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뒤집기) 러시아군이 산부인과 병원을 폭격했다고? 그 진실 찾기 게임
(우크라 전쟁 뒤집기) 러시아군이 산부인과 병원을 폭격했다고? 그 진실 찾기 게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3.1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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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폭격 시간대엔 인도주의적 대피를 위한 휴전 중, 임신부 사진의 조작 의혹도
러시아의 생물학 무기 사용 빌미로 되치기 당한 우크라의 생물학연구소 비밀 폭로?

'우크라이나로 밀고 들어온 러시아군의 탱크' vs '러시아의 경제 전반을 옥죄는 서방측의 가혹한 제재'.

이미 보름을 넘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은, 누가 봐도 확연하게 이런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나토(NATO)로 대변되는 서방 측이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가 굴욕적인 '휴전(혹은 평화)협정'에 동의하든가, 아니면 경제적으로 버티지 못한 러시아가 무조건 휴전에 서명하든가, 둘 중의 하나로 끝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여론전, 나쁜 의미로 '프로파간다'(선전 선동) 싸움이다.

가장 치열한 격전지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러시아에서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 DPR) 마리우폴은 아조프해를 거쳐 흑해로 나아가는 항구도시다. DPR 군대(민병대)은 현재 러시아군의 화력 지원을 받아 마리우폴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행정구역상 도네츠크주에 속하는 만큼, DPR로서는 우크라이나 정부군(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으로 지칭)으로부터 반드시 수복해야 할 땅이다. 양측의 교전도, 여론전도 그 어느 지역보다 치열한 이유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마리우폴 지역 군사작전 지도. 왼쪽 짙은 부분은 러시아군이, 오른쪽 짙은 부분은 DPR 군이 장악한 지역이다. 푸른 색 표식은 러시아군, 붉은 색 표식은 DPR 군 작전 경로로 보인다/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국내 언론에도 마리우폴 격전(?)에 관한 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의 한 산부인과 병원을 폭격했다고 해서,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는 내용이 크게 보도됐다. 우크라이나는 당연히(?) 러시아가 잔혹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진짜 사실일까? 혹시 '프로파간다' 공세의 일환은 아닐까? 국내 언론이 인용한 외신(서방 언론)에 제공된 사진이 (우크라이나 측이) 의도적으로 만든, 혹은 조작한 것은 아닐까?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10일 "마리우폴의 산부인과병원 폭격 보도는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두가지를 들었다. '폭격했다'는 9일에는 마리우폴 주민들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인도주의적 통로'를 개설하고 그 주변 지역을 공격하지 않았다(휴전 체제)는 것과 공개된 사진들의 진위에 대한 의혹 제기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군의 항공(헬기) 폭탄(미사일)은 아무리 약한 것이라도 병원을 때렸다면, 건물 외벽이 박살났을 것"이라며 "멀쩡한 병원 건물은 폭격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미디어·통신 대책반이 9일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병원 건물의 뼈대는 대체로 멀쩡한 편이다. 

우크라이나측이 트위트에 올린 병원 건물/트위트 캡처

놀라운 것은 역시 외신에 나온 임(신)부 사진이다. 배가 부른 임신부가 들것에 실려 옮겨지는 모습이다. 공격한(?) 러시아측을 향해 분노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주 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는 "임신부는 마리우폴에서 잘 알려진 블로거(우리식으로는 인플루언스)"라며 "마리우폴 주민들은 그녀를 바로 알아봤다"고 주장했다. 특히 "들것 사진이 전체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그녀를 모델로 한 계획적인 (조작) 사진"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그녀의 신원은 물론, 함께 일하는 사진작가까지 찾아냈다. 사진작가는 AP 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의 프리랜스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동안 SNS에 빠르게 올라온 러시아군 관련 영상(사진)들과 달리, 임신부 대피 사진은 턱없이 늦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 언론은 “그녀가 (폭격당한) 병원에 있었다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구조대원들과 목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이미 SNS에 올렸을 것"이라며 "사진작가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뒤늦게 미디어와 SNS에 사진을 대량 배포한 것은 사전 계획된 '반러시아 캠페인'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녀가 산부인과병원 촬영 이전에도 다른 장소에서 반러 캠페인의 모델로 등장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실 여부는 SNS 사진을 보고 직접 판단하기 바란다. 문제의 산부인과병원이 이미 우크라이나 무장세력인 '아조프 부대'의 기지화한 상태라는 주장도 러시아에서 나왔다. 설사 공격했더라도 민간인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 '아조프 부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뜻이다. 

