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 총공세에 나선 러시아군의 '가마솥 작전' - 무기 유입 막고 포위 공격으로 끝낸다
돈바스 총공세에 나선 러시아군의 '가마솥 작전' - 무기 유입 막고 포위 공격으로 끝낸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4.19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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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전면 공격, 3개 방향으로 진행 - 돈바스 포위작전, 서방 무기 유입 차단, 마리우폴 소탕 후 북진

우크라이나에서 특수 군사작전을 펴고 있는 러시아군이 20일 가량 전열을 재정비한 뒤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지역을 겨냥해 전면 재공격을 시작한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인도의 '인디아 투데이'와의 회견에서 러시아 군사작전이 다음 단계(2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에 대한 전면 공격을 시작했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날 주장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라브로프 장관: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의 다음 단계가 시작된다/얀덱스 캡처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군 사이에서도 자신들을 포위, 고립시키는 러시아군의 소위 '솥뚜껑 닫기' 작전이 개시됐다는 정보들이 전날부터 흘러 나왔다. 동시에 남부 전략 요충지 마리우폴의 '아조프스탈' 야금 공장에 고립된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소탕작전도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의 이번 공격은 크게 세 방향으로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의 군사 작전의 최종 목표는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의 돈바스 지역 완전 해방(탈환)이다. 러시아군 총참모부의 지휘부는 지난달 25일 키예프(키이우) 등을 대상으로 한 1단계 군사 작전의 이행 완료와 함께 돈바스 해방이라는 2단계 작전에 들어갈 것임을 일찌감치 예고한 바 있다. 

러시아 매체 '리포터'에 실린 군사지도. 붉은 선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의 전선. 화살표가 러시아군의 공격 방향. 아래 쪽에서 북서진하고, 위쪽에서 남하한 러시아군이 중간에서 만나 오른 편에 위치한 우크라이나군을 '가마솥' 속으로 몰아넣는다는 게 '가마솥 작전'의 기본 개념이다. 
러시아 군전력, '돈바스 가마솥' 폐쇄 작전 시작/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나온 군사작전 지도를 보면, 러시아군은 돈바스 지역의 남서쪽 자포로제 주(州)의 굴랴이폴레와 도네츠크 주의 벨리카야노보셀카를 잇는 전선을 북서쪽의 포크로프스코에 쪽으로 밀어올리고 있다. 또 돈바스 북쪽의 하리코프주에서는 남서진하면서 그 사이에 끼인 우크라이나군을 소위 '가마솥'으로 몰아넣고 제거할 계획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를 '가마솥 (뚜껑 덮기) 작전'이라고 부른다.

최전선에 있는 현지 종군기자들은 이 작전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도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뿐 아니라 남부 자포로제 지역에서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

러시아군은 '가마솥 작전' 개시에 앞서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들의 돈바스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8일 “지난 6일 동안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 우크라이나로 배송된 대량의 무기를 총괄하는 우크라이나 군수및 병참 사령부 산하의 물류센터와 그 곳에 있던 무기들이 고정밀 미사일들로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군사 목표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러시아군(위)와 긴급 가설된 임시 부교를 통해 강을 건너는 러시아군 탱크/러시아 국방부 영상 캡처
국방부, 리비우 우크라이나군 무기고 고정밀 미사일로 타격 발표/얀덱스 캡처

미 CNN 방송은 17일 미국이 제공하는 8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첫 번째 물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Mi-17 헬기 11대, 155mm 곡사포 18문, 스위치블레이드 드론 300대 등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미국 무기들이 러시아군의 폭격 목표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앞서 우크라이나로 들어온 외국의 무기들은 러시아군의 공격 표적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키이우 인근의 탄약고와 드네프로의 토치카-U 미사일 정비 공장에 대해서도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우니안 통신(УНИАН, unian.net)은 18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 경보가 발령됐다고 보도한 것을 보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이 대대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최대 격전지로 알려진 마리우폴에서도 러시아군의 마지막 공격이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군(민병대) 사령관 에두아르트 바수린은 19일 "우크라이나군의 최후 거점인 마리우폴 '아조프스탈' 야금공장 소탕 작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공군과 포병의 지원을 받은 DPR 선발대가 공장으로 진입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조만간 항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DPR 민병대 사령관 바수린, 마리우폴 '아조프스탈' 공장에 대한 공격 시작에 대해 알려/얀덱스 캡처 

러시아군과 DPR군은 "19일 오후 4시~6시(현지 시간)에 우크라이나군과 외국 용병들은 무장을 해제하고 공장에서 벗어날 것"을 최종적으로 통보했다. 최후 통첩 시간이 지나면, 러시아군은 폭격기 투폴레츠(Tu)-22M3가 FAB-3000(러시아어로는 ФАБ-3000) 고폭탄으로 공장의 지하시설을 파괴한 뒤 강력한 화염방사기 시스템인 '솔체페크' (Солнцепек)로 내부 시설을 태울 계획(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지 보도)이다. 그 후 본대가 공장 내부로 진입해 소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조프스탈'에는 '아조프 부대'와 외국 용병 등 약 2천500명의 우크라이나군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거듭된 최후통첩을 거부한 채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마리우폴 소탕전을 끝낸 러시아군과 DPR군은 주력 부대를 자포로제 쪽으로 돌려 '가마솥 작전'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많은 러시아군이 밀어닥치더라도 우리는 싸울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키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아조프스탈 공장에 포위된 우크라이나군이 제거될 경우, 러시아와 협상은 더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하는가 하면, 최근 체포한 친러 야당 '생명을 위해' 대표 빅토르 메드베드추크와의 교환을 제안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판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 같다. 양측의 군사력 차이 때문이다.

러시아군에 항복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머리에 손을 얹고 버스에 오르고 있다/사진출처:텔레그램

우크라이나 정부 측의 세르히 하이다이 루간스크 주지사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군이 엄청난 중화기와 함께 루간스크주 크레미나에 진입했다"며 "크레미나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고 밝혔다.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도 이날 러시아군의 폭격이 재개됐으며, 이로 인해 민간인 4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메드베드추크 대표는 러시아 국민이 아니다"며 "우크라이나와 포로교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안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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