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초대 대통령 나자르바예프도 후계자의 손에 의해 '완전 실각'?
카자흐 초대 대통령 나자르바예프도 후계자의 손에 의해 '완전 실각'?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2.16 0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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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토카예프 대통령, 나자르바예프 국부 지위와 각종 면책특권 박탈 - 법안 서명

30년 가까이 카자흐스탄을 통치하면서 사임 후에도 '엘바시'(국부 혹은 상왕)로 추앙받았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이 끝내 '보통 사람'으로 격하됐다.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4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다. 아무리 오래 집권하더라도, '죽은 권력'이 '살아 있는 권력'을 이길 수 없다는 역사적 진리를 깨닫게 하는 듯하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15일 '초대 대통령과 국가 지도자에 관한 법률'(이하 '엘바시'법)을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2019년 3월 20일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나자르바예프는 '엘바시' 지위에서 '평범한 전임 대통령'으로 격하되고, 평생 보장받기로 한 20여가지 초법적 특권도 폐지됐다.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토카예프 대통령,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에 관한 법률(엘바시법) 폐지/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그에게는 앞으로 전직 대통령에게 필요한 기본 서비스와 권리만 제공된다. 경호원와 운전자가 있는 개인 차량, 전국 무료 여행, 의료 및 스파 치료가 가능한 아파트및 다차(별장) 등이다. 그의 재임시절 불거진 각종 부정부패에 대한 사법적 조치가 가족 등 주변 인물들을 대상으로 뒤늦게 적용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카자흐스탄의 '엘바시'법 폐지는 나자로바예프로부터 권력을 물러받은 후계자인 토카예프 대통령이 '상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진해온 정치 개혁의 최종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그의 '홀로서기'도 완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토카예프 대통령의 홀로서기는 집권후 사사건건 국정에 간섭하는 나자르바예프 전대통령 인맥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에서 시작됐다.

유혈사태 진압을 위해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러시아 평화유지군/현지 TV 영상 캡처
지난 1월 유혈사태 당시 쓰러지는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의 동상/동영상 캡처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1월 초 최대도시 알마티를 무정부 상태로 빠뜨린 반정부 유혈시위였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아 1주일여만에 유혈시위 사태를 진압한 뒤, 국가 보안국 등 나자르바예프 인맥이 장악하고 있던 주요 권력 부서를 전격적으로 물갈이했다. 또 돈줄을 잡고 있는 석유·가스 에너지 국영기업과 의회를 장악한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일가와 그의 인맥들도 대거 몰아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에는 초대 대통령에 관한 조항(헌법 제 46조)을 삭제하고 7년 단임제를 골자로 하는 조기대선 실시 등을 담은 개헌을 국민투표를 거쳐 단행했다. 뒤이어 열린 11월 조기대선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81.31%의 압도적 지지로 재선에 성공했다.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에게 주어진 특권의 박탈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법률 심사에서 시작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엘바시'법이 새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의회는 최근 '엘바시법'을 폐지하는 새로운 법안을 채택한 뒤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새 법안은 토카예프 대통령이 15일 서명하면서 공식 발효한 것이다. 

지난해 1월 유혈사태 직후 폭로된 나자르바예프 전대통령의 '비밀 궁전'/동영상 캡처

'엘바시'법은 초대 대통령(나자르바예프)에게 국가 건설, 국내외 정책 및 국가 안보 문제에 개입(국가안보회의 의장)할 수 있고, 중요한 문제 논의시 내각이나 의회에서 발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또 초대 대통령과 그의 가족, 그가 설립한 법인의 재산에 제한을 두거나 은행 계좌의 공개및 압류를 금지하는 등 각종 면책특권을 제공했다. 

그러나 '엘바시'법의  폐지로 나자로바예프 초대 대통령은 평범한 전임 대통령으로 여생을 보내야 할 판이다. 

옛 소련 시절인 1989년 카자흐스탄 공산당 제1서기(서기장)직에 오른 나자르바예프는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카자흐스탄 독립공화국 대통령에 오른 뒤 2019년 자진 사임할 때까지 약 30년간 1인 독재체재를 구축했다. 그는 집권후 상당히 오랫동안 연 평균 10%에 달하는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사회적 안정을 회복해 중앙아시아의 최강자로 우뚝 서며, 국민들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장기독재에 따른 폐해는 피해갈 수 없었다. 대통령 일가가 국가의 GDP 50% 이상을 장악하는 등 전횡을 휘두르며 국민적 불만을 샀고, 2014년 자국통화의 평가절하 등으로 악화된 경제난은 지역별 부의 불평등을 더욱 부각시켰다. 급기야는 지난 1월 에너지 가격 인상을 계기로 서부 지역 주민들이 반정부 시위에 나서면서 대도시 알마티가 '전쟁터'로 변했고, 나자르바예프 권력의 급격한 추락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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