@gixie_beauty 인스타그램 캡처(왼쪽 사진)와 우크라이나 사진작가의 사진.
@gixie_beauty 인스타그램의 다른 사진들. 위 사진은 2월 15일, 아래는 2021년 7월 포스팅/캡처

황당한 것은 트위트 측의 태도다. 러시아군의 병원 폭격 사실을 반박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주장을 전한 주영 러시아대사관의 트위트 계정을 폐쇄했다. 외교 공관의 SNS 계정을 차단하는 것도 이례적이고,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공공성 기준으로도 너무 일방적이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생물학 연구소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간의 공방전은 아직 진행 중이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하리코프(우크라이나어로는 하르키우) 등 2개 도시에 있는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진행한 생물학(바이러스와 세균) 시험을 미국이 지원했다는 문서를 확보, 지난 6일 공개했다. 

빅토리아 눌랜드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즉각 "미국은 이 연구소를 지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 사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 구실을 만들기 위해 그같은 가짜 정보를 뿌린다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폭스뉴스의 칼슨 앵커, 우크라이나 (생물학) 연구소에 대한 미국 거짓말에 분개/얀덱스 캡처

그러나 이틀 뒤인 8일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눌랜드 차관은 자신의 발언을 쉽게 뒤집었다. 언론으로부터 '그녀가 우크라이나 생물학 연구소에 관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미 폭스뉴스의 터커 칼슨 Tucker Carlson 앵커)을 받아야 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10여 곳의 생물학 연구소를 지원한 이유로 '공중보건 대응'(방역)이라는 옹색한 명분을 내세워야 할 만큼 궁지로 몰렸다.

미국 측의 실토를 받아낸 러시아 국방부는 10일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이동하는 야생 조류를 이용해 전염병 질병을 퍼뜨리는 연구 프로젝트에도 자금을 댔다고 주장하며 유엔 안보리의 소집을 요구했다. 이 연구소의 생화학무기 개발 여부도 검토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내 언론은 러시아군의 시리아 공습까지 거론하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국측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외신을 일방적으로 인용하는 국내 언론의 한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크라이나의 제공권을 장악한 러시아군이 공격용 헬기 등을 동원해 군사적 타격 목표를 정확히 타격하고 있다는 사실은 러시아 언론에만 나온다. 당초 공격 목표인 '돈바스'(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우크라이나측 통제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진격을 계속하는 러시아군과 DPR, LPR 민병대의 연합 작전이 순조럽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러시아 언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합의 사항인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가 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지,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 주민들에게 배포하기 위해 수백톤의 구호 물자를 실어나르는 구호 트럭들의 행렬에 대해서도 굳이 눈을 감아야 할 것인지, 제대로 돌아봐야 한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 전달할 구호물자를 실은 차량들/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인스타그램

필자는 1994년 시베리아로 탈북 벌목인들 취재에 나섰다가 벌목 현장에서 찍은 사진 한장 때문에 곤욕을 치렀고, 이듬해에는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내전(민족 분쟁)의 휴전 협정 취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사라예보로 날아갔다. 그 과정에서 보도 사진 한장이 갖는 상징성과 전쟁의 참사, 진영간 '프로파간다' 등을 몸으로 실제 체험한 바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넘은 것은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팩트(진실)를 전해야 하는' 언론의 존재 가치를 기준으로 할 때, 이제는 국내 언론도 일방적인 외신 베끼기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바이러시아(www.buyrussia21.com)가 러시아 언론을 인용해 국내 주요 언론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는 외신들이 전하는 뉴스의 행간에 숨은 의미를 러시아 언론에서 찾아내 전달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뒤집어 보기'와 '우크라이나 사태 행간 읽기' 코너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 코너를 통해 일방적인 병원 폭격 기사도, 생화학 연구소 논란도 우리의 독자적인 눈으로 사실 여부를 판단할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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