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방역조치 완화로 다시 열리는 극동 러시아와 중국 간 '교류의 길'
중국의 방역조치 완화로 다시 열리는 극동 러시아와 중국 간 '교류의 길'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2.12 0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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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COVID 19)로 막혔던 극동 러시아와 중국 동북지역 간에 다시 교류의 문이 열리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 지역 항공사 '아브로라'(오로라)는 3월 26일부터 10월 26일까지 7개월 동안 1주일에 2번씩 블라디보스토크와 하얼빈을 오가는 항공기 직항편을 운영하기로 했다. 항공사는 에어버스 A319 기종을 블라디~하얼빈 노선에 투입해 승객 120여명을 실어나를 계획이다. 하얼빈은 러시아 극동지역과 길게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헤이룽장성의 수도다.  

러시아 화물차량들도 10일부터 극동 아무르주 블라고베셴스크에서 아무르강을 지나 중국 헤이룽장성의 헤이허로 드나들기 시작했다. 헤이허시(市)는 지난 2019년 완공된 자동차 전용 다리(헤이룽장 대교, 길이 1.08㎞)를 통해 러시아 화물차들이 자유롭게 헤이허로 진입하도록 허용했다.

러시아 운전사, 10일부터 아무르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통해 헤이허 진입 허용/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이처럼 중-러 간에 지상과 하늘길이 다시 열린 것은 중국의 코로나 방역 완화 조치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스스로를 봉쇄해온 중국이 방역조치 완화를 통해 다시 해외로 나가는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발생 초기, 중국이나 러시아가 서둘러 국경을 폐쇄한 지 거의 3년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모스크바 등 서부 지역이 유럽으로 향하는 문이 닫혀 있는 러시아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러 인적 교류 역시, 동해~블라디보스토크간의 바닷길을 이용하거나 중앙아시아로 멀리 돌아야 하는 불편함이 다소 해소될 가능성도 높다. 인천~하얼빈(혹은 베이징)~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이 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오로라 항공/홈페이지 캡처

블라디보스토크~하얼빈 노선이 재개되면 블라디보스토크 등 연해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들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사태 직전까지 연해주는 중국인들에게 매력적인 관광지의 하나였다. 코로나 사태 직전인 지난 2019년, 연해주를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94만1천501명 중 중국인은 거의 절반에 이르는 45만6천295명이나 됐다. 연해주 주민들도 중국을 최대 교류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블라디보스토크~하얼빈 노선의 예매가 시작된 지난 6일, 첫 직항편 티켓은 예매 시작 20분 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가격은 편도 7천 500루블(12만 원) 안팎이다. 러시아 측은 베이징 등 중국과의 직항 노선이 더욱 확대되기를 원하고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과 중국을 잇는 버스 노선은 지난 1월 8일 운행을 재개한 바 있다.

코로나 사태 발생 초기인 2020년 초, 중국과 러시아가 서둘러 자국 국경을 봉쇄하면서 중국으로 대거 유입되던 킹크랩 등 러시아 극동 지역의 주요 해산물이 갈 곳을 잃고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한동안 러시아산 킹 크랩 가격이 폭락한 이유다.

아무르강을 가로지르는 헤이룽장 대교위를 달리는 화물차/현지 TV 채널 영상 캡처

아무르 강을 건너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헤이룽장 대교는 지난 2019년 말 개통됐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완전히 막혔다가 지난해 6월부터 극히 제한적으로 화물차량 운행이 허가된 상태다. 이 교량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간 러시아 화물차는 그동안 2단계로 이뤄진 소독 과정을 거친 뒤, 별도 공간에서 하역작업을 하고, 당일에 러시아로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중국의 방역 완화 조치에 따라 러시아 화물차량들은 앞으로 '48시간 전 PCR 음성 증명서' 하나만으로 헤이룽장 대교를 건너 중국에 입국하고, 운전자들도 지정된 호텔 2곳에 묵을 수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무르주 상공회의소 세르게이 스모로드니코프 회장은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아무르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개통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새 다리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2년 내내 가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측은 이 다리를 통해 연간 최대 400만t의 화물 운송과 200만 명의 여객 운송이 가능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그러나 여객 운송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게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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