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문 후-22일) 뚜렷해진 러시아군의 방어전략 - '한국식 종전 시나리오'로?
시진핑 방문 후-22일) 뚜렷해진 러시아군의 방어전략 - '한국식 종전 시나리오'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3.23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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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연대'로 요약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스크바 방문이 끝나자, 미국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진 듯한 모양새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에이브럼스' 탱크의 개량형 'M1A1'모델을 상당히 일정을 앞당겨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1월 에이브럼스 탱크의 신형인 'M1A2'를 우크라이나에 31대 보내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바꾼 것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에이브럼스' 탱크 31대의 우크라이나 제공을 발표한 지난 1월 25일자 기사 묶음/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이날 "미국은 당초 발표한 기종보다 오래된(구식) 에이브럼스 탱크를 가을에 보내주기로 했다며 "7개월 후인 11월에 (우크라이나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공급 시기를 앞당긴 것은 워싱턴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정적인 시기를 감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존 커비 미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 조정관도 "푸틴 대통령이 또 다른 공세를 시작하려고 할 것"이며 "아마도 여러 전선에서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스트라나.ua는 "지금까지 러시아가 새로운 대공세를 준비하는 징후를 포착했다는 서방 및 우크라이나 당국과 분석가는 없었다"며 "오히려 최근 몇 달간의 흐름으로 볼 때, 러시아는 방어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은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으로,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핵심 지역(지정학적 요충지)에서만 진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러시아군이 대전차 미사일로 우크라이나군 탱크를 파괴하는 모습/러시아 국방부 영상 캡처

러시아의 주력군은 이제 방어태세로 들어가 최대한 병력과 군수 물자를 보호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게 스트라나.ua의 평가다. 러시아의 한 종군 텔레그램 채널은 이같은 전략이 헤르손에서 군대를 철수시킨 세르게이 수로비킨 전 특수 군사작전 통합사령관(현 부사령관)의 방어 전략과 연속선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방어에 중점을 둔 러시아군의 전략은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성공한 뒤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하려는 워싱턴의 정치 전략적 시도를 무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에서 중-러 간에 현 전선에서 휴전하고, 새 국경선을 긋는 '한국식 종전 시나리오'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러시아에게는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다. 군사적으로도 방어는 공격보다 한층 유리하다. 병력면에서 상대적으로 러시아군에 뒤떨어지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견고한 방어벽을 무너뜨릴 확률은 그만큼 낮아진다. 

소련제 구식 탱크 T-55가 열차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캡처

러시아는 방어전략에 1950년대 구형 탱크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은 22일 구소련의 T-55 구형 탱크가 열차에 실려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스트라나.ua는 "구식 탱크이지만, 방어선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측은 T-55 탱크를 개량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T-55 탱크는 우크라이나군에서도 운용 중인데, 슬로바키아가 지난해 가을 T-55의 개량형인 M-55S 전차 28대를 우크라이나에 이전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T-55 탱크가 최전선에서 많이 움직이지 않고, 포만 사용하더라도 러시아군의 자주포 화력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군정보국도 러시아의 전술 변화를 감지한 것으로 관측된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바딤 스키비츠크 군정보국 대변인은 22일 "러시아가 공격 방향을 바꾼 것으로 믿는다"며 "(겨울철의 에너지 기반시설이 아니라) 우리의 군사 시설및 장비 기지, 물류(병참) 창고 등이 주 타킷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지난 17~18일 밤과 21~22일 밤에 이뤄진 러시아의 드론 공격은 노보모스코프스크와 지토미르의 연료 창고가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정유 공장과 군산 복합 단지, 전투에 필요한 물류 창고및 기반 시설들이 폭격 위협이 높고, 강이나 호수 등 물관리 시설도 새로운 공격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포로제(자포리자)시(市)가 22일 포격 목표가 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자포로제주(州)의 남쪽 지역은 거의 러시아군에 장악됐으나 주도인 자포로제시는 아직 우크라이나군의 통제하에 있다. 우크라이가 춘계 대공세의 출발 지점으로 꼽히는 곳이다.

캡처1-미러 미사일 토르나도S Торнадо-С 위키피디아
러시아 다연장로켓시스템 토네이도-S(Торнадо-С)/사진출처:위키피디아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이날 "자포로제에 로켓 6발이 떨어졌다"며 "러시아군의 다연장로켓발사시스템(MLRS) '토네이도(Tornado)-S'(러시아어로는 Торнадо-С)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토네이도-S'는 미국의 '하이마스'(HIMARS)처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빠르게 목표물을 향해 로켓(미사일)을 쏜다. 우크라이나 측이 사전에 자포로제에 공습 경보를 내리지 못한 이유다.

토네이도-S의 최장 사거리는 120km. 그러나 실전에 주로 쓰이는 '토네이도-G'는 40km 정도다. 전선에서 자포로제시 남쪽 외곽지역까지의 거리는 약 30~35km다. 자포로제는 러시아 '토네이도'급 로켓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구조 요원들이 키예프 외곽지역에서 무너진 잔해를 헤치며 부상자들을 구조하고 있다/사진출처:우크라 비상사태부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는 22일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을 향해 미사일·드론 공격을 단행했다. 인명 피해는 수도 키예프(키이우) 외곽에서 주로 나왔다. 고등학교 건물이 파괴되고 20여명의 사상자가 났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드론 21대 가운데 16대를 격추했다고 밝혔으나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시 주석이 모스크바를 떠난 지 몇 시간 만에 벌어진 이날 공습을 두고, "러시아에서 '평화'라는 말의 뒤끝에는 늘 범죄적 공격 명령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날 공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의 열화우라늄탄 제공 발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이미 상응하는 대응을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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