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일의 모스크바) 3년 만에 흥겨운 '한가위 대잔치' 를 연 고려인 동포사회

2022-09-19     바이러시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3년만에 고려인 동포사회를 하나로 묶는 흥겨운 '한가위 대잔치'가 펼쳐졌다.

17, 18일 이틀간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장으로 꼽히는 모스크바 '베덴하'(러시아어로 вднх로 쓰고 베덴하로 읽는다)의 카자흐스탄 전시관과 중앙 분수대옆 광장에서 열린 페스티벌 '추석'(Чусок)은 모스크바 곳곳에 흩어져 사는 많은 고려인 동포들과 시민들을 불러모았다.

고려인 단체 '김병화재단'과 러시아고려인연합회가 매년 한가위를 맞아 모스크바에서 '추석 잔치'를 열어 왔는데, 지난 3년간은 신종 코로나(COVID 19)로 행사 자체를 중단했다. 

모처럼 열린 '한가위 대잔치'답게, 베덴하 중앙 분수대옆 광장에 설치된 야외무대에선 고려인 동포사회가 지켜온 부채춤과 장고춤, 풍악놀이 등 민속 공연들과 태권도 시범 등이 시민들의 눈길을 잡았고, 카자흐스탄 전시관 안에서는 고려인 동포 출신 유명 작가들의 각종 저서들과 미술품들이 선보였다.

특히 전시관 앞에 마련된 '한복 체험장'은 모스크바 젊은이들의 큰 인기를 끌었는데, 화려한 한복 차림으로 커플 기념사진을 찍는 등 한껏 즐거워했다.

또 간단한 한가위 음식 등 K-푸드를 파는 매장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인근의 한국 식품과 악세사리 등을 판매하는 매장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베덴하 전시관 측도 장내 방송을 통해 한국 고유의 '추석 행사'를 안내하는 등 부쩍 신경을 쓰는 느낌이었다. 수십개의 대규모 전시관으로 이뤄진 베덴하는 워낙 크고 넓어(전시장 부지만 240헥타르), 안내 방송을 듣고 찾아오는 시민들도 적지 않은 듯했다. 

러시아 고려인연합회 측은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한가위 대잔치'를 찾아준 데 대해 만족해했다. 그만큼 이번 행사는 예전에 비해 규모도 크고 프로그램도 매우 알찼다. 내부적으로는 카자흐스탄이 정부 차원에서 이번 행사를 적극 지원해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개회식에 참석한 카자흐스탄 외무부 관계자는 아예 한국어로 "추석,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기도 했다.

글:김원일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사진:모스크바 프레스의 알료나 스크보로쪼바 기자 제공


다음은 모스크바 한가위 축제 한마당의 다양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