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도시락'이 글로벌 식품회사 GB푸드의 러시아 사업을 인수한 이유는
'팔도 도시락'이 글로벌 식품회사 GB푸드의 러시아 사업을 인수한 이유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10.0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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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현재 hy)의 지주사 '팔도'가 스페인의 글로벌 식품 기업 'GB푸드'의 러시아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도시락’으로 러시아 용기면 시장 1위에 오른 팔도가 'GB푸드'의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 CIS 전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팔도의 'GB푸트' 인수는 공장 인수를 포함한 사업권 전체로, 규모는 수백억 원대로 알려졌다. 팔도가 해외법인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B푸드는 소스류와 라면, 허브티 등을 제조·판매하는 글로벌 식품회사다. 세계 50개국에서 약 1조8500억원의 매출을, 러시아에서 360억원(지난해 기준)의 매출을 올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맥도널드와 스타벅스 등 글로벌 식품 회사들이 러시아를 속속 떠나는 상황에서 사업 확장이라는 팔도의 '역선택'은 위험도가 높지 않을까? 전례가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후 서방의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떠날 때, 현대차는 러시아에 남는 쪽을 선택했다. 그 '역선택'이 현대차가 현재 러시아에서 점유률 1, 2위를 다투는 근간이 됐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팔도의 이번 인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 식품 사업은 서방 진영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 제재에 따른 리스크는 일단 '제로'에 가깝다. 더욱이 팔도의 해외 사업 중 가장 비중이 큰 국가가 러시아다. 러시아 사업을 키웠으면 키웠지, 줄이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팔도 러시아법인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도시락' 등으로 약 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팔도 도시락'은 현지 용기면 점유율이 60%(1위)에 달한다.

러시아 시장을 떠난 글로벌 회사를 대체하는 새 브랜드. 위로부터 스타벅스 대체 '스타스 커피', '도브리 콜라', 맥도날드 대체 '프쿠스노 이 토츠카' 

때마침 GB푸드가 러시아 시장 철수 의지를 밝힌 것도 팔도에게는 기회가 된 셈이다. GB푸드의 CIS 유통망을 활용하면, 손쉽게 '도시락' 공급 국가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팔도는 우선적으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등 러시아 인근 8개국 시장 진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방의 글로벌 기업들이 떠난 러시아에서 거꾸로 사업을 확장하는 게 '제 2의 도약'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GB푸드의 생산 설비를 이용해 도시락 등 기존 제품의 생산량을 늘리고, 진출 지역을 유라시아 전체로 확장하기 위한 인수”라는 hy관계자의 설명이 기대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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