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지털 루블' 발행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 논의는 활성화

중앙은행 총재 최근 투자포럼서 "디지털 루블의 영향에 대한 의견 요구" 언론 "내년 말 디지털 루블의 시범 실시" 보도 - 일각서 신중한 모드 견지

2020-11-01     이진희 기자

'디지털 화폐'(가상화폐, 암호화폐)인 '디지털 루블' 발행은 언제쯤 가능할 것인가?
지난 29일 비대면 화상 미팅 형식으로 열린 러시아 VTB 캐피탈의 투자 포럼에서도 '디지털 루블' 발행에 관한 논의가 제기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 "앞으로 10년간 러시아의 국가 목표 중 하나가 모든 분야에서의 디지털 혁신"이라며 "이는 국가의 경제적 역량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디지털 루블의 도입은 유동성 관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금융권의 비즈니스 모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제, “금융권의 비즈니스 모델에 디지털 루블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은행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금융권의 참여를 요청했다. 그녀는 "디지털 루블의 사용 편의성으로 인해, 도입후 거래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게 분명하다"며 발행의 불가피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앞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13일 47쪽 분량의 '디지털 루블'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디지털 루블'의 발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디지털 루블' 발행의 타당성을 논의하기 위한 공개 협의도 갖겠다고 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내년 말 '디지털 루블'의 파일럿 테스트(시범 실시)를 시작할 전망이다. 이즈베스티야지는 "МКB, PSB, 크림 RNKB, 제니트은행, 돔.RF은행 등 5개 은행이 '디지털 루블' 시범 실시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한 데 이어 최근에는 "내년 말 시험 실시가 결정됐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디지털 루블 시범실시는 참여 그룹에 한해 급여를 '디지털 루블'로 지급하고,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디지털 루블'은 기존의 법정통화를 보완하는 제3의 통화 형태로 설계될 전망이다. 이용자는 전자지갑이나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루블화 발행이 아직 시기 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나톨리 악사코프 러시아 하원 금융위 위원장은 최근 블록체인 관련 행사에서 "이르면 내년 '디지털 루블'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이라는 전제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디지털 루블'을 포함한 '디지털 화폐'가 금융과 일반 서민들에게 미치는 높은 위험성을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악사코프 위원장은 설명했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공개한 자문보고서에서 “디지털 루블의 도입 가능성과 전망을 평가하고, 공개 협의를 통해 그 개념을 정의한 뒤 제한된 사용자 그룹을 대상으로 '디지털 루블'을 시험하고 '디지털 루블'의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시범 실시 결과를 본 뒤 '디지털 루블' 출시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다음 단계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다는 심증이 담겨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해 육성하되, 암호화폐는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감안해 엄격히 규제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지난 1월 '디지털금융자산법(DFA)' 을 채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 DFA 법안은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인 정의를 내리고, 거래 자체는 합법적인 활동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결제 기능은 전면 금지했다. 이 법안은 내년 1월 1일 시행에 들어간다.

DFA법에 따라 러시아의 모든 공직자는 암호화폐 자산 내역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암호화폐도 부동산과 차량, 증권 등과 같이 재산 가치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러시아 공직자는 국가 부패방지법에 따라 소득과 자산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이를 숨기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처벌을 받는다.

러시아 검찰청에 따르면 공직자의 불법 미공개 자산 4억4100만 달러(5,000억원) 상당이 지난 3년간 국고로 몰수됐다고 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또 일반 투자자의 암호화폐 연 매입 규모를 60만 루블(960만원)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제안하는 DFA법의 세부 시행방안 확정을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