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축구, 아시아(AFC)로의 이전 결정 또 연기 - 무엇이 문제인가?
러시아 축구, 아시아(AFC)로의 이전 결정 또 연기 - 무엇이 문제인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12.28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가 유럽축구연맹(UEFA)을 탈퇴하고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가입하겠다는 결정을 또 미뤘다.

코메르산트와 참피오나트(챔피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축구협회(RFU)는 27일로 예정된 집행위원회의 AFC 이전 찬반 투표를 연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까지 최대한 의견을 수렴해 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축구협회, 유럽축구연맹 탈퇴-아시아축구연맹 가입을 위한 집행위원회 투표 연기/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UEFA 탈퇴-AFC 가입 결정을 위한 투표가 지난 23일에 이어 또다시 연기되었다는 사실은 이 사안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지의 한 매체는 "사안의 복잡함을 고려할 때, 투표 연기가 이상할 게 없다"고 평가했다. 

이 문제가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은 러시아가 국제축구연맹(FIFA)와 UEFA로부터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고도 시간이 한참 지난 뒤였다.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 출전이 금지되고,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와의 A매치가 현지의 반대 시위로 무산되는 등 징계에 따른 문제점들이 크게 부각되고, 전쟁의 장기화로 앞날을 예측하기가 극히 힘들어지면서, 이 국면을 타개할 새로운 대안을 찾자는 차원에서 소속 연맹 이전안이 지난 가을쯤 제기됐다고 한다.

러시아축구협회 로고/사진출처: 협회 홈페이지
알렉산드르 듀코프 러시아 축구협회장/사진출처:축구협회 홈페이지

당연히 찬반이 치열했다. AFC로의 이전 지지층은 '러시아 축구의 국제무대 복귀 희망'을 내세웠다. 국제대회 출전이 장기간 금지되면, 러시아 축구의 앞날에 극도로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논리다.

알렉산드르 듀코프 러시아 축구협회장은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국적을 변경하고, 축구에 대한 다음 세대의 관심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까지 들어가며, AFC의 이전 불가피성을 설득했다. 이론적으로 2026년 북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공동주최) 월드컵에는 러시아 대표팀이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피력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AFC 전환이 러시아 축구에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반대편에 선다. 우선, 축구 대표팀도, 프로축구 구단도 당분간 AFC 이전에 따른 혼란과 몸살이 불가피하다. 겨우 극복할 즈음에 다시 UEFA로의 복귀 희망이 싹 틀 수도 있다. 

역시 가장 큰 문제으로 든 것은 AFC의 수준이다. UEFA보다 수준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찬성론자들은 지난 18일 끝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AFC 소속의 일본 한국 호주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등 만만치 않는 전력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FC의 세 팀 중 어느 팀도 플레이오프 1라운드(16강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국가별 순위(일본 20위, 한국 25위)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가 대표팀의 성장과 팬들의 요구에 적합한 환경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반박이다. 

러시아 축구 프리미어 리그 경기 모습/사진출처:러시아 축구협회 홈페이지

분명한 것은 프로 축구 클럽이 큰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UEFA를 떠나면 스폰서를 유치할 수 있는 유럽 무대 출전이 불가능해지면서, 선수 이적 협상의 인센티브도 사라지고, 수입원이 줄어든다. 출전한 대회의 상금도 UEFA와 비교조차 안된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구단은 조별리그 우승으로 5만 달러를 상금으로 받고, 최종 우승팀에게는 400만 달러가 주어진다. 하지만 UEFA 무대에서는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약 1,500만 유로를 받는다. 지난해 '제니트'(상트페테르부르크)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약 4,000만 유로를 벌었다. UEFA의 챔피언스 리그는 앞으로 상금을 더 올릴 계획이다. 

러시아가 AFC에 편입되면 한국, 일본, 이란, 호주 등 기존 AFC 강호들과 경쟁을 벌이게 된다. 2026년 북미 월드컵의 출전국이 48개국으로 늘면서 아시아 대륙에 할당된 티켓도 4.5장에서 8.5장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나 러시아의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UEFA에는 월드컵 본선 출전국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6장이 할당된다. 월드컵 출전을 위해 굳이 아시아로 무대를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