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부각된 시진핑의 존재감 -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 첫 통화후 발표 내용을 보니
더욱 부각된 시진핑의 존재감 -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 첫 통화후 발표 내용을 보니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4.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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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모스크바를 국빈 방문하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러브 콜(?)에도, 애써 모르는 척해왔던 시 주석으로서는 '협상 중재자'로서의 몸값을 더욱 높였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러 압박 카드와 전후 복구 채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미국에서는 중국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접촉을 통해 미국에게 '도덕적 타격'을 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워싱턴 포스트(WP)는 '중국은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전쟁) 상황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으로 "미국은 얄팍한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1시간여에 걸쳐 전화 통화를 했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엄밀히 따지면, 저울 추는 중국쪽으로 기운다. 중국 측은 두 정상의 대화를 비교적 자세하게 전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거의 함구했다. 서로 다른 발표 형식외에도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위기에서 대화와 협상은 실행가능한 유일한 출구"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은 중국 정부 유라시아업무 특별대표를 우크라이나 등에 특사로 파견해 당사자들과 정치적 해결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WP는 "모스크바 대사를 역임한 외교 거물 리후이를 우크라이나 특사로 임명한 것은 중국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화해 이후 또 다른 외교적 성공을 희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러시아를 향해서도 "핵 문제에서는 모두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번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통화 내용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시 주석과 길고 뜻깊은 통화를 했다"며 "나는 중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임명뿐만 아니라 이 통화가 양국 관계 발전의 강력한 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그리고 즉각 파블로 랴비킨 전 전략산업부 장관을 신임 주중 대사로 임명했다. 

스트라나.ua는 26일 "오늘의 주요 외교 소식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전화통화"라며 "중국은 키예프(키이우)와 접촉을 서두르지 않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유럽 연합(EU) 지도부,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입장을 조율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1월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입장문(자체 평화안)을 제시하면서 러-우크라 중재에 발을 디뎠다. 중국은 그러나 평화안에서 러시아군의 '선(先) 철수'를 요구하지 않아 우크라이나와 서방 측의 반발을 샀다.

시 주석은 이에 아랑곳 없이 3월 20일 모스크바로 가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러시아는 중국의 평화안과 중재 의지에 지지를 표명했다. 4월에는 베이징을 방문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올 여름 러-우크라 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대통령도 중국 방문을 전후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중국의 이니셔티브'에 대해 집중 협의했다고 한다.

러시아의 시진핑 환영 세레모니에서 손을 잡은 두 정상/사진출처:크렘린.ru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 우크라이나 태도를 바꾸는데 실패/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시 주석의 젤렌스키 통화는 주요 이해 당사자간의 이같은 외교적 숙성 과정을 거친 뒤 이뤄진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렇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순순히 양보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그는 시 주석에게 "키예프는 1991년 국경 내의 모든 점령지를 (러시아가) 반환하는 조건에서만 평화를 고려하고 있으며, 영토 양보를 전제로 타협하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니키포로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대변인도 "양 정상간 대화에는 핵무기 사용 불가 등 몇 가지 접점이 있었다"며 "이것이 우리가 이 대화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시작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을 향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러브 콜'은 지난해 8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당시 그는 "중국이 러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시 주석과 직접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고, 지난 3월 말 AP통신과 인터뷰에서도 “(시 주석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더욱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두 정상의 전화 통화후, 중국이 전한 시진핑 주석 발언은 다음과 같다. 
1. 중국과 우크라이나 관계는 31년의 발전을 거쳐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준에 도달했다. 
2. 우크라이나 위기의 복잡한 전개는 국제 정세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며, 중국은 이 문제에서 늘 세계 편에 섰다. 평화를 유도하고 협상을 촉진하는 것이 주된 입장이다. 
3. 시 주석은 공동검토 4개 항, 반성 3개 항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결산 문서를 작성했다. 
4. 중국은 분쟁의 당사자도 도발자도 아니다. 중국이 하는 일은 상당히 정직하다. 중국은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전쟁) 상황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5. 핵전쟁에는 승자가 없기 때문에 대화와 협상이 유일한 탈출구다. 
6. 위기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모든 이해 당사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냉정하고 절제해야 하며, 진정으로 자신의 운명과 온 인류의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 

중국 측은 또 "평화 정착과 협상 재개를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중단하고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중국은 특별 대표(특사)를 각 당사국에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이 임명한 특사 리후이 전 러시아 대사/사진출처:스트라나.ua

스트라나.ua는 중국의 발표 내용 중에서 시진핑의 '공동 배려' 4가지와 '반성' 3가지 제시에 대해 주목하면서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차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증거로 중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의 즉각 임명과 시진핑 특사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들었다. 또 이를 통해 협상 협상을 위한 특별한 기반이 만들어지고, 미래의 평화 정착 구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 오늘(25~27일)의 주요 뉴스 요약

