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의 푸틴 다차 만찬에 대해
노 대통령의 푸틴 다차 만찬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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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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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때 해프닝이 하나 있었다. 이른바 ‘다차’ 사건이다. 청와대에서는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이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노 대통령을 그 다차로 초대해 만찬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정말 그 다차외교는 러시아 땅에 내리자마자 현실화됐다. 기자들이 공항에 내리고 버스에 오르자 언론보도지원팀에서 방금 푸틴 대통령 측에서 연락이 와 노 대통령이 오늘 밤 일부 행사일정을 줄이고 다차로 간다고 알려왔다.

당초에는 이건희, 구본무, 정몽구 회장 등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한 재계 총수를 포함한 기업인들과 저녁을 할 예정이었으나 그만 저녁은 푸틴 대 통령과 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 숙소에서 짐을 푼 기자들은 바로 ‘다차 만찬’이라는 기사를 송고했다. 그러나 그 뒤 사소한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브리핑차 프레스센터를 들른 정우성 외교보좌관이 ‘다차’가 아니라 개인 사택이라고 한 것이다.

정 보좌관은 “그 전에도 기자들이 러시아 방문 때 노 대통령이 다차로 가느니 안가느니 질문이 있었지만 그건 확인해 줄 수 없었다”며 “오늘 간 곳도 다차가 아니라 개인 사택”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은 무슨 청와대에 그리 ‘입’이 많으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곧 해결이 났다. 러시아에서 4년 간 로이터 통신 지국장을 지낸 마틴 레저키 기자가 이번 취재에 동행했는데 그는 “푸틴의 개인 저택도 광의의 다차로 보면 된다”며 “이번 노 대통령 방문을 '다차외교’라고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다차가 뭔가? 러시아에서 ‘다차’가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만약 외국 정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러시아 전통 별장인 ‘다차’로 초대받지 못했다면 ‘왕따’를 당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러시아는 외국 정상을 맞 아 공식 회담을 전후해 정상끼리 격의없는 대화를 위해 외국 정상을 ‘다차’ 로 초대하는 전통이 있다. 옛 소련 시절부터 시작된 이 전통은 역대 공산당 서기장들이 줄곧 지켜왔고, 정상외교에서 자주 활용됐다.

이것 말고도 다차는 러시아인 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 흔히 시골별장으로 번역되는 다차는 단순한 휴식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 곳은 휴식처이자 먹거리를 마련하는 생산지이기도 하고 예술가에게는 영감을 잉태케 하는 창작의 보금자리이며 정치인에게는 결단의 산실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도 다차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많다. 레닌은 혁명 이후 몸이 쇠약해지자 모스크바 남쪽 ‘고르끼-레닌스끼’의 다차 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고 레닌의 뒤를 이은 스탈린도 모스크바 서부 꾼체보에 위치한 전용 다차에 살면서 크레믈린궁을 오가던 중 다차의 한 침실에 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이밖에 모스크바 외곽 남서쪽에 있는 뻬레절끼노라는 유명한 문화예술인 다차 마을이 있는데 여기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20년 이상 살면서 ‘닥터 지바고’를 탈고했다.

우리로 치면 별장과 주말농장을 겸하는 다차는 이렇게 러시아인의 생활 그 자체다.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로 둘러싸인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취가 남아있는 곳, 바로 그곳이 다차다.

21일 공식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된 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다차 만찬에서는 이같은 자유스런 형식 때문인지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도 이 다차 만찬에 감동했던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격의 없는 다차 회동을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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