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가 휘청거리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부 맞는 이야기다. 근데 우리나라를 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다. 우리나라가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증시폭락과 환율급등이 나타나는가? 아니다. 그들이 과도하게 한국과 러시아 증시에 자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자기 발들이 불이 떨어지니 막 빠져나가는 것이다. 아이슬란드, 파키스탄,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도 같은 이치다.
러시아도 외국인 자본 비율이 높다.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 자기 자본보다 외국자본에 의해 경제가 활성화됐다면 다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러시아만 예외가 아닌 셈이다.
거기다 유가폭락까지 겹쳤다. 가즈프롬 루코일 등 러시아 대표 기업 주가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부동산과 기업 등에 대한 외국인의 장기 투자도 줄어들었다.
소비심리 위축도 경기침체의 한 요인이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작년의 두 배인 15%에 달했다. 작년 90%나 올랐던 집값은 올해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업체 IRN에 따르면 2009년 말까지 집값은 20%가량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판매도 은행이 자동차 대출을 줄이자 12%나 감소했다. 심지어 맥주 소비에도 영향을 미쳐 8월 맥주 생산이 10%가량 줄었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은? 외채 및 외환보유액 상황을 보면 디폴트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시장의 우려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26일 한국은행 한국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러시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은 현재 단기외채보다 외환보유액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외화를 갚을 돈이 없어 국가부도를 내야 할 처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 외환보유액(8월 현재)이 5816억달러고 단기외채(6월 현재)는 1031억달러로 단기외채/외화보유액이 17.7%였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외환보유액이 단기외채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또 한국투자증권이 블룸버그 등의 자료를 통해 조사한 총외채(장기외채+단기외채)와 외환보유액의 비율(외채/외화보유)을 보면 브라질은 러시아는 총외채 5276억달러, 외환보유액 5686억달러로 외환보유액이 조금 더 많았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러시아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는 9월말 261.49베이시스포인트(bp, 1bp=1/100%포인트)에서 이달 24일 1031.14bp까지 급등했다. 이게 바로 시장의 신뢰도다.
저작권자 © 바이러시아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