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글] 비참한 성매매 여성들의 현실 고발
[퍼온 글] 비참한 성매매 여성들의 현실 고발
  • Greav
  • sysop@buyrussia21.com
  • 승인 2004.09.20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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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심의 한적한 주택가 2층 건물. 20평 남짓한 이곳에는 12명의 성매매피해여성들이 업주의 추적을 피해 숨죽이며 살고 있다. 대구여성회 부설 성매매피해여성 쉼터인 이곳의 정원은 10명이지만 이미 정원을 초과한 여성들이 생활한 지 오래다. 방마다 3~4명이 모여 있어 약간은 비좁아 보이지만 이들에게는 어느 곳보다도 편안하다. 하지만 성매매 업주들에게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함 때문에 낯선 사람이 오자 금방 모습을 감춰 버린다.

이들 여성들은 업주에게 잡혀 이전의 끔찍했던 생활로 되돌아가는 것이 가장 두렵다. "경제적인 이유로 성매매 업소에 발을 들어 놓았다"은 23살 김모씨는 "티켓다방, 유흥주점, 룸살롱을 전전하는 동안 선불금(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유인한 자에게 진 빚)에 묶여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됐다"면서 "처음 몇 백만원에 불과했던 빚이 업소를 한두번 옮기다 보니 금세 몇 천만원으로 불어났고, 그 빚을 갚으라는 핑계로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업주에게 성매매를 강요당했다"고 털어놨다.

여성들이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선불금 문제뿐만이 아니다. 도망치려고 할 때는 업주들의 협박과 폭력이 이어졌고, 설사 업소를 벗어났다고 해도 업주가 폭력배를 동원하거나 절도 등으로 경찰에 고발해 버려 다시 잡히는 것은 시간 문제다. 쉼터에 있는 20대 여성 한 명은 "업주에게 뒷덜미를 잡히는 꿈만 반복해서 꾸고 있다"며 괴로워했다. 또, 성매매에서 벗어나 가정을 꾸렸지만 다시 잡히는 것이 두려워 주민등록을 말소하고 동거만 7년째인 사람도 있다고 한다.

9월 실시되는 성매매방지법, 선불금 문제와 업주 처벌 강화

다음 달 23일부터 시행되는 성매매방지법은 이러한 피해 여성들에게 치명적인 선불금 문제와 업주 처벌이 강화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존의 윤락행위방지법은 알선처벌 규정이 약해 업주들이 벌금으로 쉽게 풀려났고, 피해여성도 업주와 함께 처벌 대상으로 규정됐다. 그러나 지난 3월에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처벌법)'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조 등에 관한 법률(보호법)'로 나눠지면서 처벌과 보호가 예전보다 강화됐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강요, 유인하는 자들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되는 것은 물론, 피해 여성들은 '윤락녀'가 아닌 '성매매피해자'로 규정되고, 선불금 역시 무효가 된다.

그러나 성매매 방지법에는 이들 피해자에 대해 '보호 처분'으로 끝나고 있어 자활을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법조항을 보면 성매매 피해자로 규정된 여성들은 형벌 대신 보호 처분을 받고 사회봉사와 보호관찰, 지원시설에서 하는 교육과 상담 등을 받는 것으로 돼 있다. 그리고 지원시설에서는 직업훈련과 일자리 마련을 위한 교육보다는 선도 중심의 교육이 실시되며 그 지원시설 역시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대구시 여성정책과는 올 7월 현재 대구시 중구의 속칭 '자갈마당'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이 380여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대구여성회는 "지난 2002년에 자체 조사한 결과, 자갈마당을 포함해 유흥주점과 안마시술소 등에서 일하는 성매매여성이 3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으며, 지금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숫자에 비해 여성들이 도움을 청하고,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은 대구에서 대구여성회 부설 쉼터와 수지의 집, 가톨릭여자기술원 세 곳뿐이다. 그나마 수지의 집과 가톨릭여자기술원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일반 여성이 갈 수 있는 곳은 대구여성회 부설 쉼터가 전부다. 이곳은 생긴 지도 6개월밖에 되지 않아, 그 동안 일반 여성들은 긴급피난처도 없이 대부분 방치돼 왔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긴급전화1366의 경우 성매매 여성들의 구조 요청은 한달에 20여건으로 하루에 한 건이 채 안 된다. 그나마 민간이 운영하는 대구여성회 부설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에서는 한달 100건 이상의 전화 상담이 이어지고, 방문 상담도 20~30여건으로 활발하다. 그런데 이렇게 도움을 청해 오는 사람도 3만명으로 추정되는 성매매 피해여성을 생각할 때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피해 여성 도움 줄 쉼터와 전화상담 시스템 갖춰져야

대구여성회 부설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의 신박진영 실장은 "앞으로 한달 뒤 업주 처벌과 여성 보호에 더 힘을 쏟은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그 법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쉼터 보급과 전화상담 시스템이 좀더 체계적으로 갖추어지지 않는 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신 실장은 "법이 강화될수록 업주들은 경찰 권력과 유착하는 등 그 수법이 더 악랄해질 것이 분명하다"며 "궁극적으로는 성매매에 대한 한사람, 한사람의 시각이 변해야겠지만, 당장은 정부가 긴급전화망을 정비하고, 민간단체들을 체계적으로 연계해 피해여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구여성회 부설 쉼터에서는 피해여성 보호와 함께 검정고시나 수능, 미용 등을 통해 재활을 돕고, '동료상담원'제도를 마련해 같은 처지였던 4명의 피해여성들이 이곳에서 전화 상담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갈마당을 대상으로 현장방문상담도 꾸준히 하고 있다. 올해는 피해 여성들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오는 25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첫 현장 방문 활동도 실시하기로 했다.

한편, 대구시 여성정책과는 지난 7월까지 탈성매매 유도를 위한 방문상담과 실태조사 등을 실시했다. 그리고 올해 안으로 성매매 여성들이 꾸준히 이용할 수 있도록 현장 상담소를 개설하기로 했고, 연말까지 건전한 성문화정착을 위한 홍보와 캠페인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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