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이슈진단-9일) 러시아의 헤르손 철군에 담긴 뜻은? 방어, 협상, 트로이 목마?
우크라 이슈진단-9일) 러시아의 헤르손 철군에 담긴 뜻은? 방어, 협상, 트로이 목마?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11.10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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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교통 사고로 사망한 친러 헤르손주 부지사 키릴 스트레모우소프에게 연방 '용기 훈장'(орденом Мужества)을 추서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강력한 군사적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수로비킨 특수 군사작전 총사령관의 건의를 받아들여 헤르손의 드네프로강 서쪽 지역에서 철군하도록 명령했다. G20 러시아 대표단은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이끌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쇼이구 국방장관, 드네프로강 오른쪽(서쪽)에서 군철수 시작을 지시/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발굴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분석-9일'자다/편집자

◇ 러시아군의 헤르손 철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9일 러시아군이 특수 군사작전 직후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州)의 주도인 헤르손시(市)에서 철수하고, 드네프로강 동쪽 지역에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할 것을 지시했다. 쇼이구 장관은 이날 특수 군사작전 총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세르게이 수르비킨 사령관으로부터 작전 상황을 보고받고 이같이 지시했다. 수로비킨 사령관은 "헤르손시에 대한 보급(병참) 지원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철군을 건의했다.

러시아의 헤르손 철군설은 이미 한달여전부터 현지 언론(러-우크라 매체와 텔레그램 계정)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됐다. 친러 헤르손 주당국이 지난달 19일 주민 대피령을 내렸고, 11만여명(공식적으로는 8만여명)이 드네프로강을 건너 동쪽으로 이주했다. 이날 교통사고로 사망한 스트레모우소프 부지사는 그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헤르손 철수설을 전파하기도 했다.

쇼이구 국방장관(오른쪽)에게 전황을 설명하는 수로비킨 사령관/사진출처:ok 국방부 계정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그동안 러시아 철군설을 우크라이나군을 '함정'으로 빠뜨리는 '프로파간다(선전)형 비밀 작전'으로 판단, 신중하게 대처해 왔다.

쇼이구 장관의 철군 지시에도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일부 러시아군이 아직 헤르손에 주둔하고 있다"며 "철군을 이야기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하르코프(하리키우) 지역에서 철군을 결정한 러시아군 최고 지휘관(라핀 중장)을 거세게 비판한 체첸 수장 람잔 카디로프의 반응이다. 그는 "'수로비킨 장군이 우크라이나군에게 포위된 1천여명의 정예 병사들의 생명을 구했다'는 친푸틴 올리가르히 프리고진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그는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짜 장군처럼 행동했다"고 치켜세웠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 수장/사진출처:체첸공화국 공보실
'헤르손 철수:동계 포지션 준비, 평화(협상) 여정의 시작, 트로이 목마?' 제목을 단 로스발트 웹페이지/캡처

러시아 당국에 의해 외국 에이전트(대리인)으로 지정된 로스발트.ru는 9일 러시아군의 헤르손 철수를 '동계 방어(를 위한) 준비, 평화 협상으로 향하는 길목, 혹은 트로이 목마?'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동안 러시아의 '헤르손 철군설'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한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는 이날 러시아군 철수를 3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1) 군사 작전상 필요성
러시아의 공식 버전이자,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다. 드네프로강 서쪽 헤르손 지역에 주둔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군사 물자 보급로가 차단됐다. 우크라이나군의 포위작전 직전에 몰려 있다. 러시아군이 현 위치를 고수하는 것은 군사 작전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 

다만, 러시아가 합병한 4개 지역중 헤르손 지역을 대표하는 헤르손시의 포기가 몰고올 정치적, 군사적, 심리적 타격이 만만치 않다. 또 러시아군은 이번 철군 결정으로 오데사와 니콜라예프(미콜라이우) 지역을 점령하고, 우크라이나의 흑해 접근로를 차단하려는 원대한(?) 계획은 포기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군/사진출처:합참 페이스북
러시아가 드네프로강 동쪽에 구축한 방어진지 위성사진/사진출처:스트라나ua

