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투(me too)의 첫 표적이었던 슬류츠키를 하필 정세균 의장이 만났을까?

2018-04-26     이진희
어제 뉴스에서 눈에 띄면서도 이미지가 서로 상반되는 두 장의 사진을 접했다. 하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스테판 쿠비프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개발무역부 장관과 만나는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레오니드 슬류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관계위(외교위) 위원장과 악수하는 사진이다.



김부총리는 오랜만에 우크라이나측 경제 담당자와 만난 듯하다. 러시아와 사사건건 다투는 우크라이나를 알게 모르게 피해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독립후 보유하던 핵무기를 폐기한 노하우를 갖고 있고, 여전히 우주항공과 IT 분야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 쿠비프 부총리는 우크라이나의 국영기업 민영화와 주요 인프라 건설, 노후 인프라 개선사업에 대한 우리 기업의 참여 확대를 요청했다. 진지하게 고민할 대목이다.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Knowledge Sharing Program)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니 다행이다. KSP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 경제 개발 경험을 다른 나라에 전수해 주는 정책 자문사업이다. 

반면 정 의장이 접견한 슬류츠키 위원장은 러시아 미투(#me too)운동에 휩쓸려 큰 물의를 일으킨 극우민족주의 '자민당' 소속 정치인이다. 그는 인터뷰를 하러온 방송국 기자및 PD를 성추행하고 성희롱한 '마초 남'의 전형이다. 우리의 미투 불길로 보면 벌써 정계은퇴를 해야 할 만한 사안이었지만, 버젓히 의원외교를 한답시고 서울에 와 국회를 찾았다. 하필이면 슬류츠키였을까? 

두 사람은 '제3차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 개최에 관한 사항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의 부적절한 처신을 생각하면, 정 의장의 이미지는 이번 일로 실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