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우크라 전쟁 관련 책읽기 (하) - 동서 강대국들의 패권적 시각으로
휴가철 우크라 전쟁 관련 책읽기 (하) - 동서 강대국들의 패권적 시각으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7.19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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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각축전,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등 신간 나와
1년 전 출간된(이제사 번역된) '핵전쟁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학습효과' 발휘?

휴가철에 읽을 만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책 - 계속
 

◇ 우크라이나 전쟁,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각축전(알렉스 캘리니코스, 로잘리, 김준효, 이원웅, 클레어 렘리치 지음. 책갈피. 352쪽. 17,000원)

마르크스주의 석학으로 꼽히는 알렉스 캘리니코스 영국 런던대학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를 중심으로 동서양 좌파 지식인(사회주의자)들이 함께 만든 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대국들간의 패권 경쟁'이라는 맥락 속에서 조명하는 만큼, 미국과 영국 주장 일변도의 분석과는 결이 다르다. 

우선 캘리니코스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제국주의의 패권적 시각에서 분석한다. 또 저명한 좌파 지식인들인 폴 메이슨, 질베르 아슈카르와의 논쟁에서 자신의 색깔(주장)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러시아에 맞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서방을 지지해야 한다'거나 '이 전쟁은 제국주의 전쟁이 아니다'라는 주장들을 예리하고 차분하게 반박하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다각도로 파악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이 논쟁을 담은 제 5장이 매우 유익할 것 같다. 

책은 모두 9장으로 구성됐다. 제 1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과 성격, 전쟁에 맞서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제시하고, 2장과 3장은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소련 붕괴의 전후 상황을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의 틀에 맞춰 이번 전쟁의 배경을 살핀다. 또 4장에서는 이 전쟁이 세계적으로 어떤 지정학적 파장과 모순을 낳고 있는지 설명하고, 5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둘러싼 좌파 지식인들간의 치열한 논쟁을 다룬다. 6장은 이번 전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7장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 서방의 개입을 지지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8장은 서방의 보조를 맞추고 있는 한국 정부의 문제점 등을 풀어준다. 마지막으로 9장에서는 서방(나토)의 (군사적) 개입이 아니라면, 어떻게 전쟁을 끝낼 수 있는지, 평화를 염원한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나토 외무장관 회의/사진출처:나토 홈페이지

예컨대 이런 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면한 지금, 우리는 당연히 러시아 제국주의와 그들이 벌인 무자비한 침공을 규탄해야 한다. 러시아군의 즉각 철군을 요구해야 한다. (중략) 미국 제국주의의 동맹인 나라에 사는 우리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지금의 재앙을 낳는 데 일조했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그들은 러시아가 취약해졌을 때, 러시아 국경 쪽으로 나토를 진출시키고 친서방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에게 서방에 합류할 수 있다는 환상을 부추겨서 푸틴의 불만과 피해 망상에 부채질을 했다. 많은 사람이 전쟁의 진정한 원인을 이해할수록 제국주의 체제 자체에 맞선 운동을 더 크게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을 끝내는 바람직한 방법」중에서

출판사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올바르게 이해함으로써 전쟁을 멈출 바람직한 방안을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깊은 고민이 담긴 책"이라고 소개했다.

◇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일리야 벨랴코프. 틈새책방. 332쪽. 16,800원)

JTBC의 인기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러시아 대표로 활약했던 일리야 벨랴코프가 자신의 모국이자 선뜻 '이해하기 힘든' 러시아를 시의적절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한국에 귀화했지만, 그에게는 아직도 러시아가 더 익숙하다. 책은 그의 개인적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우리에게 '지극히 사적으로' 러시아를 들려준다. 미국 등 서방 일변도의 우리에게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러시아인 특유의 정서와 생각을 읽어낼 수 있도록 만든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는 세계적으로 '공공의 적'이 된 느낌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러시아가 군사작전을 감행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또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가혹할 정도로 제재를 가하고, 전쟁마저 장기화되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지지가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푸틴 체제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다.

