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완전히 멈춰섰던 현대차 상트 공장이 부분적으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완전히 멈춰섰던 현대차 상트 공장이 부분적으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1.02 0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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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멈춰섰던 현대·기아차의 상트페테르부루크 공장(이하 상트 현지공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가동을 전면 중단했던 상트 현지공장이 부분적이나마 조업을 재개한 것은 다소 의외의 사태 진전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공장 생산 시설을 봉인하고,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장기 동면'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현대차로서는 전쟁의 장기화 전망에 따라 서둘러 '플랜B'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플랜B'는 러시아 현지 생산의 공백을 막고, 러시아·CIS권의 차량 공급상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카자흐스탄의 반조립(CKD) 공장을 활성화한다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 상트 공장, 카자흐스탄으로 수출하기 위해 차제 생산 시작/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베도모스티 등 현지 언론들은 최근(12월 28일)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기아차 공장이 현대차 모델 솔라리스(한국명은 액센트)의 부품 스탬핑과 용접, 차체 도장 작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베도모스티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차체 제조 라인이 최근 다시 가동을 시작했으며, 또 다른 회사(계열사인 현대 모비스를 뜻하는 듯)는 현대차의 해외 전략형 모델인 크레타 SUV 차체도 생산할 계획"이라며 "모두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있는 공장으로 보내 조립할 것"이라고 전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는 현대차 반조립 공장인 '현대트랜스 카자흐스탄 공장'이 있다. 지난 2020년 10월 조립 생산에 들어간 이 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4만5,000대로, 솔라리스를 비롯해 엘란트라, 쏘나타, 크레타,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 7개 현대차 모델을 생산한다. 2022년 하반기에 투싼 생산 라인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트랜스 카자흐 공장/사진출처:현대차

문제는 상트 현지 공장으로부터 받아온 부품및 반제품이다. 상트 현지 공장은 지난 2021년 총 2만4,000대를 주변 CIS권으로 수출했는데, 이중 1만6,000대가 차량 키트(반제품)로 나가 카자흐 공장에서 조립됐다. 그러나 상트 현지 공장이 멈춰서면서 지난해 8월부터 카자흐 공장으로 부품 공급도 중단됐다. 카자흐 공장은 지난 4개월여 동안 이 공백을 메꾸기 위해 한국과 중국, 인도 등지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등 생산 정상화에 힘써왔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현대차가 서둘러 '플랜B'를 가동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상트 현지 공장에 대한 전망은 아직 비관적이다. 2021년에만 총 23만4,000대의 차량을 출고했다. 이중 전략 인기 모델인 솔라리스와 크레타가 각각 7만1,000대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기아 리오 모델이다. 솔라리스와 크레타 부품을 생산해 카자흐 공장으로 보낸다고 하더라도, 생산 능력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현대차 상트공장의 부분 가동을 알리는 현지 TV 채널 뉴스. '상트페테르부르크 비즈니스 코너:계속 일합니다'는 자막이 떠 있다/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자동차 산업 분야 컨설턴트인 세르게이 부르가즐리예프는 "상트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체 제조 물량이 생산 능력에 비하면 너무 적기 때문에 현대차가 러시아에 계속 머물기로 결정했다는 신호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그들이 새해(2023년)에 공장을 완전히 재가동할 것으로 믿지도 않는다"고 했다.

현대차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생산을 중단했지만, 많은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미 러시아를 떠났다. 가장 최근에는 일본 닛산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하고 공장을 러시아측에 넘겼다. 또 도요타는 공장을 폐쇄했다. 현대 상트공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일대에서 외국 자동차를 생산하는 유일한 회사로 남았다.

현대차 러시아 생산법인은 상트 현지 공장 가동 중단 기간을 반복적으로 연장해 왔으며, 2022년 12월 말로 또 그 기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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