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년후-17일) 미군의 전쟁 범죄 조사조차 못한 국제형사재판소, 푸틴 체포영장 발부
전쟁 1년후-17일) 미군의 전쟁 범죄 조사조차 못한 국제형사재판소, 푸틴 체포영장 발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3.1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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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ICC)가 17일 푸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아동들을 강제로 러시아로 이주시켰다'는 전쟁범죄 혐의다.

ICC는 예심에서 지난 2월 22일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를 심의한 결과, 푸틴 대통령이 아동 관련 전쟁범죄 행위에 책임이 있다고 볼만한 근거가 있다며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ICC는 또 마리야 리보바-벨로바 러시아 대통령실 아동인권 담당(아동 옴부즈맨)에게도 같은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국가 원수에 대한 ICC의 체포영장 발부는 이번이 세번째다.

국제형사재판소(ICC), 푸틴 대통령과 아동 옴부즈맨에게 체포영장 발부/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그러나 중국 등지에서는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반발 조짐도 포착됐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후 가장 전쟁을 많이 치른 국가는 미국인데, 미국 대통령과 군지휘관 등이 기소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기인 2020년 3월, ICC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연루된 당사자들의 범죄 혐의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검찰에 부여하기로 결정하자, 같은 해 6월 ICC 간부와 그 가족에 대해 미국 입국 제한및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했다. ICC 결정은 유야무야됐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ICC의 체포영장 발부는 비슷한 대응 조치를 부르고, 크렘린의 반 서방 결의를 더욱 강화할 뿐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우크라이나 사태의 정상화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모스크바는 ICC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대통령 체포 영장 등 ICC의 모든 결정은 법적으로 무효"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7일 ICC의 체포영장 발부 소식을 전하면서 전날 공개된 유엔 인권이사회(UNHCR) 보고서를 소개했다. UNHCR 조사 위원들은 16일 제네바에서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아동 강제이송은 국제인도법을 어긴 전쟁범죄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와 동북부 하르코프(하루키우), 남부 헤르손 등지에서 (러시아로) 이송된 4∼18세 어린이 164명의 기록을 검토한 결과, 러시아 사회복지 당국으로부터 위탁 가정에 부모와 함께 배치되거나, 입양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사진출처:위키피디아

스트라나.ua는 또 "미 뉴욕타임스(NYT)가 이미 아동의 강제(?) 입양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쟁 범죄' 소추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며 "러시아 아동 옴부즈맨의 체포영장 발부가 바로 그같은 사실을 확인시켜준다"고 지적했다. NYT는 유엔 보고서가 러시아군의 민간 기반시설 폭격을 반인도적 범죄라고 주장했다며 "이 또한, 러시아 지도부를 전쟁 범죄의 재판장으로 부르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설사, 리보바-벨로바 러시아 아동 옴부즈맨은 아동의 강제이송 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푸틴 대통령은 왜 전쟁 범죄에 연루됐을까?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아동 강제 이송과 관련된 법령에 서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트라나.ua는 그러나 "러시아측은 전쟁으로 어려움을 빠진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러시아(안전한 곳)로 데려간다는 사실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리보바-벨로바 옴부즈맨도 "체포영장 발부는 전쟁에서 고립된 아이들을 돕는 나의 역할을 인정했다는 뜻"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과 만나고(위) 입양 아이들 환영행사에 참석한 리보바-벨로바 옴부즈맨/사진출처:크렘린.ru, 트위트

러시아는 체포영장 발부 자체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다. 서방 언론이 2016년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협약'에서 탈퇴한 러시아가 ICC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징적인 조치'라고 전하는 이유다. 특히 ICC는 결석 상태에서 피의자를 재판할 수 없다. 푸틴대통령과 리보바-벨로바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려면, 먼저 두 사람을 체포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푸틴 대통령이 '로마 협약'을 비준한 123개국 중 어느 나라의 방문 중에 체포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완패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푸틴 대통령을 초청한, 혹은 정상회담을 협의한 국가에서 최고 귀빈을 체포할 리는 없다. 푸틴 대통령이 인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 참석설이 나오는데, 인도가 푸틴 대통령을 체포하겠는가? 인도는 아직 ICC에 가입하지 않았다.

