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도쿄 올림픽에 선수단 335명 출전 - '국기' '국가' 일체 사용 못해

IOC 징계 조치로 유니폼은 러시아 국기 3색으로 디자인 - 국명대신 ROC로 대표선수 확정 과정서 또 금지 약물 복용 의심선수 나와 - 조정 2명 교체

2021-07-09     이진희 기자

러시아는 오는 23일 일본 도쿄에서 개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335명의 선수를 확정, 발표했다. 지난 6일 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확정한 선수 명단에 따르면 여자 선수가 185명으로 남자(150명)보다 많다. 그러나 선수 선발과정에서 또 금지 약물 복용 의심 선수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도핑 조작 혐의'로 세계반도핑기구(WADA)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도쿄올림픽에서 '러시아' 국명조차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조정 종목의 대표 선수 2명이 최종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멜도늄' 양성 반응을 보여 충격적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알렉세이 스비린 러시아조정연맹(FGSR) 회장 8일 니키타 모르가체프와 파벨 소린 선수가 최종 테스트에서 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달까지 조정 대표팀 선수 명단을 이름을 올린 두 선수는 그러나 최종 명단에서는 빠졌다. 조정 대표팀은 현재 일본에서 훈련중이다.

스비린 회장은 "추가 테스트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두 선수는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미 대체 선수들이 선발된 상태다.

도쿄 올림픽 개회식의 러시아 남녀 기수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금메달리스트인 소피야 벨리카야와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배구 금메달의 주역 막심 미하일로프가 선정했다. 

러시아 대표단에서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는 수영 싱크로나이즈드 종목에 출전하는 스베틀라나 로마시나(32). 2008 베이징 대회부터 2016 리우 대회까지 올림픽 5차례, 세계선수권대회 21차례, 유럽선수권대회 12차례 석권했다. 

안타까운 것은 (도핑 스캔들에 따른) 세계육상연맹의 징계에 따라 단 10명만이 육상 종목에 출전한다는 사실이다. 올림픽 출전 기준 기록을 통과한 선수는 이보다 훨씬 많지만, '출전 선수10명'으로 제한돼 고르고 또 골랐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우선 여자 높이뛰기 세계 최강자 마리야 라시츠케네(28)는 출전권을 얻었다. 라시츠케네는 2015년 베이징, 2017년 런던, 2019년 도하 등 세계육상선수권대회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러시아 육상 종목 출전이 금지되는 바람에 라시츠케네의 올림픽은 처음이다. 그녀가 첫 출전의 부담감을 떨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지 관심이다. 

여저 멀리뛰기 다리야 클리시나도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경쟁에 나선다. 그녀는 러시아 육상선수로서는 유일하게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다. 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탓에 러시아 당국의 조직적 도핑조작과는 일체 관련이 없다는 호소가 받아들여진 결과다. 그러나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또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 여자 장대높이뛰기 챔피언 안젤리카 시도로바, 세계선수권에서 메달 4개(금 1개, 은 2개, 동 1개)를 획득한 남자 110m 허들 세르게이 쉬벤코프, 남자 높이뛰기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 미하일 아키멘코 등이 도쿄행을 확정했다. 

남자 경보 엘비라 카사노바, 바실리 미치노프, 남자 10종 경기 일리야 슈쿠레네프, 남자 해머던지기 발레리 프론킨도 도쿄 올림픽에 나선다.

러시아 출전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7세로, 최고령은 승마에 출전하는 이네사 메르쿨로바(56세), 최연소는 여자 기계체조의 빅토리아 리추노바(16세)다. 

러시아 선수들은 도쿄올림픽에서 'RUSSIA'라는 국가명 대신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라는 이름을 달고 경기에 나선다. 시상대에 올라도 러시아 국기를 펼치지 못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더라도 '국가'를 들을 수 없다. 도핑 샘플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WADA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징계조치로 러시아는 2022년 12월까지 주요 국제스포츠대회에 참가하지 못한다. 올림픽에서는 '러시아'라는 국명을 물론, 러시아를 연상시키는 어떠한 상징이나 엠블렘을 사용하지 못한다.

도쿄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은 자국 '국기'의 3색인 빨강-파랑-하양 3색으로 디자인된 유니폼을 입는다.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에도 시상대에서 러시아 국가 대신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들어야 한다.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됐다. 당시 도핑 테스트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내부 폭로로 드러났다. WADA는 즉각 러시아에 대한 징계조치에 들어갔고, 세계육상연맹은 러시아 선수들의 2016년 리오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금지했다.

뒤이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제재로 출전선수들이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라는 '낯설은 이름'으로 뛰어야 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크렘린에서 도쿄올림픽 출정식을 갖고 국가대표 선수들을 격려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 선수들의 권익과 이익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며 "러시아 전체가 여러분들을 응원하겠다"고 격려했다.

러시아 싱크로나이즈드 종목을 상징하는 스베틀라나 로마시나는 "국기와 국가가 없지만 우리와 우리의 팬들, 그리고 전세계 사람들이 우리가 어느 나라를 대표하는 지 알고 있다"며 자긍심을 갖고 경기에 임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