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느냐 남느냐' 결정의 순간 다가온다 - 러시아, 한국 등 48개국 '비우호 국가' 지정
'떠나느냐 남느냐' 결정의 순간 다가온다 - 러시아, 한국 등 48개국 '비우호 국가' 지정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3.08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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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비우호국가 채권자에게 루블화로 채무 청산 허용 - 보복 조치의 일환
현지 진출 기업, LNG 건조 조선사, 화학단지 참여 건설사 등 피해 불가피

한국도 러시아로부터 '비우호 국가'로 지정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를 제재한 데 대한 보복조치를 당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 러시아 현지 진출 기업은 물론, 러시아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를 수주한 조선업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의 우스트-루가 대규모 화학단지 조성에 진출한 DL이엔씨와 삼성엔지니어링 등 러시아와 거래하는 모든 기업(단체, 정부)에게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자동차 등 제조 분야가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해외직접결제제품규칙(FDPR) 수출 통제에서 면제받으면서 안도했지만, 그보다 더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이미 물류의 어려움을 이유로 대 러시아 제품 선적을 중단한 바 있다. 

우리나라 등 48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한 러시아 정부 홈피/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는 7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자국에 대한 제재에 동참한 국가 48개국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 발표했다. 이 조치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일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에 대한 채무 이행에 관한 대통령령' О временном порядке исполнения обязательств перед некоторыми иностранными кредиторами (번역하면, 몇몇 대외채무에 대한 의무 이행의 한시적 절차에 관한)에 서명한 뒤, 비우호적 국가의 목록을 이틀 내에 만들 것을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48개국은 미국, 유럽연합(EU)과 함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이다. 

이 대통령령에 따르면 외채를 상환해야 하는 러시아 경제 주체(정부, 지방정부, 기업, 단체, 개인 등)들은 비우호적인 국가의 채권자에게는 매월 1일 러시아 중앙은행이 고시한 환율에 따라 월 1천만 루블을 초과하는 부채에 대해서는 루블로 상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러시아측 채무자는 은행에 채권자 이름으로 계좌 S(특별 계좌라는 뜻)를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채무자가 제멋대로 러시아 은행에 채권자 이름으로 특별계좌를 개설한 뒤 그 계좌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 미국과 EU 포함 48개국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얀덱스 캡처
삼성전자 폴더폰의 모스크바 광고판/사진출처:삼성

 

러시아측으로서는 서방의 경제제재로 부족해진 외화 대신에 루블화로 부채를 상환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나 다를 바 없다. 더욱이 루블화의 가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이후 반토막 난 상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수록 루블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게 분명하다.

러시아로부터 수출 대금 등 돈을 받아야 하는 우리 기업으로서는 루블화로 받을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형편에 처할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러시아에서 해외로 1만 달러 이상 계좌이체하는 것을 금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을 포함해 40여개의 기업이 진출해 있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각각 생산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KT&G와 팔도, 오리온 등도 모스크바 인근에서 공장을 돌리고 있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사진출처:홈피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일부 환차손을 보전한다고 하더라도, 공장을 돌리면 돌릴 수록 손해를 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사건이후 서방의 주요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날 때, 우리 기업들은 손해를 감수하고 버틴 경험을 갖고 있다. 그 결과, TV 등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서 러시아 시장 점유률 1, 2위를 다투고 있다. 

현지 진출 기업들의 고민은, 미국과 유럽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현지 공장의 가동을 멈추고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할 것인지 여부다. 

업계 관계자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영향으로 부품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이미 제품 생산 등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비우호국가 지정으로 추가 피해를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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