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축제 5월 전승기념일, 1월의 마슬레니즈드
러시아의 축제 5월 전승기념일, 1월의 마슬레니즈드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10.09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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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온 모델 율라가 경향신문에 늘 한국에서는 살아가는 외국인의 삶에 대해 글을 씁니다. 이번에는 역시 가을의 감흥에 젖은 탓인지 사계절이 있어서 좋은 나라 대한민국!이라고 썼네요.

그 중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10월이 왔습니다. 추운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라 더위에 유독 약한 저에게는 선선한 10월 날씨가 마치 비타민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10월이 좋은 결정적 이유. 바로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축제들입니다. 쌀 축제, 은행나무 축제, 그리고 제일 아름다운 단풍축제. 욕심 같아서는 다 가보고 싶지만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열리기 때문에 다 가보지 못해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서 매년 계획을 잡아 다른 축제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은행나무 축제와 밤 축제를 다녀왔습니다. 노란색 잎으로 온통 단장한 몇백년 된 은행나무들과 붉게 물든 산, 그리고 그림 같은 절들, 정말 무척 아름다워서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어요. 그 때 찍은 사진들을 러시아의 친척, 친구들에게 보냈더니 기회가 되면 꼭 와보고 싶다면서 매년 볼 수 있는 저를 무척 부러워하기도 했어요.

단풍 축제를 보면서 그림 같은 풍경에 흠뻑 빠졌다면, 밤 축제는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밤 줍고, 까서 먹으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집에 돌아올 때 밤을 한아름 싸 와서 주변의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고.

내 손으로 직접 따서 먹은 밤 맛은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올해는 부산에서 열리는 영화축제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볼 생각입니다. 특히 시댁이 있는 해운대에서 열린다고 하니까 집에서 먹고 자면서 경비도 줄일 수 있고, 신선한 해산물도 많이 먹고, 바다구경도 실컷 하고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다조’라고나 해야 할까. 정말 기대됩니다.

러시아는 한국만큼 축제가 많지는 않지만 규모면에서는 큰 축제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5월9일 시작되는 ‘2차대전 전승축제’(Second World War Victory)입니다. 축제 시작일 몇 주 전부터 준비를 합니다.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날 장식할 각종 깃발들을 미리 만듭니다. 그렇게 만든 다양한 깃발들로 거리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음식과 술도 준비해서 가족 친구들끼리 함께 파티도 열고, 전쟁에 참가했던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선물도 합니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는 친척들에게 반드시 안부전화를 하는 게 풍습입니다. 특히 2차 대전을 겪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날 내내 전화 받느라 쉴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1월에 열리는 마슬레니즈드(Maslenizd·일종의 민속축제) 축제도 유명합니다. 이 축제를 보면 러시아인들이 어떻게 즐기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정교의 영향을 받은 크고 작은 교회 축제도 많습니다. 파스하(Pasxa·부활절)라는 축제가 오면 계란에다 색을 칠하고, 예쁜 그림도 그려서 길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합니다. 나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축복을 주는 의미라고 합니다.

러시아 축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갑자기 고향이 그리워지네요. 참, 이번 여름에 보령에서 열렸던 ‘진흙 축제’에도 다녀왔는데, 한국 사람은 물론 외국 사람들도 정말 많았어요.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축제가 외국에 좀더 잘 알려져서 더 많은 외국인들이 찾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운 한국도 알리고 관광수입도 올리고 정말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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