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은 지금) 우크라 언론은 왜 우리와 다르게 보도할까? 한-우크라 보도 분석
우크라 전쟁은 지금) 우크라 언론은 왜 우리와 다르게 보도할까? 한-우크라 보도 분석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5.2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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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흑해 함대의 최신 정찰함 '이반 후르스'(Иван Хурс, 외신은 Ivan Khrus로, 국내 언론은 이반 쿠르스로?/편집자)가 24일 흑해 보스포러스 해협 북서쪽 140㎞ 해상에서 우크라이나 무인 보트(해상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서방 외신, 국내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심리적 기선제압을 위한 러-우크라 간의 치열한 '프로파간다'(선전전)를 실감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해상드론이 폭침되는 장면/러시아 매체 영상 캡처

비단, 이 사건 뿐만이 아니다. 아침마다 국내 언론(주로 서방 외신 인용)과 러시아 언론을 비교하다 보면, 진짜 팩트(사실)가 뭘까? 궁금해진다. 우크라이나의 언론 매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방적인 반(反)러·친(親)우크라 성향의 국내 언론 보도에, 또는 해설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한국과 미국, 러시아(우크라이나)간의 시차와 보도 시점 등을 두루 감안해 지난 이틀간(25, 26일) 국내 언론 지면을 장식했던 몇 가지 사건·사안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에 대한 편차를 한번 확인해 보자. 물론, 기사의 선택 기준이나, 언론사 별 성향도 고려했다. 

◇러시아의 잇딴 우크라 공습 보도 

러시아는 25일 밤~26일 새벽 키예프(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각지에 미사일·드론 공격을 가했다. 

국내 주요 언론의 보도는 이렇다.
러시아가 또다시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각지에 야간 공습을 가하면서 중부 도시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의 병원에서 1명이 숨지고 어린이 2명을 포함해 23명이 다쳤다고 로이터, AFP 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전날(25일) 밤 10시부터 이날 새벽 5시까지 미사일 17발과 드론 31기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됐으며, 이 중 미사일 10기와 이란제 샤헤드 자폭 드론 23기, 정찰 드론 2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부서진 병원 건물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하고, "러시아가 또다시 자신들이 테러리스트임을 확인시켰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의 26일자 웹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6일 하루의 전황(457일차)을 분석한 기사(Анализируем итоги 457-го дня войны в Украине)에서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주지사의 발표를 인용,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보다 구체적으로 전했다. 세르게이 르사크(Сергей Лысак) 주지사는 "운송업체와 민간 기업 2곳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주유소 타격으로 1명이 부상했다"며 "아침에는 정신병원과 인근의 동물병원 등 의료시설에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스트라나.ua가 보도의 주안점을 둔 것은 국내 언론과 달랐다. 현지 블로거가 올린 병원 영상이 러시아 공습에 좌표를 찍어줬는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우크라이나의 엄격한 언론 통제법에 대한 비판에 방점을 찍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현지 블로거 안나 알힘(Анной Алхим)은 전날(25일) 인스타그램에 우크라이나군 부상병으로 넘쳐나는 두 병원(정신병원과 동물병원/편집자)의 영상을 올렸는데, 이 게시물이 러시아군의 병원 공습을 초래했다고 거센 비난을 받았다. 현지 당국에 그녀를 어떻게 해달라고 분노한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우크라이나의 모든 병원이 이미 부상병 치료에 동원됐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고, 러시아 측이 병원 좌표를 알지 못할 것 같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스트라나.ua는 "이 사건은 키예프시의 방공 시스템 작동 장면을 촬영한 혐의로 당국이 블로거 6명을 체포한 일(5월 17일)을 떠올리게 한다"며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전쟁 정보를 게시하는 블로거에 대한 압박 조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지난 3월 말로 발효된 우크라이나 언론법에 대한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스트라나.ua(4월 4일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미디어에 관한 법률(언론법)이 지난 3월 말로 발효됐다. 온라인 매체와 블로그 등 SNS 게시물도 텔레비전 및 라디오 방송을 위한 국가 위원회(National Council for Television and Radio Broadcasting)의 통제 하에 들어갔다. 유럽 기자연맹 등 서방 측은 이 법안을 '최악의 권위주의 정권을 위한 법'이라고 비판했지만, 지난해 말 의회(최고 라다)를 통과했다. 

