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봉 '엘브루스산'의 등산 조난 참사 - 갑작스런 눈폭풍에 5명 사망, 생존자들도 심한 동상
유럽 최고봉 '엘브루스산'의 등산 조난 참사 - 갑작스런 눈폭풍에 5명 사망, 생존자들도 심한 동상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9.26 06:3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 각지에서 온 등산객과 가이드 등 19명의 등산대, 정상 200여m 앞두고 조난
구조대 현장 도착시 14명 생존, 사망 5명 확인 - 시신 3구 수습은 날씨 풀리면 진행

유럽의 최고봉으로 알려진 러시아 남부 카프카스 지역의 옐브루스산에 올랐던 러시아 등반대가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조난을 당해 최소 5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24일 "산악 구조대가 카바르디노-발카리야 지역의 카프가스 산맥 옐브루스산에서 조난한 등산객 14명을 구조했으나, 5명은 숨졌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각지에서 온 등산객 15명과 가이드 4명으로 구성된 '엘브루스 등반대'는 전날 밤 옐브루스산 정상을 200여m 앞둔 5천400m 지점에서 기상악화로 조난을 당해 재난 당국에 구조를 요청했다. 엘브루스산의 정상은 5,642m다.

늘 만년설로 덮여 있는 엘브루스는 페르시아어로 ‘눈 덮인 산’이라는 뜻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건네준 죄로 평생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았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조난 신고를 받은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즉각 70여명의 구조 요원들과 각종 장비들을 현장에 투입, 이날 새벽까지 구조 작업을 벌였으나 등반대 모두의 생명을 구조하는 데는 실패했다. 현지 재난 당국은 "영하 20도의 추위에 초속 40~70m의 강풍과 눈보라가 겹쳐 구조및 수색 작업이 난항을 겪었다"며 "24일 새벽 구조 작업을 일단 끝냈다"고 밝혔다. 

엘부루스산 등반대 조난, 5명 사망/얀덱스 캡처

현지 매체 콤스몰스카야 프라우다(KP.ru)는 경험이 많지 않은 등반객들이 엘브루스산을 잘 아는 가이드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채 정상 정복에 나섰다가 갑작스런 악천후를 만나 사고를 당한 것으로 분석했다. 가이드는 4명이었다고 한다. 

한 구조대원은 KP에 "등반대가 등산을 시작할 때 날씨는 괜찮았다"면서 "그러나 날씨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때 바로 하산해야만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등산객들이 날씨의 경고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등반을 계속하는 경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며 "엘브루스산 조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도 강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등반을 계속하다 눈폭풍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대원들의 도움으로 악전고투 끝에 조난 현장을 벗어나(위 사진 석장) 스노우캣으로 안전지대에 도착해 안도하는 등산객들/사진출처:러시아 비상사태부, 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또 다른 매체는 "등반대는 엘브루스산 5천m 고지를 넘어서면서 고산병 증세를 드러낸 한 여성을 가이드 한명과 함께 하산하도록 조치한 뒤 정상을 향해 계속 오르다 조난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등반대가 갑작스런 눈폭풍에 등반을 중단하고 3개조로 나눠 하산을 시작했으며, 조난 당국에도 구조를 요청했으나 시간을 너무 지체한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고산병 증세로 미리 하산을 시작한 여성도 눈폭풍에 의식을 잃고 가이드 앞에서 숨을 거뒀으며, 다른 한명은 하산 도중 추락하면서 다리가 부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등반대의 하산을 이끈 가이드들도 심한 동상에 탈진, 눈보라로 인해 거의 시력을 잃을 뻔하는 등 악전고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난 사고가 발생한 엘브루스산/사진출처:픽사베이.com

구조대가 조난 현장에 도착했을 때, 등산객 2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생존한 14명을 구조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어 뒤쳐진 2명의 등산객 위치를 확인한 뒤 달려갔으나, 역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그나마 등반대가 미리 등산 경로를 당국에 등록한 덕분에 구조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구조된 14명은 심한 동상으로 하산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그 중 한 명은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구조대는 날씨가 풀리는 대로 엘브루스산에 남겨진 등산객 3명의 시신을 수습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구조대가 생존자들의 구조 당시, 악천후 등으로 시신 수습이 불가능해 사고 현장에 남겨졌다고 한다. 한 구조대원은 “날씨가 나쁠 때 사망자들의 시신을 무리하게 산 아래로 내리는 것은 구조 대원들의 생명에도 매우 위험하다"며 "25일이라도 날씨가 풀리면 바로 수습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이러시아 2021-09-28 07:30:03
엘브루스 등반 여행을 주선한 여행사 대표 데니스 알리모프는 수사 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뒤 바로 체포됐다. 그는 우리 식으로 참고인 조사라고 해서 갔다가 피의자로 신분이 바뀐 뒤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사에서 정상정복 시점및 날씨에 대한 판단 미스를 인정했다고 한다. 그가 운영하는 엘브루스 등산 전문 여행사도 조만간 면허 취소가 확실시된다. 그나마 여행사 측은 희생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를 당한 등산객들은 러시아 전역에서 이 여행사를 통해 엘브루스 등정에 참여했다. 또 구조 당일 악천후로 엘브루스 산에 남겨졌던 시신 3구는 이후 산 아래로 내려졌다고. 그러나 이번 참사에도 엘브루스 정상을 향하는 등반객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