- 시진핑-젤렌스키 전화 통화에 대해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6일 "중국이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동시에 키예프는 (위기) 해결을 목표로 한 어떤 건전한 이니시어티브도 거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미 백악관은 "통화는 환영하지만, 세계에 자극을 줄 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터키측은 "수천 명이 더 죽기 전에 평화 회담을 시작하자"며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상황을 감안해 대화의 진전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리고진 와그너 그룹 수장/현지 매체 영상 캡처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 '와그너 그룹'(러시아어로는 '바그네르', 직역한다면 '바그너')의 수장 프리고진은 27일 우크라이나군이 미국 언론(종군 기자들)들을 바흐무트로 데려왔기 때문에 포 공격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언론이 바흐무트에서 안전하게 취재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 시간 후 "오랫동안 추적해온 우크라이나군 57여단의 케르베로스 사령관이 미국 언론을 '차소프 야르'에서 '바흐무트'로 안내하고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며 "바그너 그룹 덕분에 미국 언론들이 바흐무트를 취재할 기회를 얻었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 사무총장은 27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군사 장비, 1,550대의 장갑차와 230대의 탱크, 엄청난 양의 탄약을 키예프에 넘겼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약속된 전투 차량의 98% 이상이 이미 전달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은 영토 탈환에 필요한 군사기술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나토 최고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카볼리 미군 유럽사령부 최고사령관은 26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봄철 대반격을 기대하는 우크라이나에 서방이 지원을 약속한 전투 무기가 거의 다(98%이상)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서방 군사장비들이 모여 있는 모습/SNS vk 영상 캡처

그러나 스위스의 독일어 일간지 노르예 취르허 자이퉁(Neue Zürcher Zeitung)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지연되는 주된 이유는 서방의 중화기 공급 부족 때문"이라며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참모장이 작년 12월 300대의 탱크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최대 200대 정도가 배송됐고, 그것도 3분의 1만이 레오파드-2와 같은 서방 탱크"라고 지적했다. 미하일 포톨랴크 대통령 고문도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약속된 군사 장비의 98% 이상을 받았다는 미 국방부의 평가에 의구심을 표명했다고 스트라나.ua는 전했다.  

-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최소 1년은 자금을 댈 수 있을 것이라고 WP가 유출된 미 정보 기관의 기밀문건을 인용, 26일 보도했다. 기밀 문건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 엘리트(기업인)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의하지 않거나 서방의 대러 제재로 인해 경영에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또 "러시아 당국은 경제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법인세 인상과 국부펀드 활용, 병행 수입, 기업의 적응력 등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밀문서는 그러나 대러 추가 제재의 영향이나 러시아 유가 상한제의 장기적인 영향 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 미국 정부가 JP모건체이스와 러시아 국영 로스셀호스방크(러시아 농업은행)의 은행 간 거래를 허용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6일 보도했다. JP모건 측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으로부터 러시아의 곡물 수출과 관련한 자금결제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거래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앞서 미국과 EU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 송금망인 SWIFT에서 퇴출한 바 있다. 이에 러시아는 그동안 '흑해 곡물 협정' 연장 협상을 지렛대로 러시아 농업은행의 SWIFT 복귀 등을 요구해 왔다. 또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의 원활한 수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협정 탈퇴를 경고하기도 했다. 

'흑해 곡물 협정'은 120일 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허용하고 이후 합의를 거쳐 추가 연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11월, 지난 3월 두 차례 연장됐으나, 러-우크라가 연장에 합의하지 못하면 협정은 5월 18일 만료된다. 

'흑해 곡물 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에 도착한 화물선  

- 푸틴 대통령이 외국 에너지 회사 2곳의 자산을 러시아가 일시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26일 서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제재하는 '비우호' 국가들에 대한 맞불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번 명령은 비우호적 국가들의 공격적 행동에 대한 대응"이라며 "이는 러시아 기업의 해외 자산에 대한 서방 측 태도와 같다"고 주장했다. 

이 명령에 따라 독일 가스판매업체 유니퍼의 러시아 자회사(유니프로)와 유니퍼의 모기업인 핀란드 포르툼의 지분은 일시적으로 러시아 연방 국유재산관리청(로스무셰스트보)의 관리를 받게 됐다. 국영 타스 통신은 유니프로의 러시아 지분 83.73%와 포르툼 러시아 사업부의 지분 98% 이상을 연방 국유재산관리청이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연방 국유재산관리청은 그러나 "이 명령은 소유권 문제에 관한 것이 아니며, 소유주의 자산을 박탈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경제 제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일본이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전면 금지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반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보도했다. FT는 전날 G7이 내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새 제재 방안을 담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EU와 일본 대표들이 지난주 사전 회의에서 이 같은 미국의 제안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반대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EU 관리는 FT에 “우리가 보기에 그것은 한마디로 실행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U가 대러 전면 수출 금지에 반대하는 것은, 27개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필요로 하는 EU의 의사결정 시스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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