ICC 가입국(초록색)과 탈퇴국(주황색, 미국 러시아 등)/출처:스트라나.ru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해외 방문이 줄어드는 등 외교적 고립이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가 전쟁 와중에 ICC의 친서방 주요 회원국들을 굳이 방문할 이유가 없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해외 방문이 우려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ICC의 모든 결정은 법적으로 무효라는 말외에) "더 덧붙일 게 없다"고 무시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는 전쟁범죄, 침략 범죄, 반인도 범죄,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등 국제사회 공통의 관심사이자, 가장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사법기관이다. 범죄의 특성상, 국가원수에게도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 오늘(17일)의 주요 뉴스 요약

 Flightradar24에 나타난 미 무인정찰기(드론) '글로벌 호크'의 비행경로. 위는 17일, 아래는 지난 8일/캡처

- 미국은 흑해 상공의 MQ-9 정찰 드론 추락 사건 이후, 크림반도 인근의 무인 정찰기 비행 경로를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미 정찰기 '글로벌 호크(RQ-4)'는 17일 크림반도 인근 흑해 상공을 정찰 비행했지만, 이전보다 크림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항로를 택했다. '글로벌 호크'가 지난 8일(두 번째 지도) 크림반도에서 80~100㎞ 떨어진 경로로 비행했다면, 17일에는 150㎞나 떨어진 경로를 택했다는 것. 또 이전과 달리, 루마니아 동부 지역에서 주로 정찰 업무를 수행했다. 

미 CNN은 미국의 정찰 드론이 흑해 상공에서 계속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지 여부를 미 국방부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에서 획득한 정보의 잠재적 가치와 작전 수행의 위험도,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등을 비교하면서 작전 계속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CNN은 또 "MQ-9 리퍼와 같은 기종인 정찰 드론 1대가 사고 현장에서 잔해 수색에 나선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추락한 드론의 잔해 일부를 회수했다"고도했다.

-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흑해 상공에서 미국 MQ-9 정찰 드론의 진입을 차단한(격추한) 조종사에게 훈장을 수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국방부가 17일 밝혔다. 국방부는 또 "해당 지역에 설정된 '비행제한 구역'은 국제 규범에 따라 발표됐고, 이미 모든 '국제 공역' 사용자에게 공지됐다"고 강조했다. 

미 정찰드론에게 항공연료를 뿌리면서 진로를 방해하는 미 수호이-27/미 국방부 영상 캡처

-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20~22일 예정된 시진핑 중국 주석의 러시아 방문에서 우크라이나전 휴전 논의가 나오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휴전하는 것은 사실상 러시아 점령지에 대한 승인"이라며 "그럴 경우 러시아는 휴전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서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하고 군대를 재정비해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휴전은 우크라이나를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내다봤다. 

-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폴란드와 슬로바키아가 우크라이나에 미그(MiG)-29 전투기들을 제공하기로 한 데 대해 "특수 군사작전 과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의 유리 이그나트 대변인도 "두 나라가 제공하는 미그-29 전투기는 구식이며, 순항 미사일과 드론과의 싸움에서 효율적이지 않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두 나라가 불필요한 구식 장비를 처분하려는 시도처럼 보인다"는 크렘린의 주장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앞서 폴란드는 미그-29기 4대를 수일 내에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고 밝혔고, 슬로바키아는 미그-29기 13대와 쿠브(Kub) 방공시스템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미그-29는 냉전 시절 소련에 속했던 공산권 국가들이 운용했던 러시아의 4세대 전투기다.

-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해 9~10월 부분동원령의 일환으로 소집된 예비군들이 첫 휴가를 떠났다고 발표했다.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국방부가 특수 군사작전 참여자 전원에게 14일간의 정기 휴가를 주기로 했고, 최소 6개월에 1회 이상 휴가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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