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이 뽑은 승부수, '1000㎞가 넘는 전선'이 명분 - 방어에만 주력해도..
푸틴 대통령이 뽑은 승부수, '1000㎞가 넘는 전선'이 명분 - 방어에만 주력해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9.2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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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 대상은 30만명? -특수 군사작전 경험 등을 고려한 군사훈련 뒤 투입
크렘린, 동원령 발령 부인 번복 "러시아와 국민 보호 위해 모든 수단 사용"

러시아가 그동안 한껏 자제해왔던 '전시 동원' 카드를 뽑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대 국민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특수 군사작전과 관련해 부분적인 군 동원령을 발령한다고 발표했다. 특수 군사작전 개시 이후, 우크라이나의 총동원령에도 불구하고 '동원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크렘린의 거듭된 약속을 깬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우크라이나 전황이 지금과 같은 상태로서는 더 이상 끌고 나가기 힘든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1000㎞가 넘는 전선을 따라 군사작전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부분 동원이 필요하다"며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이번 전시 동원에 따라 30만명 가량의 병력이 충원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푸틴, 부분 동원령 발령/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r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와 러시아의 주권, (영토적) 통합성을 지키기 위해 부분적 동원(령)을 추진하자는 국방부와 총참모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동원 조치는 오늘(21일)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동원령이 전면적이 아닌 '부분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군에 근무했고 특정 분야에 관한 경험을 지닌 예비역이 우선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소집된 사람들은 입대하기 전에 특수 군사작전의 경험 등을 담은 추가 군사훈련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렘린이 대통령의 연설 이후 공개한 부분 동원에 관한 대통령령에 따르면 '동원'에 의해 소집된 사람은 계약제 군복무자의 지위와 대우(급여)를 받으며 해고된 경우를 제외하고 부분 동원령 기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 근무해야 한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현재로서는 학생이나 징병제 대상 인력을 '동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징집병은 러시아 영토에서만 복무하고, 특수 군사작전 지역 파견 대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O' 이미지/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러시아 당국은 그동안 동원령에 대해서는 거듭 부인해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지난 13일에도 "현재로서는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부분 동원령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4개주(돈바스와 헤르손, 자포로제주)가 오는 23~27일 러시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4개주 친러 행정당국이 러시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치르겠다고 밝힌 데 대해  "러시아는 그들이 내릴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점령한 4개 주의 면적을 합치면, 거의 한국(남한) 크기인데, 각 지역에서 주민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러시아군에 의한 안전 확보가 불가피하다. 1천㎞나 되는 긴 전선을 맡고 후방의 치안까지 확보하려면 상식적으로도 현 수준의 병력으로는 역부족이다. 실제 전투에 투입되는 병력과는 다른 분야의 예비전력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군사작전에 참전한 러시아 군인들/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푸틴 대통령은 이번에도 군사작전 성공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우크라이나를 돕는 서방 측을 겨냥해 "러시아도 다양한 파괴 수단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분명히 러시아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며 이는 허풍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기구(SCO) 정상회담 이후 기자들로부터 우크라이나 반격에 대한 질문을 받고 "두고 보라"며 짐짓 여유를 보였다. 이미 동원령에 대한 준비를 끝내고 사마르칸트로 떠났다는 느낌을 안겨주는 대목이다.

러시아가 전면 동원령은 아니더라도 2차 대전이후 처음으로 '동원령'을 발동한 이상,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은 더욱 치열하고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의 총동원령과 러시아의 부분 동원령이 맞부닺치는 상황인데, 긴 전선과 보급로에 어려움을 겪어온 러시아군으로서는 전력을 재정비해 우크라이나군을 무자비하게 몰아붙일 준비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그만큼 서방진영에게는 '위협'으로 받아질 것이다.

서방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성공에 섣불리 '군사적 승리' 운운하다가 푸틴 대통령의 강한 승부수를 너무 빨리 불러온 듯한 느낌이다. 러시아가 병력을 보충한 뒤, 4개주 민생 안전에 주력하면서, 방어에만 집중하더라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시간은 추운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그 시간은 아무래도 러시아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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