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둘) 미중러 전략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 유럽의 문 우크라이나
(새 책-둘) 미중러 전략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 유럽의 문 우크라이나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7.3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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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책 소개 - 추가)
 

◇ 미중러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김선래 김규철 정구연 정재홍 정한범 지음, 다해, 277쪽, 19,000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세계적 안보 위기를 입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학술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의 학술 총서로 출간된 전문 서적이다.

러시아 군사안보 전문가와 미국 국제문제 전문가, 중국 국제문제 전문가, 한반도 안보 전문가 등 5인이 한 분야씩 맡아 미·중·러 패권 경쟁 속에서 작동하는 러시아의 정치·군사·안보적 대응 전략을 미·러, 중·러, 한·러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러시아의 세계전략과 우크라이나 전쟁(김선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동북아 군사전략(김규철) △미국의 동북아전략과 미러 갈등(정구연) △중국의 대외전략 변화와 중러 전략적 안보협력 강화(정재흥) △미·중·러 갈등과 한반도 평화구축(정한범)이다.

이미 만 5개월을 훌쩍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은, 대부분 '포스트 코로나' 이후 러시아가 세계질서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무리하게(?) 도전한 결과로 본다. 그 결과는 러시아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국가들과 미국 중심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간의 '신(新)냉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저자들의 시각도 큰 틀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다 구체적으로 '전후(2차 세계대전) 세계질서', 즉 냉전이 소련의 사회주의와 미국의 산업 자본주의 간의 경쟁이었다면, '신냉전'은 중국과 러시아의 산업 자본주의와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금융 자본주의가 벌이는, 피할 수 없는 대결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다 보니, 우크라이나 전쟁을 세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유라시아 세력과 대서양 세력 간의 충돌이면서 미국의 경제및 기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거대 게임'의 하나로 규정한다.

미국은 제 4차 산업혁명에서 첨단 IT기술을 확보하고 금융강국으로 거듭나려고 한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자원 공급망의 혼란과 식량 위기 등을 지렛대로 유럽연합(EU) 등 동맹국들을 자국의 영향권 안에 묶어두는데 거의 성공했다. 반면, 중국은 이같은 미국에 맞서 기존 세계질서의 재편에 러시아와 함께 도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에 대해서는 전후 냉전시대의 전략적 사고를 훨씬 넘어서는 입체적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미·중·러 패권 경쟁 양상으로 치닫는 국제질서의 격변 와중에 불거진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중 대립 등과 같은 주요 국제 현안들을 가능한 한 객관화된 시각에서 분석하려 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미국 다연장로켓시스템 하이마스(HIMARS)/사진출처:미군

제 1장 '러시아의 세계전략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쓴 김선래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가 이번 전쟁을 미국과 러시아 간에 계획된 '대리전'이라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표현에서 엿보이는 '우크라이나는 무조건 선이고 정의이자, 피해자'라는 시각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김 교수는 미국 하원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위해 '무기대여법' 개정안을 무려 81년만에 통과시킨 사실을 들며 "미군이 직접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가하지는 않지만, 핵무기를 제외한 모든 전쟁물자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 것인가?"라는 물음에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은 이번 전쟁의 결과와 상관없이 지속될 것이며, 양대 진영의 갈등 최전선에 놓이게 된 우크라이나는 냉전 초기(한국전쟁 후)의 한반도와 같은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답한다. 특히 한반도와는 달리 아주 복잡한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또 군사적 충돌 못지 않는 '경제전쟁'과 '여론전쟁' 등이 다층적으로 진행되는 '복합전'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 유럽의 문 우크라이나(세르히 플로히 지음, 허승철 옮김, 한길사, 646쪽, 35,000원)

엊그제가 우크라이나 '건국의 날'이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와중에 맞은 '건국의 날'에 "우크라이나만이 '키예프(키이우) 루스'의 유산을 주장할 수 있다"며 장구(長久)한 역사를 설파했다. 

이 책은 유럽의 주요 분쟁에서 거의 빠지지 않았던, 우크라이나의 장구하면서도 기구한 역사를 알려준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역사학자 세르히 플로히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고대 그리스부터 지금까지 2천년 역사를 640쪽 이상의 분량에 담았다. 번역한 허승철 전 우크라이나 대사는 우크라이나 관련 서적을 10권 이상 낸 전문가다.

불행하게도 '우크라이나 민족 국가'가 존재했던 기간은 2천년 역사에서 400년이 채 안 된다. 유럽에서 가장 풍요로운 땅(흑토)인 탓에 이란계 스키타이인, 하자르족, 북유럽 바이킹, 슬라브족, 몽골인, 튀르크인 등 다양한 이민족들이 우크라이나를 호시탐탐 노렸기 때문이다. 지정학적으로도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통하는 문이었고, 동과 서로부터 외적의 침입을 막아주는 완충지대였다. 그러다 보니, 역사는 오랜 세월 주변국에 휘둘리고 무너진 아픔의 연속이었다. 

저자는 2천년 역사를 크게 둘로 나눠 1부에서 우선 전사(고대사)에 해당하는 1000년을 다루고, 2~5부에서 우크라이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1000년의 역사를 풀어간다. 

우크라이나에서 국가의 토대는 8세기 후반 '루스 바이킹'이라 불리는 노르만인들이 키예프를 점령하면서 만들어졌다(키예프 공국). '키예프 공국'의 스뱌토슬라프, 블라디미르, 야로슬라브 같은 대공들이 그리스 정교를 받아들이고, 문자를 확립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고대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그러나 야로슬라브 대공이 죽은 뒤, 잦은 권력투쟁과 외적의 침입으로 국력이 쇠퇴하다가 13세기 중반 몽골제국에 병합됐다.

몽골의 지배가 끝난 후에도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대공국에 통합되거나 모스크바 공국의 지배를 받았고, 16~17세기에는 오스만제국의 영향권 속에서 상당수 국민이 노예로 팔려 가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크림반도 노예시장에 끌려온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은 150만~300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중에 부상자를 들것에 실어나르는 코사크 기병대/사진출처:위키피디아
우크라이나 코사크 500주년 기념 우표(1991년)

이후 경비병·자유인·약탈자라는 의미를 지닌 코자크(코사크)족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이 일어났으나 폴란드와 스웨덴 등 주변 강대국들에게 이용만 당하다 18세기 러시아 제국에 병합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제국의 동화정책에 굴복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어 책의 출간이 금지되고, 우크라이나어로 된 연극과 노래 공연도 허용되지 않았지만, 민족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국가(國歌)가 ‘우크라이나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노래할 정도다.

다행히 소련의 해체 후 핵심 안보 수단이었던 핵무기를 포기하면서까지 유럽에 편입되기를 원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급기야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졌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러시아계 중심의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은 독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또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저자는 "우크라이나가 다민족·다문화를 자랑하는 국가이지만,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민족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며 "이번 전쟁에 우크라이나의 미래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유럽연합(EU) 관계, 유럽 전체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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