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진짜 할까? 러시아 언론들의 반응은 '요란스럽지 않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진짜 할까? 러시아 언론들의 반응은 '요란스럽지 않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4.20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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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자, 러시아는 “일정 수준의 분쟁 개입을 의미한다”며 경고성 메시지를 내놨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발다이 포럼에서 '한러 관계 파탄'을 경고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러시아 현지 언론의 해석도 우리와 다를 바 없다. "한국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자세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실망스럽다'는 또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푸틴 대통령의 '파탄' 경고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처지를 이해하고 달래는 모양새를 연출했던 러시아였다. 

루덴코 차관은 지난 1월 3일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한국을 러시아와 떼어놓기 위해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한미동맹 때문에 2022년 3월 반러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나 한국은 러시아와의 지나친 관계 축소를 피하고, 서방의 제재로 인한 양국 협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용적이고 균형잡힌 외교 노선을 추진하려는 노력을 동시에 지켜봤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적절하게 '시소게임'을 벌여온 걸 인정한 셈인데, 그 추가 윤 대통령의 인터뷰를 계기로 급격하게 기울었으니, 러시아로서는 '강경 대응'외엔 대안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내심 실제 행동(군사 지원)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뉘앙스도 풍긴다. 

서울, 러시아의 대응을 우려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았다/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의 반응이 우선 그렇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페스코프 대변인은 19일 “물론, 무기를 지원하는 건 이 분쟁에 일정 수준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목은 한러 관계를 일별(一瞥)한 뒤 마지막에 덧붙이면서(물론, Конечно же이라는 표현으로) 나왔다.

그는 "여기(윤 대통령의 발언/편집자 주)에 근본적으로 새로운 것은 없으며, 제재 등의 측면에서 유감스럽게도 서울은 상당히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다"며 "군사 지원을 할 가능성은 이 노선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이 분쟁에 직접 개입하려고 할 것"이라고도 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가 윤 대통령의 발언이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리고는 '물론' 이라면서 '무기 지원은 분쟁 개입'이라는 일침을 놨다. 

페스코프 대변인/사진출처:크렘린.ru

강경한 톤은 오히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에게서 나왔다. 그는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원론적으로 한국이 키예프(키이우) 정권에 무기를 제공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며 “최근까지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했다고 장담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북한에서 러시아의 최신 무기를 볼 때,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다”며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quid pro quo)”고 했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양국간 외교 파탄을 거론하면서 "우리가 북한과 이 방향(군사협력 분야)에서 협력을 재개하면 한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당신들은 기쁘겠나"라고 반문한 바 있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페이스북 계정(러시어와 영어)을 통해 “한국은 키예프 정권의 군사 후원자 그룹에 참여해 살상무기를 제공하는 결정이 초래할 부정적 결과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행동은 지난 30년간 양국의 이익을 위해 건설적으로 발전해온 러·한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한반도 안보 상황의 맥락에서 양자 상호작용에 매우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책임 있는 접근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주한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계정

윤 대통령은 앞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관련,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전제를 달았지만, 살상 무기 지원 불가라는 기존 입장의 변경 가능성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현지 매체 rbc의 보도다.
rbc는 '미국과 태생적인 동맹국 중 하나는 왜 키예프에 무기 지원을 서두르지 않는가'(Почему один из основных союзников США не спешит предоставлять военную помощь Киеву)라는 부제를 붙인 윤 대통령 발언에 관한 기사(한국 대통령의 우크라 무기 지원 발언은 모스크바의 비판을 불렀다 Слова президента Южной Кореи об оружии для Украины вызвали критику Москвы)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는 다음 주로 예정된 워싱턴 방문을 앞두고 이뤄졌다"며 "1주일 전 미국이 한국 정부와 155mm 포탄 50만 발을 외상으로 받는(빌려가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고 전했다. 또 50만 발은 2022년 한국이 미국에 넘긴 탄약(10만개)의 5배, 같은 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양의 절반 가량이라고 평가했다. 

rbc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거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거부한다'는 이코노미스트 웹페이지 캡처

우선 한국 내부의 문제. 현행법(대외무역법 제26조 관련 고시 6조/ 편집자 주)상 '평화적 목적', 즉 평화 유지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기 수출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서울은 이 법을 늘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무기를 판매했고, 이 무기들은 나중에 예멘 내전 당사자들에게 넘어갔다"고 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르웨이와 독일, 스웨덴에도 (한국과) 같은 제한이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수정됐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서울은 이 정책을 바꾸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의회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처음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전쟁 발발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가 자신의 입장을 조정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법 개정을 지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지난해 6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5%만이 키예프에 치명적인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지지했다.

한국 정부는 또 러시아의 대응(보복) 가능성을 우려한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를(북한과의 무기 협력) 공식화했다. 북한은 2006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시작으로, 2009년과 2016년 추가 결의안에 의해 무기 수출입이 거의 완전히 금지된 상태다. 

'어떻게 한국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게 하나' 제목의 디플로매트 웹페이지 캡처

문재인 전 정부는 북핵 협상 재개의 잠재적 파트너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외교 전문지 '디폴로매트'에 따르면, 윤 정권도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보복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 발사 시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횟수도 크게 늘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3일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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