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지금) 내년 초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 누가 왜? - 언론의 호들갑
(러시아는 지금) 내년 초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 누가 왜? - 언론의 호들갑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12.04 20: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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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흑해 해상 군사훈련, 러 우크라 국경서 맞불 훈련 - 누가 먼저 도발했나 궁금
미 WP지 긴장고조 첫 보도, NYT지로 이어지며 침공 시나리오까지, 러 "또 그 얘기?"

외교 실무 총책들간의 만남에서도 날선 공방만 오갔다. 이제 남은 것은 정상들간의 담판이다.

2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30분간 별도로 만났으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맞게 될 것",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지정학적 게임에 끌어들이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동기가 서로 다른 '심각한 결과'를 경고했다.

동기를 촉발한 불씨는 다소 느닷없어(?) 보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이다. '러시아가 내년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는 시나리오는 이미 전 세계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군사력 이동및 배치, 훈련 진행 상황 등을 바탕으로 소위 '침공 시나리오'를 만들어 유럽의 동맹국 연합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과 공유했다고 서방 언론들은 전했다.

러시아 남부군관구의 동계 군사훈련 장면/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홈피

그 시나리오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웃 벨라루스와 이미 장악한 흑해연안 크림반도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진입할 작전 계획을 세웠다. 10만여명 규모의 약 100개 전술 대대가 작전에 동원되고, 공습과 포격, 장갑차 부대의 지상 공격이 대대적으로 이뤄진다. 공수 낙하산 부대는 적진 깊숙이 침투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러시아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계속 손사래를 친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국가 안보에는 '한치의 착오'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래서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러시아를 편들 생각은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그런 시나리오를 짰는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

◇ 한반도 정세와 러-나토 관계 비교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남북한 관계를 한번 보자. 문재인 정부 들어 북-미, 미-남북한, 남북한 등 다양한 형식의 정상들간 만남이 이어졌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는 판단이다.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와 맞물리면서 한미 군사훈련이 취소되거나 규모가 대폭 축소된 정도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국가 안보의 근간이 흔들린다'며 불만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은 축소된 한미 군사훈련에도 여전히 거의 발작증세를 보인다. 호전적이거나 공격적인 곳은 분명히 북한인데, 그들은 왜 '방어 훈련'이라는 한미 군사훈련에 쌍심지를 켤까?

1일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나토외무장관 회의/사진출처:나토 홈페이지

러시아와 나토는 누가 더 호전적일까? 러시아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장악한 원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흑해를 드나드는 나토 회원국 함대와 공군기 출현에 극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서부 전선 가까이서 진행되는 나토의 군사훈련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유는 북한과 비슷하다. 상대의 무력 시위만으로도 안보 위기를 느끼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탈냉전 이후 진행된 나토와의 전략적 불균형에 보다 직접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는 제 2차 대전이후 '동유럽'이라는 완충지대를 구축한 뒤 서방 세계와 '이념 전쟁'인 '냉전'도 불사했다. 당시에는 적대 세력인 미국이나 나토 회원국들과 국경을 직접 마주하지는 않았다. 독일 통일을 계기로 냉전은 종식되고, 동서 평화공존의 시대가 열렸지만, 러시아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더 큰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소련(러시아)이 '탈 냉전'에 동의한 것은 서방 진영과 더 이상 적대시하지 않겠으니 유럽 대륙의 일원으로 받아달라는 뜻이었다. 그게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1980년대 말~1990년초에 주창한 '유럽 공동의 집' 이론이다.

그러나 소련의 해체와 함께 러시이가 직면한 현실은 냉전의 전선 확대였다. 러시아는 냉전시대의 산물인 나토가 계속 동쪽으로 확장되는 걸 지켜봐야만 했고, 이에 조금이라도 어깃장을 부리면 서방 진영의 혹독한 제재를 받았다.

나토의 동진정책 진행 상황. 푸른 색이 현재 나토 회원국.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가 유일하게 나토-러시아간 완충지대로 남아 있다/사진출처: 나무위키

나토의 동진 정책은, 냉전시절 소련권(바르샤바조약기구)에 속했던 체코와 헝가리, 폴란드가 1999년 나토 회원국이 되면서 러시아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등장했다. 2004년에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이어 소련의 일부였던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마저 나토 진영에 합류했다. 지도를 보면 발트 3국에서는 나토와 러시아 간의 직접 대치 시대가 열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토군의 통일 독일(구 동독지역) 주둔이 허용됐던 지난 1990년, 당시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나토의 관할 지역은 동쪽으로 1인치도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 약속은 채 10년도 되기 전에 깨졌다. 러시아가 전에 없이 안보위기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미국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미국과 협상에서 독일 통일 후 더 이상의 나토 동진은 없을 것이라는 미국 측의 말만 믿고 그 발언을 문서화하지 않은 것은 큰 실수였다"고 비판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 결과, 러시아와 나토간에 완충지역으로 남은 곳은 이제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뿐이다. 우크라이나 친서방 정권의 계획대로라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도 시간문제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미국으로부터 4억 달러(약 4,769억원) 상당의 군사지원을 받고, 나토 군사훈련에도 참가하는 등 이미 '준 회원국'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 우크라니아와 벨라루스의 지정학적 위치

벨라루스는 어떤가? 서방 진영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 체제 타도를 명분으로 반정부 세력에 대한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벨라루스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는 것은 러시아에게 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다. 나토가 발트해에서 흑해에 이르기까지 유럽대륙에서 강력한 러시아 봉쇄망을 구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흑해에 띄운 요트 위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루카셴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러시아의 국가 안보 차원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장 취약한 서부전선을 상대에게 통채로 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프랑스 나폴레옹의 침공도, 히틀러의 나치 독일 공격도 러시아 서부전선에서 시작됐다. 서부전선의 핵심인 벨라루스는 모스크바로 향하는 전략적 요충지이고, 우크라이나가 넘어가면 남부 곡창지대와 해상(흑해)도 무너진다.