도대체 왜 그럴까? 러시아는 우리와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살아온 환경과 문화, 역사가 다르면, 그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러시아와 러시아인의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을 찾는 첫번째 '키워드'다. 수많은 키워드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K팝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바이러 자료 사진

세 파트로 나눠진 책은 먼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다룬다. 러시아인은 왜 웃지 않는지, 전 세계에 퍼진 러시아 밈의 실체는 무엇인지 등 가벼운 주제로 러시아인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두 번째 파트는 소련이 붕괴한 이후 ‘현재의 러시아’가 만들어진 과정을 소개한다. 올리가르히(신흥 재벌)가 등장하고 극도의 혼란 속에서 러시아인들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살펴 보면, 지금의 러시아 정서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 파트는 러시아의 문화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러시아는 감정에 휩쓸려 무모한 짓을 하는 나라가 아니다. 나름대로 논리정연하고, 사람 사는 동네답게 타협과 절충이 작동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만, 처한 입장이 다르고, 문화가 서구식을 따른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그들(러시아인)이 이상하게 보일 뿐이다.

◇ 핵전쟁 위기 (세르히 플로히 지음. 허승철 옮김. 삼인. 463쪽. 24,000원)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서방 측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러시아 측은 핵무기 사용의 기본 원칙을 들어가며 이를 반박했지만, 핵전쟁 위기론은 쉬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미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인 세르히 플로히가 소련측 자료를 바탕으로 새롭게 쓴 '쿠바 미사일 위기'는 주목할 만하다. 비록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전에 나온 책이지만, 내용이 기존의 것들과는 다르다. 뒤늦게 공개된 KGB(소련 정보기관) 문서 등 소련 측 자료를 바탕으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조명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내린 '쿠바 미사일 위기가 결코 미국 외교 안보 정책의 승리가 아니었다'는 결론은 이번 전쟁에도 참고(학습 효과)가 될 만하지 않을까? 원제목은 'Nuclear Folly: A History of The Cuban Missile Crisis'로, 직역하면 '핵 바보짓:쿠바 미사일 위기의 역사'다.

이 책은 쿠바 미사일 위기 해결 과정이 핵 위기 관리의 ‘모범’이라는 그간의 '평가'를 뒤집는다. 진실을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이 케네디 대통령과 최측근 참모들의 상황 판단과 올바른 의사 결정 덕분에 소련과의 (핵) 갈등을 해결했다는 주장을 부정하면서 "오히려 백악관과 크렘린의 오판(바보같은 짓) 때문에 핵전쟁으로 치달았다"는 가정을 입증하고 있다.

저자는 “케네디 (미 대통령과)와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제1서기) 둘 다 쿠바 위기가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으로 비화될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 전면 충돌을 피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핵전쟁을 막은 것은 ‘이성적 사전 판단’이 아니라 ‘결과에 따르는 공포’였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작동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란 소련이 지난 1962년 미 플로리다와 불과 200여㎞ 떨어진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면서 불거진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을 말한다. 당시 미국은 터키와 유럽에 모스크바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갖고 있었지만, 반격할 수단을 갖지 못한 소련은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마침 반미 노선의 카스트로가 1959년 쿠바의 권력을 잡자, 소련은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만들기로 했다. 

러시아가 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책은 “쿠바에 8기의 소련 미사일이 전투 배치됐다”는 CIA의 보고에 미 백악관은 공습 대신 소련의 선박들이 쿠바로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해상 봉쇄’ 전략을 채택했지만, 이후 회항하는 소련 선박에 공격 명령을 내리는 등 백악관은 우왕좌왕했다"고 주장한다. 또 '쿠바의 소련 미사일 기지와 터키의 미국 미사일 기지를 함께 철수하자'는 흐루시초프의 제안이 거꾸로 미국의 ‘매파’들을 자극해 쿠바 대규모 공습 계획을 준비하게끔 만들었다고 전한다. 그 당시 소련은 쿠바가 대규모 공습을 당할 경우, 쿠바 현지 소련군 사령관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하니, '첫 단추를 진짜 누가 잘못 끼웠는지' 궁금할 판이다.

미국에 이어 러시아도 지난 2019년 ‘중거리핵전력조약’을 탈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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