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러시아 자동차 시장, 중국과 인도 업체가 눈독 들여 - 현대차는?
'무주공산' 러시아 자동차 시장, 중국과 인도 업체가 눈독 들여 - 현대차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5.22 0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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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과 유럽 자동차 업체 철수 혹은 공장 가동 중단 - 현재 가동 공장은 단 2군데?
중국 하발과 기리, 인도의 타다와 마힌드라가 러시아 시장 확보에 -현대차 어떡해?

전쟁 전 미국이 공언한 서방의 혹독한 제재로 러시아의 자동차 시장은 거의 얼어붙었다. 지난 4월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75%이상 크게 줄었고, 현지 자동차 공장도 단 2곳을 제외하면 모두 '올 스톱' 상태다.

미국과 유럽 주요 자동차 회사들도 아예 러시아에서 완전히(?) 발을 빼고 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작회사인 '아프토바즈'의 경영권을 지닌 프랑스 '르노 자동차'도 지난 16일 모든 지분을 러시아 측에 넘기고 철수했다.

18일 현재 러시아에서 가동중인 승용차 공장은 2곳 남았다/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재 러시아에서 가동되는 자동차 공장은 단 2곳이다. 울리야노프스크에 있는 우아즈(UAZ) 공장과 중국 하발(Haval) 자동차의 툴라 현지 공장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5월의 긴 연휴를 끝내고 공장 가동에 들어간 우아즈, 하발도 원자재와 부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일본 마즈다(Mazda) 공장은 지난 18일 휴가를 끝내고 Mazda 6, CX-5 및 CX-9 모델의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포기했다.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 등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니즈니노보고로드의 폭스바겐이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닛산은 올해 생산 계획을 포기했다.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있는 '아프토토르 공장'은 23일 재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나 유동적이다. '아프토토르'는 현대차 일부 모델을 조립 생산하는 공장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과 인도의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러시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중국의 크로스오버(SUV) 하발 다르고 신형에 대한 선주문이 러시아에서 시작됐다/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업계의 선두 주자인 하발은 SUV(크로스오버) '다르고'(Dargo) 모델에 대한 형식 승인을 최근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받고 선주문 예약을 시작했다. 또 중국에서도 출시되지 않은 새 모델인 크로스쿠페 형 '센슈 SUV'도 러시아 시장에 선을 보일 예정이다. 

또 다른 중국 자동차 기업 '기리'(Geely)는 SUV 'NERO' 모델의 새로운 버전을 내놨다. 역시 내달부터 러시아에서 판매하기로 하고, 선주문을 받고 있다.

중국의 기리 자동차 KX11 모델
중국 하발의 DARGO 모델/홈페이지 캡처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러시아 시장 공략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유럽 브랜드에 밀려 맥을 못춘 중국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지난 2014년,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철수한 틈을 타 러시아 시장을 장악한 현대차동차의 당시 전략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물론, 중국도 대러 제재에 동참할 것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데, 두 회사는 이미 중국 정부로부터 최소한 '묵시적 지원 의사'를 받아냈을 것으로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인도의 1, 2위 자동차 업체 타다모터스(Tata Motors)와 마힌드라의 움직임이다. 이미 재규어(Jaguar)와 랜드로버(Land Rover)를 인수한 타다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를 겨냥하고 있고, 마힌드라는 한때 쌍용차를 소유한 바 있다. "두 회사의 기술력을 후진적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옛날 생각'"이라고 현지 자동차 전문 매체는 지적했다. 타다에는 러시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저렴한 SUV 모델인 넥슨(Nexon)과 해리어(Harrier), 펀치(Punch) 등이 있다고도 했다. 

인도 타다모터스의 넥슨 EV/홈페이지 캡처

마힌드라는 지난 2005년 고르키 자동차 공장에서 스콜피오(Scorpio) 중형 SUV를 조립 생산해 러시아 시장에서도 이미 알려진 기업이다. 당시 대량 생산하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그 모델이 살아있어 언제든지 '조립 생산' 가능하다고 한다. 

반면,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현지 공장은 무기한 '가동 중단한' 상태다. 가까운 시일 내에 작업을 재개할 가능성도 없다. 중국과 인도 자동차 업체들이 힘들게 닦아놓은 러시아 시장을 조금씩 갉아먹는 것을 지켜봐야 할 처지다. 그나마 현대기아차도 주요 모델의 형식 승인을 추가로 받아놓았다고 하니, 한국에서 자동차를 수입, 판매하는 방식으로 러시아 시장을 잘 방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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