◇ 우크라군의 반격 개시 여부

국내 언론은 이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기승전-반격 예비작전'(혹은 반격 징후)으로 몰아간다. 26일 흑해와 아조프해에 면한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주(州) 주도 크라스노다르에 드론 공격이 가해졌고, 전날에는 우크라이나 접경 러시아 로스토프주의 모로조프스크 지역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언론은 "이 같은 러시아 측 발표가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군이 서방 지원 장거리 미사일(영국제 '스톰 섀도' 미사일/편집자)과 드론 등으로 이틀 연속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징후인지 주목된다고 했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더욱 구체적으로 이렇게 전했다.
어제밤(25일) 도네츠크주(州)의 '통제되지 않는'(러시아군이 점령한) 고를로프카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3명이 부상했다. 밤이 되자 '통제할 수 없는'(러시아군이 점령한) 베르단스크에서도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밤중에는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에서 드론 2대가 폭발했고, 오늘(26일) 아침 도네츠크시 칼리닌 구역에도 강력한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 이로 인해 포크로프스키 시장 구역의 연구소 건물이 파괴되면서 남자 1명이 사망했다. 

러시아 본토 크라스노다르의 드론 폭발 장면/영상 캡처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에 대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텔레그램

우크라이나군의 이같은 포격(혹은 공습)를 반격 징후로 해석 가능할까?
스트라나.ua는 26일 "친러 자포로제주 당국은 오늘 최전선에서 4,000명을 대피시켰다"며 "러시아 방어 작전의 하나"라고 썼다. 그러나 "날씨는 오랫동안 꽤 따뜻해졌지만, 반격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과 키릴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군정보국(GUR) 국장은 모두 반격에 필요한 병력 준비가 이미 완료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격이 늦어지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러시아의 방어 작전에서 취약점을 찾아내는 일로, 반격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 작업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반격 작전의 전망에 대해 서방 측은 낙관적이지 않다고 스트라나.ua는 전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어제(25일)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영토를 해방한다는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목표가 군사적 수단으로 달성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단기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는 수십만 명의 러시아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며 "피비린내나는 치열한 전투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카렐 르제흐카 체코 참모총장은 독일 일간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은 탱크와 장갑차에만 달려 있는 게 아니다"며 "개인적으로 우리는 나쁜 시나리오, 즉 긴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서방 국가들은 앞으로 수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라나.ua는 "무기가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제공돼야 한다는 말이 서방에서 점점 더 자주 들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반격 전망에 대한 평가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위)와 부다노프 GUR 국장/현지 매체 영상 캡처, SNS

우크라이나의 반격 여부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스트라나.ua (5월 25일자)에 따르면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반격은 이미 며칠 동안 계속됐다"며 "우크라이나 접경 러시아 벨고로드주(州) (무장세력의) 습격을 시작으로, 1,500㎞에 이르는 국경선을 따라 전쟁이 본격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고르 조프크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부국장은 포돌랴크 고문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서방으로부터 필요한 무기를 모두 받으면 반격에 나설 것"이라며 "작전 준비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스트라나.ua도 포돌랴크 고문의 반격 개시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벨고로드를 습격한 무장세력(RDK, 러시아어로는 ДРГ)은 이미 러시아 땅에서 밀려났고, 새로운 공격에 나섰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며 "RDK는 겨우 벨고로드의 한 마을에 대한 영상만 올렸다"고 밝혔다. RDK의 벨고로드 습격을 우크라이나군 반격작전의 일환이 아닌, 일종의 '사보타주'(극비 폭파음모), 혹은 러시아 측이 주장하는 '테러 공격'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재미있는 것은 '반격 개시'와 '서방 무기 기다림'이라는 서로 상반된 목소리가 우크라이나 당국에 의해 동시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트라나.ua는 이를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대한 (서방 측과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이거나, 서방 측에 빨리 약속한 무기를 보내라는 강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 흑해함대 정찰함 공격의 진실 공방 

러시아 국방부는 25일 “전날 3척의 우크라이나 '해상 드론' 공격을 모두 격퇴했다”며 짧은 동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공격 목표가 된 '이반 후르스'함은 당시 러-터키(튀르키예)를 잇는 해저 가스관 '투르크 스트림'과 '블루 스트림' 가스관을 감시및 보호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 측에 반박이나 하듯, 해상 드론이 '이반 후르스'함을 향해 돌진하는 영상을 텔레그램 등 SNS에 올렸다. "'이반 후르스'호와 우크라이나 드론이 만나면 정말 ‘완벽한 매치’(a perfect match)”라고 트윗했다.

