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의 '스푸트니크V' 백신 승인이 계속 늦어지는 까닭
WHO의 '스푸트니크V' 백신 승인이 계속 늦어지는 까닭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9.16 0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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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지역 대표부, "GMP 기준 미달 공장, 재검 거친 뒤 승인 절차 재개"
유럽 지역 대표부 "러시아로부터 승인에 필요한 문서 패키지 기다리는 중"

세계보건기구(WHO)가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의 승인 절차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예정된 9월중 WHO의 승인 기대도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르바스 바르보사 범아메리카보건기구(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 PAHO) 사무차장은 15일 기자들에게 "WHO 전문가들이 '스푸트니크V' 백신 제조 공장을 실사하는 과정에서 GMP(우수제조관리기준) 기준에 미달하는 공장 1곳을 적발했고, 이로 인해 승인 절차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공장이 (인프라와 공정) 보완 조치 후 재검을 통해 (GMP) 기준을 통과해야 WHO의 승인 절차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WHO, 스푸트니크V 백신 승인 중단/얀덱스 캡처

PAHO는 WHO 중남미 지역 대표부이고, GMP는 의약품(백신)의 품질 보장을 위해 적용되는 생산 시설및 공정 기준이다. 

바르보사 사무차장의 발언은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 공장의 하나인 '팜스탄다트-우파 비타민 공장'(러시아어로는 파름스딴다르뜨 Фармстандарт-Уфимский витаминный завод)을 지적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공장은 지난 6월 WHO 전문가들의 현장 실사과정에서 GMP 기준을 위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유럽의약품청(EMA) 전문가들과 함께 러시아 실사에 나선 WHO는 지난 6월 공개한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 업체에 대한 조사 보고서'에서 "조사한 4개 업체중 하나인 '팜스탄다트-우파 비타민 공장'에서 GMP 기준에 위배되는 사항들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팜스탄다르트-우파 비타민 공장'외에도 백신을 개발한 '가말레야 센터'의 자체 제조시설인 '메드가말'(Медгамал)과 빈노팜(Биннофарм), R-팜(Р-Фарм), 비오카드(Биокад), 게네리움(Генериум), 렉코(Лекко) 등 모두 7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시설/현지 두마 TV 캡처
러시아 1회 접종용 백신 '스푸트니크 라이트'/사진출처:RDIF

WHO가 현장 실사에서 문제를 삼은 GMP는 국제기구나 국가별로 그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적발된 '팜스탄다르트-우파 비타민 공장'의 생산 시설및 공정이 러시아의 GMP 기준은 통과했더라도, WHO의 가이드 라인에는 못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한국코러스도 러시아 GMP 승인을 받지 못해 정식 출하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백신 공장에 대한 WHO 보고서는 "'백신 원재료의 혼합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치'와 '백신의 병입(甁入, 병에 주입) 과정 상 무균 위생 상태', '백신 1, 2차 성분의 생산 이력 식별및 추적 시스템' 등이 WHO의 가이드 라인에 미달하거나, 부실하고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발표된 뒤 러시아측은 "WHO측의 지적 사항을 보완 중"이라고 확인했다. 러시아 측의 보완조치가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설사 보완 작업을 완료했더라도, WHO 전문가들의 재검이 아직 진행되지 않았고, 중단된 검증 절차도 재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함께, WHO는 여전히 러시아 측으로부터 백신 평가를 위한 자료를 충분히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WHO, 스푸트니크V 백신 승인을 위한 완전한 패키지 문서 기다려/현지 매체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9월 10일자 웹페이지 캡처

현지 대중지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에 따르면 WHO 유럽 지역 사무소의 수석 전문위원 올레그 베네스는 지난 10일 범유럽보건및지속개발위원회(Pan-European Commission on Health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의 보고서 발표에서 "WHO는 '스푸트니크 V' 백신을 평가하기 위한 문서를 준비하는 문제에 대해 러시아 측과 계속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백신의 평가를 위해 완전한 패키지의 문서를 제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회는 WHO 유럽 지역 사무소에 의해 설립된 독립기구다.

그는 "WHO는 완전한 문서들의 제출을 기대하는 단계에 있다"며 "문서들은 스푸트니크V 백신의 품질과 안전성, 효율성과 같은 항목에서 적절한 결론및 권고 사항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WHO가 기다리는 스푸트니크V 자료들이 GMP와 관련된 것인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WHO, 스푸트니크V 백신 9월까지는 승인 예상/현지 매체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 8월 11일자 웹페이지 캡처

그러나 마리안젤라 시마오 WHO 사무차장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스푸트니크 V 백신이 9월 중순까지 WHO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시마오 차장은 "일정 상 (승인) 절차가 언제 완료될지 모르지만, 9월 중순에는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으나, 그녀의 예측은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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