그러나 러시아는 드네프르강 동쪽에 견고한 방어 진지를 구축한 뒤 본토와 크림 반도를 잇는 육로를 확보하고, 실효지배 체제를 굳힐 수 있다. 철군한 부대의 일부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전선으로 돌려 지지부진한 DPR 해방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수로비킨 사령관도 쇼이구 장관 보고에서 "철군한 병력은 다른 방향의 공격 작전에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2) 군사 작전상 함정론
우크라이나 측의 공식 버전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을 헤르손 시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함정을 파고 있다"고 말했다. 포돌야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말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다"며 "러시아가 싸우지 않고 헤르손을 떠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추가 병력이 배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주요 인사 중 오직 아레스토비치 대통령실 고문만이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 무너졌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쇼이구 장관-수로비킨 사령관의 발언이 공개된 이상, 이 버전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다만, 러시아가 왜 이렇게 요란하게 철군을 선언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안토노프스키 대교와 카호프카 수력발전소 댐의 폭파 여부가 러시아군의 철수 여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된다.(**우크라이나측이 러시아군에 대한 공격에 앞서 안토노프스키 다리와 카호프카 댐을 폭파할 것이는 게 러시아측 주장이다/편집자) 그러나 아직 폭파 조짐은 안보인다.

3) 합의설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위한 러시아의 계획된 철수다. 드네프로강 서쪽 지역을 우크라이나에게 넘기는 게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읽란지 '라 레푸블리카' 등 서방 외신을 통해 과장되게 흘러나오고 있지만,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다.

헤르손시의 수복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승리에 대한 믿음을 안겨줄 것이고, 키예프(키이우)가 협상에 나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워싱턴 포스트(WP),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에 이어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협상 압력설이 우크라이나에서 현실화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미국의 대 우크라 협상 압력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9일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자신의 입장을 바꾸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7일 러시아와의 협상 조건 5가지(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 회복, 전쟁 범죄에 대한 처벌 및 배상금 등)를 제시하면서 푸틴 대통령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철회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5가지 조건도 러시아가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고, 푸틴과의 협상 불가 조항은 이미 법률적으로도 효력을 갖고 있어 의미가 없다"며 달라진 게 무엇인지 의문을 표시했다. 다만,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뒤 이같은 보도가 나왔다는 시점에 주목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미국이 키예프 측에 '현명하고 평화롭게 전쟁을 종식시킬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득했고, '이는 세계가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지금 당장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후, 콜린 콜 미 국방부 차관은 "우크라이나군이 2014년 이전 영토(크림반도)를 탈환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키예프의 몫"이라고 하면서도 "크림반도의 최종 지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협상이나 논의의 주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는 키예프와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거듭 밝혔다. 

철거되는 푸쉬킨 흉상/텔레그램 영상 캡처

- 1904년에 세워진 소련의 국민시인 알렉산드르 푸쉬킨 흉상이 하르코프(하르키우)에서 철거됐다. 하르코프시 당국은 "보관하고 있다가 적대 행위가 끝난 후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처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 우크라이나가 전격적으로 국영화를 선언한 에너지 기업 우크라나프타에 군인들이 진주했다. 진주한 무장세력은 우크라이나 보안국 소속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올리가르히인 이고르 콜로모이스키가 주식의 42%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는 국유화 발표후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 또다른 국유화 대상 기업인 '모터 시치'의 중국 투자자들은 키예프가 중국의 해외 자산을 약탈했다고 비난했다. 중국 투자클럽은 지난 2019년 8월 모터 시치 주식의 50% 이상을 인수했다.  2021년 3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모터 시크 국유화에 관한 법령에 서명했으나, 헤이그 중재 법원을 통해 양국 간 투자 협정 위반으로 우크라이나에 45억 달러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스트레모우소프 부지사(위)와 사고 현장 모습

- 친러 헤르손주 부지사 키릴 스트레모우소프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가 탄 렉서스 SUV가크림반도의 아르미얀스크와 헤르손 사이 고속도로에서 과속으로 위험한 운전을 한 트럭과 충돌했다. 그는 러시아의 강제 합병 투표를 조직하고 지원하고, 헤르손주 주민 이주를 주도했다. 살도 헤르손주지사 대행이 테러로 모스크바에서 치료를 받는 사이, 주지사직을 대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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