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나온 그의 전망은 생산 시설의 GMP 기준 미달로 불발 - 이번엔 확실?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년 1분기에 러시아의 신종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승인할 수 있다는 발언이 WHO의 고위인사를 통해 나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스 클루게 WHO 유럽지역 사무소 소장은 16일 러시아 투데이(RT)와의 회견에서 "백신 접종을 포함한 보건 분야는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WHO가 올해 말까지 러시아로부터 자료를 받은 후 내년 1분기에 WHO 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WHO가 긴급 사용을 권장하는 백신 목록에 '스푸트니크V'를 곧 포함할 것이라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낙관론에 공감한다"며 "지난 10월 (스푸트니크V 백신의 생산및 유통을 담당하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가 관련 문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클루게 소장의 승인 전망에는 여전히 '러시아 측이 올해 말까지 자료를 전달할 경우'라는 전제가 달려 있다. 이 자료들이 WHO의 스푸트니크V 승인 여부를 가르는 핵심 포인트로 보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이 지난 14일 '기술 표준'의 차이로 WHO측에 아직 제공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그 자료들이다.
클루게 소장은 또 '보건 분야는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 WHO가 정치적 판단으로 스푸트니크V의 긴급 사용 승인을 미루고 있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앞서 클루게 소장은 지난 6월 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21)에 참석한 자리에서 "러시아에 와 있는 WHO 전문가 팀이 (6월) 4일까지 실사를 끝내고 권장 사항이 포함된 보고서를 준비할 것"이라며 "스푸트니크V의 승인을 낙관할 만한 근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WHO의 현장 점검 과정에서 스푸트니크V 생산 시설 4곳 중 1곳이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의약품품질관리기준) 기준에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신의 원액 생산및 완제품의 병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페스코프 대변인이 인정한 자료 누락까지 겹치면서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WHO의 평가 작업은 지난 9월 일시 중단됐다가 10월 재개됐다.
WHO는 연말까지 러시아측으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받은 후에야 러시아 현장 실사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WHO측이 요구하는 자료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지만, 현지 언론은 임상시험에 관한 자료로 추정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를 양측의 '기술 표준'의 차이, 즉 백신의 승인 요건이 달라 발생한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지난 14일 WHO 승인 지연의 원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승인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전제한 뒤 "정확히 무슨 정보(자료)가 필요하고, 어떻게 표시돼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달라 제공되지 않은 자료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기준은 (WHO와) 다르다"며 "우리는 WHO의 요구 사항을 이해하고 점차 맞춰가고 있으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WHO의 승인 시기에 대해 러시아에서는 내년 1분기 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가말레야 센터'의 데니스 로구노프 부소장은 지난 14일 "WHO의 실사팀이 내년 1월 러시아에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전망대로 내년 1월 WHO의 현장 실사가 이뤄진다면 스푸트니크V의 사용 승인은 내년 1분기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