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막혔던 흑해가 다시 열리는데.. 서명식부터 어긋난 러-우크라 "불안"
전쟁으로 막혔던 흑해가 다시 열리는데.. 서명식부터 어긋난 러-우크라 "불안"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7.23 0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 우크라 터키 유엔 4자 대표 "곡물 수출 합의안' 서명 - 최대 2천만톤 세계시장에
쇼이구 국방장관 "수일내 합의 시행 가능" vs 안전한 항로 확보 등 난제 산적 지적도

전쟁으로 막혔던 우크리아나의 흑해가 다시 열린다.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엔과 튀르키예(터키) 등 4자 대표들은 22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유엔의 주도하에 타결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최대 2천만톤(t)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곡물이 흑해를 통해 다시 세계시장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합의서에 지정된 항구는 흑해 연안의 오데사와 체르노모르스코예, 유즈노예 등 3곳이다.

러시아와 터키, 유엔 대표가 곡물 수출 합의안에 서명했다/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서명식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혈 충돌을 벌이는 당사자들간에 전례 없는 합의가 이뤄졌다"며 “글로벌 식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이 합의안 준수에 힘써줄 것"을 촉구했다. 또 “오늘 흑해에 비춰진 희망의 등불이 우리 모두를 평화의 길로 인도해줄 수 있길 바란다”고도 했다. 

서명을 지켜본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 합의안을 통해 수십억 명이 기근에 직면하지 않게 됐다”며 “이번 합의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절차에서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의안 서명은 현지로 날아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장관 간에 이뤄졌다.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올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인프라 장관은 그 전에 따로 비슷한 문서(우크라-터키-유엔 합의안)에 서명했다. '역사적인(?)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모양이 떨어지는 서명식이라고 할 수 있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합의안에 서명한(위) 뒤, 터키측과 합의문을 교환했다. 구테흐스(앞쪽 왼쪽) 유엔사무총장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박수를 치고 있다/현지 TV 채널-1 캡처

쇼이구 장관은 서명후 "러시아 농산물과 비료에 대한 수출 제한을 해제하는데 유엔이 관여하기로 한 각서를 유엔과 교환하고,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농산물의 수출 방식을 정한 4자 합의안에 서명했다"며 "곡물 운송 선박은 무기 반입을 막기 위해 흑해 진입및 철수시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매번 검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이 전한 합의안 내용은 △유엔과 터키, 우크라이나는 운송 선박의 곡물 선적을 모니터링하고 △ 군함과 군항공기, 드론은 지정된 거리 이상 안전항로 접근이 금지되며 △ 모든 상선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할 때 앙카라(터키)가 지정한 항구에서 검역을 받는다는 등이다. 또 유엔은 국제사회에 러시아의 농산물과 비료 수출을 촉진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이에 대한 정보 교환 매커니즘을 러시아와 유엔이 함께 만들기로 했다. 합의안은 일단 3개월 한시적으로 적용하되 연장이 가능하다.

쇼이구 장관은 "합의안의 이행은 수일 내에 바로 시작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한 모든 전제 조건과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곡물 수출에 이용될 흑해 연안 우크라이나 항구 셋. 표시된 곳에서 왼쪽으로 유즈노예, 체르노모르스코예, 오데사/얀덱스 지도 캡처  

그러나 세계식량안보연구소 설립자 크리스 엘리엇 교수는 “우크라이나에서 수출되는 곡물량의 규모를 감안하면, 수출 계획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최소 한 달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우크라이나측이 오데사 방어를 위해 연안에 설치한 기뢰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안전한 항로를 확보할 수 있을지, 파괴된 곡물 저장고를 단시간에 수리할 수 있을지,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고 곡물을 운송할 선박이 나타날지 우려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안전 항로 확보를 위해 흑해 항구 주변 해역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는 데만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예측했다. 

우크라이나 곡물 저장/텔레그램 캡처

세계 최대 밀 생산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길이 막히자, 유엔은 글로벌 식량 위기 해소를 위해 지난 14일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터키가 참여한 4자 협상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흑해 항로의 안전보장 조정센터 설립과 함께 곡물 수출입 항구에 대한 공동 통제 원칙이 합의됐다.

이후 유엔과 터키가 구체안 조율에 적극 나서면서 4자간에 합의안이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국제사회의 식량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합의안 마련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우크라이나 측이 소극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