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의 러시아 철수 이후 - 러시아 토종 '대체 푸드'가 뜬다?
맥도날드의 러시아 철수 이후 - 러시아 토종 '대체 푸드'가 뜬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5.19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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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르노자동차 같은 날 러시아 떠나기로 - 소련 향수를 자극하는 브랜드가 부상할 듯

전쟁의 장기화에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던 모양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자동차 제작회사 '아프토바즈'를 소유한 프랑스 르노 자동차와 고르바초프식 소련 개방의 상징 맥도날드가 같은 날 러시아를 떠나기로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는 16일 러시아 시장 철수를 발표했다. 맥도날드 측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예측 불가능성의 증대로 러시아 사업의 지속적 유지가 바람직하지 않고, 맥도날드의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30년 이상 개척한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현지(러시아) 사업 파트너에게 사업을 매각할 계획이다. 

맥도날드의 현지 파트너는 모스크바와 러시아CIS에서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3개 업체다. 프랜차이즈 전문업체 '라즈비티예 로스트'(франчайз «Развитие рост»)와 시베리아 기반의 레스토랑 체인 '기드'(ГиД), '맛집지역네트워크'(СПП, Региональная сеть предприятий питания)로, 전체 850개 맥도날드 매장 중 132개를 운영 중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전문 '라즈비티예 로스트'가 모스크바의 주요 공항과 레닌그라드 역 등 수도권에서 운영하는 12개 매장은 지금까지 문을 닫지 않았다. 

문을 닫은 모스크바 맥도날드 매장/바이러 자료 사진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가 지목한 인수 유력 업체는 '맛집지역네트워크'다. 카자흐스탄의 초대 대통령 나자르바예프의 딸 다리가와 사돈 관계인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카이라트 보란바예프 회장이 소유한 업체다. 다만, 보란바예프 회장이 카자흐의 대규모 유혈 사태 이후 나자르바예프 패밀리의 몰락을 상징하듯, 지난 3월 전격 체포된 게 변수로 보인다. 그는 지난 10일에는 한달간 구속이 연장됐다. 레스토랑 체인 '기드'(ГиД)도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맥도날드 인수업체는 6월 중순 새로운 브랜드로 매장의 문을 다시 열고 현재의 고용과 공급업자 루트, 메뉴 등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맥도날드는 직원만도 6만2천여 명에 이르고, 하청업체 근로자도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맥도날드 매장/사진출처:위키피디아

맥도날드가 러시아에 문을 처음 연 것은 소련 붕괴 전인 지난 1990년 1월이다. 당시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모스크바 시내 푸시킨 광장에 1호점을 여는 날, 미국의 햄버거를 맛보려는 모스크바 시민들이 약 450m나 길게 줄을 섰고,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이 대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후 맥도날드는 무너지는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으로 유입된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고, "미국에 갈 수 없다면 모스크바 맥도날드로 오세요"라는 텔레비전 광고도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30년 이상 러시아CIS의 외식 문화를 장악한 맥도날드는 지난 3월 15일 문을 닫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수 군사작전에 대한 미국의 제재조치를 따른 것. 그리고 전쟁을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러시아 시장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맥도날드가 떠난 러시아 패스트푸드(외식산업)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러시아 외식 시장에서 맥도날드는 9.3% 점유률로 선두를 달렸고, KFC는 5.9%, 버거킹는 5.8%를 차지했다. 러시아 토종 브랜드인 '도도피자'(Dodo Pizza)는 1.6%, '블랙스타버거'(Black Star Burger)는 1.2%. 맥도날드를 대체하는 새로운 브랜드와 KFC, 버거킹이 여전히 '3파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토종 브랜드가 치고 올라올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맥도날드를 닮은 러시아 토종(?) 브랜드 '바냐 아저씨'/사진출처@unsplash SNS

현지에서는 이미 ‘맥도날드의 짝퉁’ 브랜드 '바냐 아저씨'가 주목을 끌고 있다고 한다. 맥도날드 로고를 눕힌 뒤 줄 하나를 더 그어 알파벳 ‘B’ 모양을 만든 브랜드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바냐 아저씨가 1년 안에 모스크바 내 250개 맥도날드 매장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모스크바 시민들은 문을 닫은 맥도날드의 대체 먹거리를 찾았다/얀덱스 캡처
60년대 모스크바 코리키 도로에 있던 피로쥐키 가게/텔레그램 캡처

맥도날드가 러시아를 떠나면서 소련시절의 패스트 푸드인 피로쥐키(파이)와 도넛, 만두, 체부레키(카프카스의 양고기 파이), 벨랴쉬(고기 만두) 등이 다시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는 언론 시각도 없지 않다. 한 매체는 모스크바 고리키 대로에 있는 1960년대 '파이 가게'의 사진을 보면 러시아인들이 맥도날드 햄버거를 대체할 최고의 메뉴로 소련식 '파이'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과거의 감성을 파는 대표적인 현지 브랜드로는 도도피자와 블랙스타버거외에 테레목(Теремок)과 피자스시웍(PizzaSushiWok), 크로쉬카-카르도쉬카(Крошка-Картошка) 등이 지목되고 있다. 

러시아 자동차 모델 '라다 베스타'(소형차 부문)와 '라다 라구스'(컴팩트 밴)가 러시아 2021년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됐다는 기사 묶음/얀덱스 캡처

맥도날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자동차 브랜드 '라다'를 생산하는 자동차업체 '아프토바스'의 최대 주주인 프랑스 르노 자동차도 16일 모든 자산을 넘기고 러시아를 떠나기로 했다. '아브토바스'의 지분 68%는 러시아 국영 자동차개발연구소 'NAMI'로, 모스크바 현지 공장 '르노 러시아'는 지분 전체를 모스크바시로 넘겼다. 

모스크바시는 인수한 '르노 러시아' 자동차 공장에서 한동안 단종됐던 러시아 인기 브랜드 '모스크비치'의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다. 역시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게 할 결정이다. 다만, 르노자동차는 향후 6년 이내에 아프토바스 지분을 재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6년 내에 전쟁이 끝나면 다시 러시아로 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맥도날드도 르노자동차와 비슷한 옵션을 확보할 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미국의 음료 브랜드 펩시(PepsiCo)도 이미 기존의 음료 펩시콜라와 미린다, 세븐업(7Up) 등의 생산및 판매를 중단했다. 대신, 러시아식 새 음료 '오렌지와 레몬, 라임향의 레모네이드'를 내달 초 '루스키 다르' (Русский дар)의 브랜드로 출시할 것이라고 전해졌다. 아직 샘플은 나오지 않았지만, 곧 새 음료수의 병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현지 매체 rbc는 보도했다. 러시아는 펩시가 코카콜라보다 더 유명한 곳 중의 하나다. 또 유제품과 이유식 등은 러시아에서 계속 생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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