푸틴 대통령이 끝까지 루카셴코 대통령 체제를 옹호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레드 라인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를 작동하게 하는 방아쇠는 바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일찌감치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던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나토 측의 판단은 다르다. '푸틴 대통령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본다. 그 차이가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를 '현실적'이라고 믿게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스톨텐베르크(나토 사무총장), 나토의 집단 방어 원칙은 우크라이나로 확산되지 않는다고 밝혀/얀덱스 캡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미국의 의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2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에 달린 게 아니라 동맹국(나토)의 결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서두르는 기색은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VTB캐피탈이 주관한 투자 포럼 ‘러시아 콜링(Russia Calling)’에서, 또 1일 외국대사들의 신임장 제정을 받는 자리에서 "러시아 외교의 제일 큰 과제는 자국 안보에 관해 믿을 수 있으며 가장 확실하고 장기적인 보장을 받아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나토의 추가적 동진을 막을 법적 보장을 요구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온라인 정상회담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이 문제를 꺼낼 것으로 확실시된다. 하지만,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부터 원하는 답변을 얻어낼지 여부는 미지수다. 현 상황을 보는 시각이 서로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향해 서로 먼저 '움직일 것'을 요구하면서 얼굴을 붉힐 수도 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 가까운 시일내에 푸틴-바이든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밝혀/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이 보는 위기설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의 긴장 고조 상태를 서방 측의 근거없는 정보전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도 VTB 투자 포럼 참석자의 질문에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실시한 올해 초에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해외정보국(KGB의 후신)의 세르게이 나리쉬킨 국장도 2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를 “악의적인 선전 활동”이라고 규정했다. 

온라인 매체 rbc 등 현지 언론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의 위기 조성이 지난 10월 미 워싱턴포스트(WP)의 첫 보도로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WP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러시아 군대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우크라이나 분쟁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높아졌다고 전한 것.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의 위성 사진을 제시하며 러시아의 위협을 현실화했다.

rbc는 폴리티코의 위성사진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250㎞나 떨어진(서울에서 대구까지 거리가 약 300㎞) 스몰렌스크주 옐랴(Ельня) 인근의 러시아 전차 부대의 모습을 포착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때만 해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에 대해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뉴욕 타임스가 지난달 20일 "미 정보부가 유럽 동맹국들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적대 행위를 시작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경고했다"고 보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까지 날개를 단 듯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러시아가 군사훈련이 끝난 뒤에도 국경지대에 9만여 병력을 남겨놓았다며 불을 지폈다. 

누가 먼저라고 굳이 따질 것은 없지만, 흑해 연안의 나토 군사훈련과 러시아의 대응 훈련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에만 해도 나토는 지난 11월 중순 우크라이나와 함께 흑해상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벌였다. 이 훈련에는 미 해군 6함대 기함 '마운트 휘트니'와 구축함 포터, 터키 호위함 야부즈, 루마니아 호위함 마라세스티, 우크라이나 상륙함 유리 올레피렌코 등 4개국 군함들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공군 정찰기 RC-135V의 흑해 상공 비행을 요격한 러시아 전투기 촬영 영상/러 TV채널 즈베즈다 영상 캡처
미 해군 (6함대) 기함 '마운트 휘트니', 흑해 해상서 작전 기동/얀덱스 캡처

또 이탈리아에서 발진한 미 해군 대잠 초계기 P-8A 포세이돈 3대가, 키프로스에서 발진한 미 공군 고공정찰기 U-2S(드래건 레이디)가 흑해 상공과 우크라이나 영공에 나타났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이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공격과 불법적인 크림 병합에 대한 직접적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 언론은 경각심을 갖고 나토의 군사훈련을 시시각각으로 전한다.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대응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건 자위 차원에서 이해 가능하다. 그러나 서방 언론은 이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위협으로 보고, 미국과 나토 고위 고위관리들은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경고장을 날린다.

◇ 푸틴 대통령의 진짜 속셈은?

그렇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진짜 침공 의사를 갖고 있을까? '완전히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때와 같이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막으려는 '무력 시위'의 성격이 더 짙어 보인다. 

러시아 공수부대원들의 동계훈련/러 국방부 영상 캡처

러시아는 1일부터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연례 동계 군사 훈련에 들어갔다. 이번 훈련은 크림반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돈바스)과 흑해 해상 등 최소 6개 지역, 30개 이상의 훈련장에서 진행된다. 러시아 남부군관구 소속 비행단과 흑해 함대가 흑해에서 합동 훈련을 펼친 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나토측도 민감하게 대응할 것이다. '나토 측에 밀리지 않겠다'는 러시아 수뇌부의 의지는 '침공 시나리오'보다는 '자존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분위기는 어떨까? 현지에 사는 한 교민은 "러시아가 크림반도 병합한 후 지난 8년간 동부 지역에서는 내전이 계속됐지만, 현재는 소강상태"라며 "언론에서 전하는 그런 위기감은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를 자국 국경쪽으로 군사력을 전지 배치하려는 나토의 선전전으로, 나토는 위기를 조성한 뒤 우크라이나를 집어삼키려는 러시아의 야욕으로 보는, 상반된 시각이 계속 평행선을 그리는 한, 우크라이나 위기설은 때가 되면 울리는 알람(시계)과 같은 것(푸틴 대통령)이 될 게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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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시아 2021-12-05 06:54:33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7일 화상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국경 긴장상태를 비롯해 사이버 범죄 방지 등 지난 6월 제네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들의 이행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말을 맞아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하면서 "푸틴 대통령과 러-우크라 위기 관련 긴 논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