 왜 '한민족 혹은 고려인 문화센터'가 아니고 '민족간 문화센터'일까? 백 회장은 “이 문화센터는 단순히 한민족만을 위한 센터가 아니다"며 "고려인 뿐만이 아니라 하바로프스크에 거주하는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다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민족들 간에 화합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필자의 방문 다음날인 8일에도 문화센터 강당에서 큰 다민족 행사가 진행된다고 했다. 

이름이야 어떻든, '아리랑 민족간 문화센터'는 앞으로도 이 지역 고려인 사회의 지주 역할을 맡아 주었으면 한다. 나아가 하바로프스크의 여러 민족들이 화합하고 교류를 나누는 장소로 더욱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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