'이반 후르스'호는 우크라이나의 해상 드론 공격을 격퇴했을까? 당했을까? 
영국 BBC 방송은 독자적인 판단을 유보했고, 미 CNN 방송은 “맞은 것으로 보이나, 전함의 피해 정도는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스트라나.ua의 보도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매체는 26일 "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이 전함 가까이로 빠르게 접근하는 '해상 드론' 영상을 올린 뒤, 오늘 '이반 후르스'함 우현 근처에서의 폭발 영상이 올라왔다"며 "이에 맞서 러시아 언론은 이반 후르스함이 스스로 (흑해함대 기지인) 세바스토폴로 돌아가는 영상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정보 선전전'(프로파간다)의 2라운드가 시작된 것. 스트라나.ua는 "이반 후르스함이 피해를 입었더라도 치명적이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흑해함대 기지로 귀환하는 이반 후르스함 
이반 후르스 함 근처의 폭발 모습/영상 캡처

이 매체가 진짜 주목한 것은 '이반 후르스'함의 가치다. 2018년에 진수된 최신 군함으로, 러시아에도 같은 기종이 두 척뿐이라고 했다. 또 러시아의 최신 추적및 전자전 시스템이 장착된 전자전 네트워크의 기함으로, 나토(NATO) 미사일 시스템을 추적하고, 표적을 직접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나.ua는 "이반 후르스함은 러시아에서 중요한 군함"이라며 "이 군함을 공격 목표로 삼은 이유(흑해 함대의 우크라이나 미사일 공격 무력화/편집자)는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 미국 무기를 이용한 '벨고로드 습격'의 후속 조치 

우크라이나 무장세력(RDK, 러시아어로는 ДРГ)의 '벨고로드 습격사건'에 대해 미국은 러시아 본토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지원하지 않으며, 이런 점을 우크라이나에도 매우 분명히 전달했다고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도 미국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미국 무기가 직접 동원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반 후르스'호 공격의 진실 공방을 전한 스트라나.ua는 "26일의 또다른 군사 정치 이야기는 벨고로드 습격 사건"이라며 "보다 정확하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후속조치 논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우크라 양측은 '아주 최근에, 바로 어제쯤' 이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며 커비 조정관의 발언 내용을 소개했다.

이 매체가 우려한 것은 미-우크라 간에 이뤄진 즉각적인 논의와 그에 따른 후속조치가 불러올 파장이다.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 우크라이나 무장세력의 습격 발표/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우크라이나 무장세력이 러시아 국경검문소를 장악한 모습/사진출처:스트라나.ua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 당국은 미-우크라 대화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이는 키예프에게 매우 중요한 신호"라며 지난 2016년 크림반도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군정보국(GUR) 주도의 사건(바이든 미 대통령은 당시 부통령으로, 이 사건의 국제적 파장을 사전 진화/편집자)을 끄집어냈다. 이번 습격 작전도 그 때와 마찬가지로 GUR의 부다노프 국장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나아가 "서방 외신은 서방 측과 협의나 조정없이 저지른 벨고로드 습격 사건의 배후에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있다고 적극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번 사건은 키예프에 대한 첨단 무기 공급에 반대하는 서방 일부 세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게는 내재된 위험한 주제"라고 우려했다. 

◇ 현실적 문제로 떠오른 F-16 전투기 제공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 자국에 대한 미국산 전투기 F-16 지원의 관건은 '훈련과 보급의 속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튿날(25일) "현재 우크라이나에 가장 필요한 무기는 대공 미사일 방어 체계"라며 "F-16 전투기가 당장 '만병통치약'이 되긴 힘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F-16 전투기 제공에 따른 비용 문제를 거론했다. F-16 전투기 10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경우, 유지·보수 비용 등을 합해 20억 달러(약 2조 6500억원)가 들 것이라는 게 밀리 합참의장의 계산이었다. 그는 "러시아를 상대하려면 F-16과 같은 4세대 전투기, F-35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5세대 전투기가 상당수 필요한데, 여기엔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트라나.ua는 밀리 합참의장을 주장을 근거로 자금 측면에서 F-16 전투기 제공의 현실성을 분석했다. 이 매체는 26일 "키예프가 영토 수복을 위해 서방측에 원하는 F-16 전투기의 규모는 48대"라며 "이 정도 규모의 전투기를 확보하려면 100억 달러 상당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고, 이는 서방 국가들에게도 매우 심각한 자금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거듭되는 러시아의 핵위협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제공하면, 러시아는 이를 제거하기 위해 선제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거론하면서 "현 상황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 정권에 전투기를 제공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며, 심지어 핵무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젤렌스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정권이 한반도 분단과 유사한 방식(한국식 종전 시나리오/편집자)으로 우크라이나를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주장도 폈다.

