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권 군사안보협력체 CSTO 정상회의, 예상보다 조용하게 끝났다
구소련권 군사안보협력체 CSTO 정상회의, 예상보다 조용하게 끝났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5.18 0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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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의 핀란드 스웨덴 나토 가입에 "영토적 안보적 문제가 없다"
결성 20주년 공동성명에도 나토와의 협력 구축 문구 - 벨라루스는 강경

옛 소련권 군사·안보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정상회의가 16일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러시아의 주도로 지난 2002년 결성됐으니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회원국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6개국이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립국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최종 결정하는 바람에 CSTO의 공식적인 대응 여부가 주목을 끌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나토 확장 문제에 대한 CSTO의 통일된 입장이 서방의 '지옥 같은 제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으나, 발표된 공동 성명에서는 '완화'됐다. 

CSTO 정상들은 모스크바 정상회의를 결산하는 몇가지 공동 문서(성명)를 채택했다/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CSTO 공동성명은 "CSTO는 현대의 광범위한 도전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상당한 잠재력을 축적하고 (유라시아) 평화 유지의 중요한 한 축으로 올라섰다"며 "유엔은 물론, 관심 있는 국제 및 지역기구, 국가와 협력을 강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했다.

또 "특정 국가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국제법의 규범과 원칙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협상 형식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대륙의 긴장 완화를 위해 나토(NATO)와 실질적인 협력을 구축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CSTO 정상회의서 정상들의 발언을 경청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주목을 끈 것은 역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반응이다. 그는 이날 정상회의 연설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그 자체로는 러시아에 직접적인 위협을 조성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두 나라와 영토적 안보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반응을 예상한 핀란드와 스웨덴은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에 적잖이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나토의 군사적 자산이 이들 국가에 배치될 경우,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어떤 대응을 할지는 조성될 위협에 근거해 검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나토가 단 한 나라(미국)의 대외정책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이 모든 상황은 가뜩이나 복잡한 국제 안보 정세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회의에서 회원국들에게 나토 확장에 따른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의 불가피성과 진행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확장에 대한 강경 발언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러시아가 단독으로 동맹을 확대하려는 시도에 맞서 싸워게 해서는 안된다"며 "CSTO를 강화하고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치적 교류와 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서방이 벨로루시와 러시아에 대해 전면적인 하이브리드 침략을 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렘린에서 열린 CSTO 정상회의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CSTO는 ‘한 회원국이 외부 세력의 침략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제4조)의 조약을 갖고 있으나 아직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올해 초 반정부 시위 유혈 사태가 벌어진 카자흐스탄에 러시아 공수부대가 주축이 된 CSTO 평화유지군 2,500명이 긴급 투입된 게 거의 유일하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합류하면 회원국은 32개국으로 늘어나지만, CSTO는 여전히 결성 초기의 규모에 머물러 있다. 현지 일부 전문가들이 CSTO의 조직 확장을 요구하는 이유다.

그나마 현지 언론은 “몇 년 안에 (회원국이) 더 이상 6개국이 아닐 것이고, 강요된 정치 체제의 변화보다 평화와 안정을 중시하는 수십개 국으로 조직이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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