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두줄-17일) 우크라군의 항복을 항복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까닭?
(우크라 두줄-17일) 우크라군의 항복을 항복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까닭?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5.18 05: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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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측 '무조건 항복' vs '임무 완수후 대피' '포로 교환 석방' vs '테러범 사형'
G7 재무장관, 러시아의 '석유 금수' 대신 '관세 부과'로 변경? - 러-우크라 협상 중단

무조건 항복한 것일까? 임무를 완수하고 대피한 것일까?

격전지 마리우폴의 아조프스탈(아조우스탈) 공장지대를 거점으로 결사 항전을 벌이던 우크라이나군 264명이 16일 러시아군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군의 통제 지역으로 이송됐다.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 부상병들은 치료를 받았고, 멀쩡한 사람들은 몸 수색을 당한 뒤 버스에 올랐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버스에 탄 우크라이나군의 얼굴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무표정해 보인다.
 

우크라이나군이 들것에 부상병들을 싣고 아조프스탈 공장을 걸어 나와/사진출처:현지 TV 방송 캡처  
부상병을 포함해 모두 러시아군의 몸수색을 당한 뒤
부상병은 앰뷰런스로,
또 대형 버스로 향하고 있다.
부상병을 돌보는 러시아 의무병과
무표정한 표정으로 버스에 앉은 우크라이나군/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영상 캡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서방) 외신이 이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딱 여기까지다. 그외는 양측의 시각이 엇갈린다. 치열한 신경전으로 이해된다.

우크라이나군 최고 지휘부는 마리우폴의 군사작전 종료를 선언하면서 "마리우폴 수비대는 임무를 완수했다”고 치하했다. 또 "부대 지휘관들에게 스스로 목숨을 부지할 것을 명했다”고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우크라이나군의 발표대로 "우크라이나군이 마리우폴에서 전투 임무를 끝내고 아조프스탈에서 대피했다"는 요지로 썼다. 러시아측은 발끈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주유엔 러시아 부대사는 트위터에 NYT기사를 공유한 뒤 "나치(우크라이나 아조프 부대, 러시아는 테러 조직으로 지정)가 조건 없이 항복했다"며 "간단한 메시지(항복)를 영어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고 비꼬았다.

우크라이나는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나서 “마리우폴 수비대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며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치하하면서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한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며 포로 교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포로 교환'이라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부상한 전우를 들것에 태워 이동하는 우크라이나군/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동영상 캡처

그러나 아조프 부대를 이미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러시아측은 이들을 '전쟁중 포로'가 아니라 전범 혹은 테러범으로 신병처리할 계획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중대범죄를 다루는 수사위원회는 260여명 개개인을 심문할 예정이다.

또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이들을 포로교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결의안 혹은 법안을 마련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COVID 19)로 사망한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가 결성한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에서는 '테러범에게는 반드시 사형을'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또 아조프스탈에서 여전히 저항 중인 군부대에 대해 "구조 임무(?)가 진행 중"이라며 "군사적 수단만으로 뚫어내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항복하거나 협상을 하겠다는 뜻인데, 러시아측은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

아조프 부대를 이끄는 프로코펜코 부대장은 부상병을 포함해 260여명의 투항 직전에 올린 텔레그램 영상에서 "최고의 전술은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되 최대한 많이 살아남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마리우폴 수비대 전체가 최고군사령부에서 승인된 결정을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이를 '무조건 항복 의사'로 해석했다. 

마리우폴의 아조프스탈 공장지대서 저항하는 우크라이나군/사진출처: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조프스탈 공장지대에는 투항 결정 당시 2,5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군이 남아 있었다. 이중 404명이 부상했고, 55명은 들것에 의존해야 하는 중상자였다. 또 시신 200구를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교 1명을 포함한 3명의 러시아군 포로도 함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직도 2.000명 가까운 병력이 무기 대신 백기를 들고 아조프스탈 공장지대에 나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 두줄 뉴스-17일

- 스웨덴과 핀란드는 오는 18일 동시에 나토(NATO) 가입을 신청할 것이라고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가 밝혔다. 

- 러시아는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州)의 도로와 교량을 수리하고 복구할 것이라고 마라트 후스눌린 러시아 부총리가 밝혔다. 또 러시아는 헤르손 지역 전체의 경제 회복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카림 칸 대표는 전쟁 범죄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위해 42명으로 구성된 팀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수사관과 법의학 전문가, 지원 인력 등으로 구성됐다. 

- 미국은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 석유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 대신 러시아산 석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재안을 유럽연합(EU)측에 제안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관세 부과안이 석유의 공급량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러시아측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러시아 중앙은행이 개인별 외화 송금한도를 확대하기로 발표한 뒤 루블화는 달러(달러당 63.6루블)와 유로(유로당 67루블)에 약세를 보였다. 러시아중앙은행은 전날 개인이 한 달에 최대 5만달러까지 해외로 송금할 수 있도록 외환 통제를 완화했다.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사진출처: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 러시아와 협상을 이끌고 있는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와의 협상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앞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우크라이나와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은 없다"며 "우크라이나는 협상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다"고 말했다. 

- 프랑스 에너지기업 '엔지'는 러시아의 가스프롬과 천연가스 구매대금 지급 방식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가 요구하는 대로 '가스프롬방크'에 특별 계좌를 개설했거나 개설할 계획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EU의 권고대로 이달 말 이전에 유로화로 가스 대금을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핀란드가 나토(NATO) 가입을 기념하는 'Otan' 맥주를 출시했다. 핀란드어로 '나는 맥주를 마신다'는 뜻이지만, Otan의 철자를 뒤집으면 NATO가 된다. 

핀란드의 오탄 맥주

- 42억5천만파운드(약 6조7천억원) 규모의 영국 프로축구 구단 '첼시'의 매각 계약이 아직 영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올리가르히' 출신의 현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매각 수익을 챙길 수 없도록 법적인 장치를 확보하려고 하고, 아브라모비치 측은 "수익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버티면서 첼시 매각은 표류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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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도 2022-05-18 13:2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