스트라나.ua는 메드베데프 부의장 발언의 포인트를 국내 언론과는 달리 잡았다. 현 정부가 퇴진하지 않는 한, 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그는 어제밤(25일)에 발표한 러시아의 '소중한 꿈' 계획에서 "우크라이나의 현 정부가 퇴진하지 않는 한, '한국식 시나리오'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영토가 완전히 분할될 때까지, 러시아와 서방 진영 간에 전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현 정권이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한, 전쟁은 수십년 간 질질 끌 수 있다"며 "2년, 3년의 휴전을 거쳐 다시 터지는 전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은 여전히 젤렌스키 정권의 전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스트라나.ua는 해석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현지 매체 영상 캡처

메드베데프는 또 이 전쟁이 끝날 수 있는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은 유럽연합(EU)의 통제하로 들어가고, 계속 모스크바가 점령한 (동부 지역) 땅의 수복을 노린다. 우크라이나는 중기적으로 나토와 EU에 가입하지만, 무력 충돌은 재개되고, 제 3차세계대전으로 확산될 위험이 크다.  

두번째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EU (소속) 국가로 쪼개지고, 가까운 장래에는 충돌이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보장 조치가 확보된다. 서방으로 도피한 권력은 우크라니아의 준군사조직에 계속 무기를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충돌이 본격화하거나,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위험은 작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은 EU 국가에, 나머지 지역은 러시아에 합병된다. 장기적으로 충돌이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보장 조치가 이뤄진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같은 3가지 옵션외에는 다른 게 없다며 "러시아는 두 번째 옵션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세 번째 옵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해 스트라나.ua는 "현재 전황상, 우크라이나군이 패배하고 이에 따른 우크라이나 영토 분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주장은 자신의 주가를 높이거나 전쟁 강경파 세력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개인적인 홍보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의 향후 행보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고 정규군에 이 지역을 이양한다고 25일 밝혔다. 그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오늘 우리는 바흐무트에서 부대를 철수한다”며 “거점과 탄약 등 모든 것을 정규군에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24일) "러시아군은 이대로 가다간 전쟁에 패할 수밖에 없다"며 러시아판 ‘고난의 행군’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새롭게 동원령을 내리고, 탄약 생산을 늘리는 등 러시아 전 국민을 동원한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위)와 바흐무트 완전 점령을 발표하는 장면/현지 텔레그램 채널 영상 캡처

스트라나.ua는 26일 "프리고진이 바흐무트 철수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믿지 않는다"며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 당국이 '바그너 그룹'의 철수를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바그너 그룹' 전사들이 부대 재정비를 위해 일부분 교체될 것이지만, 가장 전투력이 강한 부대는 계속 바흐무트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는 전날(25일)에도 "프리고진의 철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당초 지난 5일에도 병력을 빼겠다고 협박했지만, 거꾸로 러시아군 총참모부(합동참모본부 격)로부터 '반역 행위'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또 최근 인터뷰에서 "철수가 6월 10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며 "전투에서 패배할 경우(러시아 정규군이 바이무트 방어에 실패할 경우/편집자), 쇼이구 국방장관의 사임을 노리고, 바흐무트 철수를 철회할 의도도 있다"는 점을 거의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스트라나.ua는 "바그너 그룹이 당초 시한인 6월 1일, 늦어도 6월 10일까지 철수할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반역죄 경고를 받을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번에는 러시아군 총참모부가 부대 재정비를 위한 철수에 동의했다는 정보도 있어 내주에나, 그 다음주에 실제로 바흐무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안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바그너 전사들이 여전히 바흐무트에 주둔하고 있으나, 외곽지역에서는 병력 일부가 러시아 정규군으로 교체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은 "적(러시아군)은 재편성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격 강도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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