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킨잘 vs 스톰 섀도 대결? 러시아와 영국의 공대지 미사일 자존심이 걸렸다
이번에는 킨잘 vs 스톰 섀도 대결? 러시아와 영국의 공대지 미사일 자존심이 걸렸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5.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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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잘 vs 스톰 섀도

러시아군에게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이 있다면, 우크라이나에게는 영국제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가 있다? 굳이 번역하자면 '단검'과 '폭풍의 그림자'간의 대결이다.

서로 너무 다른 뜻을 품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둘의 쓰임새는 닮았다. 둘 다 전투기에 탑재되는 공대지 미사일이고, 상대의 방공망을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측에서 미국이 제공한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이 킨잘을 격추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러시아 측에서도 스톰 섀도를 요격했다고 내세운다. 

우크라이나가 키예프(키이우) 상공에서 킨잘 미사일 6기를 요격했다고 주장한 지난 16일, 러시아 국방부는 이를 반박하는 한편, 러시아 방공망이 거꾸로 지난 하루 동안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스톰 섀도 7기를 요격했다고 강조했다. 장군멍군격인데, 양측의 주장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기에 앞서 전쟁중이라는 현실과 상대에 대한 '프로파간다'(선전전)를 먼저 감안해야 한다.

러시아는 영국의 스톰 섀도 미사일 제공 소식에 다소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극도로 부정적이며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협적인 무기라는 반증이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일 하원에서 스톰 섀도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제공을 확인하면서 "이 미사일은 장거리, 재래식 전용에 정밀 타격 능력이 있으며,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러시아 군을 밀어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그-31k에 탑재된 러시아의 킨잘(위)와 영국의 스톰 섀도/사진출처:위키피디아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월리스 장관의 발언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튿날(12일)부터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꽤 멀리 떨어진(100km 이상) 러시아 점령 도시인 루간스크가 미사일 정밀 타격을 받았다. 이전까지는 우크라이나군의 사정거리 밖에 있어 공격의 표적이 되지 않았던 곳이다. 12일 밤에는 루간스크의 연료저장소와 산업단지내 공장 두 곳(육류 가공공장 '밀람'·Милам과 칼바사(러시아식 소세지) 포장재 공장 '폴리 팩'·Poly-Pack)이 불길에휩싸였다. 또 13일 새벽에는 친러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내무부 아카데미가 공습 표적이 됐다.

LPR측은 두 차례 공격 모두 스톰 섀도우가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잔해 사진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러나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LPR측은 또 대공방어 시스템의 위치를 탐지하고 교란하기기 위해 미사일 본 공격에 앞서 미끼로 던진 미국제 ADM-160B 미사일의 파편도 발견됐다고 했다. 

LPR측이 제시한 스톰 섀도 파편/사진출처:스트라나.ua
LPR의 내무부 아카데미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불타는 모습/영상 캡처

러시아 국방부도 즉각 "영국의 스톰 섀도 미사일이 민간 목표물을 겨냥하지 않을 것이라는 런던의 발표는 헛소리였다"고 비난했다.

스트라나.ua는 13일 "우크라이나가 스톰 섀도의 사용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최전선에서 먼 후방, 그것도 방공망에 의해 요격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루간스크를 타격한 미사일은 스톰 섀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톰 섀도는 발사 전에 프로그래밍된 좌표를 향해 상당히 낮은 고도(수십 미터)로 날아가다가 목표 근처에서 솟구친 뒤 급강하한다. 대공 방어 시스템이 탐지하기 어렵다. 반면, 킨잘은 극초음속으로 목표물로 날아가기 때문에 요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스톰 섀도는 러시아군에 심각한 도전이며, 대량으로 사용되면 미국의 다연장로켓시스템 하이마스(Hymars)처럼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가 장악한 영토 깊숙이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290㎞ 안팎)이기 때문이다. 하이마스는 사거리가 80㎞ 정도다. 스톰 섀도는 우크라이나군이 봄철 반격 작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러시아군 후방에 있는 무기고나 연료탱크, 지휘및 통제센터, 비행장, 항구, 흑해함대 군함, 주요 교량 등을 파괴할 수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스톰 섀도는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크림반도의 흑대함대 기지인 세바스토폴은 물론, 크림반도 남부 해안과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까지 사정권에 둔다. 개전 초기 최대격전지인 마리우폴도 사정거리안에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탈환을 꿈꾸고 있는 크림반도 전역을 때릴 수 있고, 이론적으로는 러시아 영토인 크라스노다르주의 목표물까지 겨냥할 수 있다. 

스톰 섀도의 지도상 사정거리. 크림반도와 도네츠크주는 거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 왼쪽으로는 러시아 본토의 크라스노다르주도 포함된다/출처:스트라나.ua 

관건은 우크라이나가 값비싼(대당 1백만달러) 이 미사일을 얼마나 보유할 수 있는지, 또 러시아가 얼마나 빨리 대처할 수 있을 지다. 러시아는 하이마스가 위력을 발휘하자 중요한 목표물을 사정거리 밖으로 옮기고, 무기 창고와 병력을 분산시켰다. 그리고 재래식 방공시스템으로 격추를 노렸다.

그러나 사정거리가 긴 스톰 섀도는 그같은 대응으로는 부족하다. 우크라이나 점령지역 전체에 대한 대공방어 시스템의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이를 단시간에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러시아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스톰 섀도는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 리비아와 시리아 전쟁에 등장했고, 예멘 내전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군이 이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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