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문건 유출-14일) 미 외교전문 '포린 어페어즈' "이제는 우크라서 외교 게임 준비할 때"
기밀 문건 유출-14일) 미 외교전문 '포린 어페어즈' "이제는 우크라서 외교 게임 준비할 때"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4.1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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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극비문건 유출에 민감한 우크라이나 언론은 자국의 춘계 대반격 작전에 비관적인 외신 보도를 계속 추적, 분석하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을 승인했다는 기밀 문건에도 곧바로 반응했다.

스트라나.ua는 14일 "서방 언론들이 올해 (반격을 통해) 전쟁의 전환점을 마련하려는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능력에 계속 회의적"이라며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과 외교 전문잡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의 기사를 소개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관여한 유럽 관리들을 인용, "작년 가을 헤르손과 하르코프(하르키우) 지역에서 거둔 전과를 근거로 올해 우크라이나의 성공적인 반격이 예상되었으나, 이제는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가 통제중인 자포로제에서 남진해) 멜리토폴을 장악하려는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러시아군의 육로를 차단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올해 달성될 수 있을 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올해에는 기껏해야 30km를 전진해 우크라이나 포병이 러시아군 보급로를 공격하고, 2024년의 추가 진격을 위한 여건을 마련할 것으로 보는 게 보다 현실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국제 외교무대에 영향력 있는 잡지인 포린 어페어즈(FA)는 "러시아가 (특수 군사작전으로) 우크라이나를 장악할 수는 없었지만, 전쟁의 향방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서방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방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쓴 포린 어페어즈/웹페이지 캡처

FA가 그 이유로 제시한 근거는 이렇다.

- 모스크바와 키예프(키이우) 모두 새로운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어 추가 인명 피해 및 경제적 손실이 더욱 크게 늘어난다. 결과론적으로도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아니라 피비린내 나는 교착상태가 계속된다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목표가 서방 측의 다른 이익과 충돌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정책은 이제 끝났고, 불합리하다.
- 전쟁 비용이 급증하면서 서방은 끝없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지쳤다. 설사,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더라도 '피로스(Пирровa)의 승리'에 불과하다. '피로스의 승리'란 로마와 싸운 고대 그리스 피로스왕의 고사에서 나온 것으로, 너무 큰 희생을 대가로 얻은 승리를 말한다. 패배와 다름 없는 승리라는 뜻이다.
- 이미 우크라이나인 수백만 명이 난민으로 떠돌고 있고, 10만명 혹은 그 이상이 전장에서 사망하거나 부상했다. 경제 규모도 30%나 쪼그라 들었고, 1백만명이 거지로 전락하는 등 우크라이나인의 경제적 빈곤 상태도 심각하다.

FA는 "달성할 수도 없는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자멸의 위험을 감수해서는 안된다"며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민주주의를 보전하는 것이 서방의 최우선 과제이지만, 이를 위해 크림반도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완전한 통제권을 곧바로 되찾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마지막 외교적 게임을 염두에 두고 키에프와 '외교적 이니시어티브'에 대한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군사장비들로 무력시위를 하는 모습/러시아 SNS vk영상 캡처
우크라이나에 인도된 미국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탑승하는 레즈니코프 국방장관

그러나 우크라이나 내부 분위기는 여전히 강경하다. 서방 측의 이같은 패배주의를 거부하고, 워싱턴의 기밀 문건 유출 사건이 '전쟁의 판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안나 말랴르 우크리이나 국방차관은 "우크라이나는 모든 작전과 정보, 자료를 미국과 공유하지 않았다(그래서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보기관, 군부를 도·감청?)"며 "작전의 전체 그림은 공개되지 않았고, 극히 좁은 범위의 일부 고위 인사들만 이를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군정보국(GUR)의 키릴 부다노프 국장도 "기밀 문건 유출이 우크라이나 반격 작전의 실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며 "반격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서방이 추가 지원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우크라이나)에게는 승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스트라나.ua는 서방 언론의 계속된 비관적인 보도에 우크라이나 측이 짜증을 내며 반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모스크바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우크라이나가 주목하는 다른 하나의 이슈는 중국의 대러 무기 지원설이다. 스트라나.ua는 "중국은 올해 초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을 승인했고, 민수용으로 위장해 제공할 계획이라는 언론 보도가 어제 나왔다"며 "유출된 기밀 문건을 인용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당국은 이 보도를 부인했다. 중국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분쟁 당사국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문제는 전장에서 발견되는 중국산 군용 부품들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블라디슬라프 블라슈크 수석 고문은 "전장에 쓰인 러시아 무기에서 점점 더 많은 중국산 전자 부품이 발견되고 있다"며 '오를란'(Орлан) 드론의 유도 장치에는 기존의 스위스 시스템 대신 중국산 부품이, 러시아 탱크의 사격 통제 시스템에서는 기존의 프랑스산 부품이 아니라 중국산 부품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이 16~19일 나흘간 모스크바를 방문한다고 발표됐다. 리 부장은 모스크바에서 쇼이구 국방장관 등 러시아 국방부 주요 인사들과 회담하고 러시아 군사대학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 부장은 러시아산 무기 구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미국이 지난 2018년 제재 명단에 올린 친러 인사다. 그는 지난달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국방·안보 부문 최고위의 자리에 올랐다.

모스크바 방문을 마치고 전용기에 올라 작별 인사를 하는 시진핑 주석/영상 캡처 

스트라나.ua는 "러시아와 중국이 일종의 군사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면, 중국의 대러 무기 지원설을 군사 장비의 직접 제공과 굳이 연결할 필요는 없다"며 "드론 등 민간 부문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이중 사용 목적의 품목 제공도 일종의 군사 지원"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측의 정보로 판단하면 이미 그런 일은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 오늘(14일) 주요 뉴스 요약

- 러시아의 3월 석유 수출량은 서방의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4일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가하락 추세에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까지 겹쳐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 넘게 줄었다. IEA의 월간 석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3월 석유 수출량은 전월보다 하루 50만 배럴 증가한 810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최대치다. 대인도 수출이 210만 배럴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190만 배럴로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수출액은 127억 달러(약 16조5천억원)로 작년 3월(223억 달러)보다 43%나 줄어들었다. 

- 벨라루스 공군 조종사들이 러시아 전술핵무기 사용 훈련을 끝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14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가 전술핵무기 일부를 벨라루스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벨라루스 공군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한 훈련은 그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에서 수호이(Su)-25 전투기의 무기(전술 핵무기) 사용에 필요한 기술을 교육받았다고 말하는 벨라루스 조종사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긴밀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양국은 '국가연합' 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 주미 안토노프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 국영 '채널1' TV 인터뷰에서 "미국은 가까운 시일 내에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를 석방하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위협했다"며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빅토리아 놀랜드 미 국무부 정무 차관과 '매우 가혹한' 대화를 나눴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미국인들은 '호혜주의'(reciprocity)라는 좋은 단어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도 모스크바와 러시아 전역에서 일하는 미국 언론인의 수를 워싱턴과 뉴욕에서 일하는 (러시아 언론인의) 수에 맞춰 줄여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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