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싸운 아제르-아르메니아 정상, 모스크바서 마주 앉아 미래 설계?

알리예프 대통령와 파쉬냔 총리, 푸틴 대통령 중재하에 모스크바서 3국 정상회담 분쟁지역 '나고르노 카라바흐' 공동 개발 성명 발표 - 국경선 획정 등은 계속 추진

2021-01-12     이진희 기자

'나고르노-카라바흐' 지배권을 놓고 6주 가까이 치열하게 싸운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두 정상이 모스크바에서 휴전 후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그러나 여전히 묵은 감정이 많이 남아 있는 듯, 러시아 크렘린 영상 자료에서도 두 정상이 서로 악수를 나누는 장면은 없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약 4시간 가량 회담한 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경제 발전 및 인프라 사업 추진을 위한 3자 실무그룹 창설에 관한 공동 성명에 서명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3국이 함께 개발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3국 부총리들이 합의 이행을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중재하에 이뤄진 3국간 모스크바 회담에서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내 러시아 평화유지군 활동과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간 국경선 획정, 인도주의 문제, 문화유산 보존 등이 집중 논의됐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 회견에서 “우리가 합의한 공동 성명은 상호 경제적 유대 관계를 구축하고, 인프라 개발을 위한 단계를 담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3국 부총리가 이끄는 실무 그룹이 '교통 인프라 및 지역 경제 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알리예프 대통령도 "이날 논의된 통신 네트워크의 재개통은 예레반(아르메니아)와 바쿠(아제르바이잔)의 이익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쉬냔 총리는 "오늘 회의에서 전쟁 포로 문제와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지위를 최종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3국이 지난해 11월 평화협정에 서명한 뒤 휴전 합의가 지속적으로 이행되고 있다"며 "당사국들의 이익을 고려하면서 최대한 공정하게 해묵은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여건들이 조성되고 있다"고 상생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는 또 "나고르노-카바라흐 지역의 양측 대치 전선에 평화유지군이 배치돼 상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4만8천 명 이상의 난민들이 이 지역으로 귀환했다"며 향후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나아가 "민스크 그룹과도 휴전 유지를 위한 활동들을 계속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스크 그룹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992년 결성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산하 협의체다.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가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6주 가까이 치열하게 교전했던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11월 9일 푸틴 대통령의 중재로 3국 평화협정에 서명한 바 있다.

이 협정에 따라 아르메니아는 그때까지 통제해온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상당 부분과 주변 점령지 등을 아제르바이잔 측에 돌려주고 해당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하기로 했다. 사실상 패전한 아르메니아에서는 파쉬냔 총리에게 그 책임을 묻는 '퇴진 요구'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