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엘바시(국부) 나자르바예프 격하운동? 그의 알마티 '비밀 궁전'도 폭로됐다
카자흐 엘바시(국부) 나자르바예프 격하운동? 그의 알마티 '비밀 궁전'도 폭로됐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1.29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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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조성한 '초대 대통령 공원' 산기슭에 나자르바예프 패밀리 저택들이 들어서
푸틴 '비밀 궁전' 관심 의식한 탐사보도매체 폭로 - 원래 공산당 제 1서기 다차지역

카자흐스탄을 30년 가까이 통치한 뒤 물러난 초대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의 '비밀 궁전'이 최근 공개됐다. 반푸틴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리가 '푸틴의 비밀 궁전'이라며 폭로한 흑해 연안의 저택이 '진실 공방'에 들어간 것과는 달리, 나자르바예프 '비밀 궁전'은 그와 그의 패밀리 소유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스스로 대통령 직을 내놓은 나자르바예프의 가족들이 이 곳에서 실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밀 궁전'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확 잡아 끌지만, 집안 내부 모습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푸틴의 '비밀궁전'(?)과 가장 다른 점이다.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모스코프스키 콤소몰레츠(MKRU)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나자르바예프 '비밀 궁전'은 이 나라 최대 도시인 알마티에 있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공원' 옆 산기슭에 숨어 있다. 공개된 지도에서는 부분적으로 숨겨져 있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에는 나자르바예프 전대통령과 그의 세 딸, 친인척 소유로 등록돼 있다.

폭로한 아자티카(Азаттыка, '라디오 스바보다(자유)'의 키르키스스탄 지부)는 나자르바예프 일가가 '대통령 공원'과 이어지는 넓은 땅에 '비밀 궁전'을 짓고 은퇴 후 삶을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대통령 공원' 뒤편에 나자르바예프의 다차(별장)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고 한다. 원래 카자흐스탄 공산당의 초대 제 1서기인 딘무카메드 쿠나예프와 그의 후임자인 게나디 콜빈의 다차, 즉 최고권력자의 다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자르바예프는 지난 1989년 공산당 제1서기에 올랐다.

알마티의 '대통령 공원'에서 본 천산(위)와 공원 입구/바이러 자료 사진

그는 10년전 이 지역 일대를 공원으로 만든 뒤 '초대 대통령(나자르바예프) 공원'이란 이름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이 공원은 현재 알마티 시민들이 가장 아끼는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았다.  

아자티카의 탐사보도에 따르면 나자르바예프 '비밀 궁전'의 부지(다차, 혹은 거주지)는 135헥타르(1헥타르는 1만㎡, 약 3,025평)에 이른다. 필지별로 나눠져 나자르바예프 전대통령과 그의 딸, 조카 등에게 속해 있다. 

나자르바예프 패밀리의 '비밀 궁전'/동영상 캡처
카자흐스탄서 나자르바예프 '비밀 궁전' 발견이라는 제목을 단 MKRU 웹페이지/캡처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거주지를 빼고, 첫째 딸 다리가가 약 9헥타르에 달하는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 한때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유력한 후계자로, 상원의장직에도 올랐지만, 2020년 상원에서 물러났고, 현재는 하원의원이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의 대규모 유혈 반정부 시위 이후 집권 여당인 누르오탄(Nur Otan)의 정치국(소련 공산당식 표현, 지도부)에서 제외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누르오탄' 임시총회는 최근 화상 회의를 통해 나자르바예프의 사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공석이 된 당 의장직에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을 선임하는 등 지도부를 전면 개편했다.

나자르바예프의 (첫째) 딸 다리가, 집권여당 누르오탄 정치국(지도부)에서 밀려나/얀덱스 캡처

다리가는 전체 필지를 4개 블록으로 나눠 3개는 본인 이름으로, 나머지 하나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 이름으로 소유권을 등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녀는 지난 2018년 이 곳에 4만6천㎡에 이르는 큰 저택을 착공했으며, 현재 마무리 작업중이라고 한다. 

둘째 딸 디나라 쿨리바예바는 약 7.5 헥타르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커다란 맨션과 인공 연못, 일하는 사람들의 사택 등으로 이뤄진 저택의 주소지에는 그녀의 남편 티무르 쿨리바예프도 올라가 있다. 미국 격주간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쿨리바예프의 재산은 58억달러로,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빅-5에 속한다. 

막내 딸 아이야와 그녀의 남편 디마쉬 도사노프도 이 곳의 일부 땅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건물이 올라가지는 않았다. 

나자르바예프 '비밀 궁전'의 모습들/동영상 캡처

이 곳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저택은 이혼한 다리가와 사실혼 관계인 카이라트 샤리프바예프의 딸 코를란의 소유라고 한다. 2,350㎡에 이르는 저택은 울타리와 녹지 공간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연못과 테니스 코트, 부속 건물, 헬리콥터 착륙장 등이 있다. 또 나자르바예프 전대통령의 조카인 카이라트 사티발디의 '아내'도 이 곳에 거대한 별장을 짓고 있다.

아자티카 측은 전직 대통령과 그의 가족 중 누구도 '비밀 궁전'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으며, 카자흐스탄 대통령 행정실은 '국가의 필요에 의해 건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또 이 지역은 카자흐스탄 정보기관 KGB에 의해 보호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대 대통령고 그의 가족은 헌법에 의해 보호되고, 특권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자르바예프의 '비밀 궁전'이 공개되기 시작한 것은 토카에프 대통령의 '나자르바예프 격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최근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나자르바예프 세력을 2선으로 밀어냈다. 나자르바예프도 국가 안보회의 의장직에서 해임됐다. 지난 27일에는 카자흐스탄 상원이 나자르바예프에게 주어진 엘바시(국부) 지위와 그에 따른 특권을 박탈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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