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급유행 물살타는 보드카 마시기 문화

2011-08-12     이진희
러시아 보드카가 한국에서 이렇게 환영을 받을 줄 몰랐다. 90년대만 해도 보드카 라면, 외국산 술을 양주라고 할 때 양주 취급도 안했었다. 보드카가 얼마나 좋은 술인데...라고 설레발을 쳐도 표정이 떨떠럼했는데..

근데, 우리 청춘남녀들의 술잔을 지배하고 있는 술이 보드카라면 믿을까?

한국일보는 보드카의 유행에 관한 기사를 실었는데, 한마디로 보드카가 최근 몇 년 새 소리소문 없이 대한민국 젊은 술꾼들의 입맛을 점령했다는 것. 청담동이나 가로수길, 이태원 같은 동네의 힙 플레이스에는 보드카와 토닉워터가 기본으로 차려진 테이블이 심심찮게 눈에 띄고, 특급호텔의 바들도 잇따라 보드카 파티를 열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러시아에서 맥주와 섞어 먹던 '보드카 폭탄주'를 떠올리면 안된다.

젊은 층에 널리 퍼진, 술과 음료를 다양하게 섞어 마시는 문화가 만든 보드카 유행이다. 주어지는 대로 마시는 술이 아니라 각자 입맛대로 직접 제조해 먹는 술로 적합하다는 것. 주로 다양한 주스와 탄산음료, 과일 등을 섞어 마시는 게 유행이다. 예전에는 바에 앉아 칵테일 한 잔 주문해 마시는 게 멋져 보였다면, 요즘은 보드카 한 병과 취향에 맞는 과일 주스나 탄산수 등을 주문해 자기만의 술을 만드는 모습이 더욱 트렌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가격이 싼 것도 장점이다. 물 건너온 양주이면서도 위스키나 코냑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가장 인기가 있는 스웨덴산 앱솔루트는 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오리지널이 750㎖ 한 병에 3만2,800원, 프랑스산 그레이 구스가 7만원 안팎이다. 다양한 맛과 향을 첨가한 플레이버드 보드카(flavored vodka)는 조금 더 비싸다.

이 처럼 우리나라서 인기를 끌고 있는 보드카들은 러시아산이 아니다. 앱솔루트는 스웨덴산, 프리미엄급인 그레이 구스와 씨록은 프랑스산, 스미노프와 스카이는 미국산으로 취급된다. 러시아산 보드카는 2009년 수입되기 시작한 스톨리치나야 정도가 인기를 끈다.

보드카는 곡류가 기본 재료이지만 지역에 따라 첨가물이 달라 맛도 제각각이다. 러시아산은 감자가 많이 들어가 좀 더 고소한 맛이 나고, 프랑스산은 포도 100%로 만들어져 달콤한 맛이 배어 있다.

보드카 열풍은 거세다. 2009년 7월에서 2010년 6월 사이 전년 대비 15.4% 성장한 국내 보드카 시장은 그 이듬해는 51.1% 매출액이 급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도 전년 대비 40% 이상 판매가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