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의 2023~2025년 통화정책 가이드 라인(경제 전망) 요약
러시아 중앙은행의 2023~2025년 통화정책 가이드 라인(경제 전망) 요약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8.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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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과 대러 제재,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외부 경제 여건에 따라 2025년까지 기본, 최선, 최악 3개 시나리오 제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 6개월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물론, 무려 7차례에 걸쳐 대러 제재안을 내놓은 유럽연합(EU)도 뜨거운 여름의 막바지에 이르러 속이 편치 못하다.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모두 본격적으로 전쟁과 제재의 후폭풍으로 빠져들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서방의 광범위한 제재 조치는 러시아의 전 분야에 걸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우크라이나와 EU 국가들도 러시아의 가스및 석유 공급 감소로 예년과 같은 따뜻한 겨울을 기대할 수 없다. EU는 이미 에너지 절약을 위한 비상조치까지 내놓았다. 러시아도 일일이 소개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제재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 경제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까? 러시아 통계청(로스스타트, Росстат)는 2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7%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12일 잠정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이 발표에 맞춰 "러시아 경제가 지난 4년간 이룩한 성장을 모두 잃어버리고 2018년 2분기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잃어버린 4년'을 예고한 것이다. 

경제 전망에 관해서는 '못맞추는 게 오히려 맞춘 것'이라는 속설도 있지만, 블룸버그 통신의 전망을 그냥 흘려넘길 수는 없다. 그래도 가장 신뢰가 높은 러시아 중앙은행은 향후 몇년간의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러시아 중앙은행, 경제에 대한 기본, (위기) 적응, 위기 시나리오를 제시/얀덱스 캡처

러시아 중앙은행은 12일 '2023~2025년 통화정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장 기본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한 뒤, 최선(위기 적응시)과 최악(위기 가속시)의 시나리오도 함께 내놓았다.

r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이 발표한 기본 시나리오는 올해와 내년 러시아 경제가 뒷걸음질 치면서(마이너스 성장), 2025년에야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GDP가 올해 말까지 4~6% 감소하고, 내년에도 1~4% 감소세를 이어가다가 4분기에 1~2.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이다. 2024년에도 회복세를 지속하지만, 2025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1.5~2.5% 성장으로 판을 바꿀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인플레이션은 올해 12~15%, 2023년 5~7%, 2024년에는 4%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유가(러시아 우랄 석유)는 2022~2025년에 각각 배럴당 80달러, 70달러, 60달러, 55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으나, 서방의 주요 경제 전문가들도 서방의 대러 제재를 감안하면, 러시아 경제는 지금까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JP모건과 시티그룹은 당초 러시아의 올해 GDP 성장률을 각각 -7.0%, -9.6%로 예측했으나 지난달 이를 -3.5%와 -5.5%로 축소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4~-6%와 거의 다를 바 없다. 

러시아 중앙은행/사진출처:위키피디아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같은 기본 구도를 바탕으로 러시아 경제가 기본적으로 과거 '미국발 금융위기'(2007~2008년)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봤다. 그 흐름에 신속하게 적응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러시아 경제가 걸어갈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세계 경제가 현재의 흐름 속에서 계속 성장하고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에 따른 대러 제재 등 지정학적 상황이 지금(2022년 중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점을 전제로 깔았다. 특히 대러 교역과 투자, 기술 협력에 관한 서방의 제재는 중기적으로 대부분 유지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GDP 성장이 기본 시나리오(4~6% 마이너스 성장)와 다를 바 없지만, 내년에는 성장세(-2%~+1%)로 돌아설 수 있고, 2024년에는 2.5~3.5%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은행은 내수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서방의 제제 속에 새로운 경제 매커니즘이 형성되고, 병행 수입이 늘어나면서 성장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그 이윺를 설명했다. 특히 '병행수입' 정책을 통해 기존 상품과 새 브랜드의 상품이 함께 시장에 공급되면서 공급망 붕괴에 따른 충격을 훨씬 빠르게 상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부분적으로나마 운송 및 물류 상황이 개선되면서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 결과, 내년(2023년) 상품 및 서비스 수지 흑자는 기본 시나리오(1,610억 달러)보다 약간 높은 1,750억 달러를 기록하고, 인플레이션은 내년 말까지 목표(3.5~5.5%)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4~2025년에는 목표(4%)에 이르고, 중립적인 금리(통화정책의 의도가 배제된 이론적 금리)는 연 5~6%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석유 공급장치와 송유관/사진출처:텔레그램, 로스네프트 홈페이지

반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도 있다. 지정학적인 긴장과 무역 전쟁의 결과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분열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시나리오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가이드라인'(보고서)은 세계 경제 침체와 서방의 대러 제재 강화라는 두 가지 위험 요인을 먼저 꼽았다.

보고서는 "서방 진영(선진국)에서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지 못하고,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의 심화를 경고했다. 보고서는 또 "EU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 등으로 국제유가(브렌트유)가 폭등하고, 기업의 비용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는 또다시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늘어난 부채와 수요 감소로 투자 심리는 불안해지고, 일부 취약 국가에서 재정및 외채 상환 능력(디폴트 여부)을 의심받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궁극적으로 2007~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가 재발될 수 있다는 것. "세계 경제는 급격히 침체되고,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은 (보고서의) 목표 기간내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글로벌 수요 부족과 러시아산 석유의 할인률 확대로 러시아 석유(우랄산) 가격은 기본 시나리오(배럴당 80달러)보다 훨씬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 연말까지 배럴당 35달러로 떨어지고, 내년에야 40달러 선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2023~2024년 상품 및 서비스 수지 흑자는 640억 달러와 280억 달러로, 기본 시나리오(1,610억 달러와 870억 달러)의 35~40%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지정학적 여건의 악화와 글로벌 경제위기로 러시아 경제는 구조 조정과 위기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GDP 성장은 내년이 올해보다 훨씬 더 나쁜 5.5~8.5%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2024년에도 마이너스 추세(마이너스 2-3%)를 벗어나지 못하고, 2025년에 들어서야 겨우 1% 이하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루블화의 약세와 공급망 붕괴로 내년 13~16%까지 오르고, 2025년에 이르러서야 목표치로 돌아온다. 기준 금리는 2023~2024년 각각 연11.5~13.5%, 12~13%로 높아지고, 2025년에야 연 6~7%로 떨어진다. 

나비울리나 총재를 비롯한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단의 기자회견 장면/사진출처:유튜브 캡처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같은 시나리오 등을 근거로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적응하는데 1년 반이 걸릴 것"이라며 "앞으로 수년간 우리의 주요 과제는 경제의 성공적 전환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알렉세이 자보트킨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방의 대러 제재는 (보고서의) 목표 기간인 2025년까지 내내 유지될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가 내년에야 저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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