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피가 궁지에 몰렸다는데..천만의 말씀??
가다피가 궁지에 몰렸다는데..천만의 말씀??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1.03.03 0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퇴라..우리가 흔히 아는 경구지만, 많은 사람들은 큰 일이 닥치면 이 경구를 잊는다. 서방언론의 보도와 그에 따라가는 한국언론을 보면 리비아 사태는 반정부 세력의 승리로 금세 끝날 듯 보였다. 가다피가 김정일 못지 않는 친구인데, 그렇게 쉽게 라는 생각은 개인적으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야 리비아 사태가 일방적이 아니라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국제사회가 무력개입 운운하는 상태로 치달았다. 미국을 상징하는 국제사회가 무력개입을 거론한다는 것은 그쪽 정황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가다피가 버젓이 미국의 abc방송등을 끌어들여 인터뷰를 할 정도니..

한마디로 반정부 세력은 오합지졸이다. 명령계통도 없고, 제마음대로 움직일뿐이다. 독재자가 제풀이 꺾여 포기하거나, 주변에서 힘을 키우던 자가 강한 압박을 가하면 모르겠으나 가다피처럼 순교하겠다고 나선 독재자에겐 오합지졸같은 반정부세력이 무력으로 훈련받은 독자재 군대에 맞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니 미국은 심경이 복잡하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일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녀는 “리비아가 몇년 내 민주화하지 못하면 오랜 내전을 겪거나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도, “미국 등 국제사회가 리비아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한마디로 가다피를 끌어내리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수도 안할 수도 없다는 고민을 말이다. 아마 미국이 군사개입에 들어가는 순간, 자체적으로 움직이던 민주화 바람이 '미 제국주의 운운' 하는 구호에 묻혀 사그라들고 반미 바람이 크게 일게 분명하다. 가다피는 지금 “서방사회가 리비아 침공을 위해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주장이 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한번 당한 경험이 있다. 그것을 ‘소말리아 학습효과’ 로 부르는데, 미군은 1991년 소말리아 내전이 터지자 이듬해 전쟁에 개입했지만 지방 군벌 간 패권싸움에 끼여 상처만 입고 퇴각했다.

군사작전을 속전속결로 끝낸다면 또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 또한 간단한 일이 아니다. 중동·아프리카 담당인 제임스 매티스 미 중부군 사령관은 상원 군사위원회 증언에서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 구역(NFZ)을 설정하려면 먼저 리비아의 대공 방위 능력을 제거해야 한다. 군사작전을 벌여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다피는 예상보다 강하다고 한다. 훈련받은 군대가 막강한 전력을 뽐내며 버티기 작전에 돌입했다. 시간은 반정부세력 편이 아닌 게 분명해보인다. 게다가 트리폴리 중심의 트리폴리타니아 지역과 서남부의 페잔 지역의 부족들이 여전히 카다피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 정권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언론은 분석했다.

러시아는 어쩌면 내전이 오래가기를 기대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반정부측에 미국 등이 무기를 댄다면, 러시아는 그간의 흐름으로 봐서 리비아 정부측 편이다. 나중에 많은 무기를 팔아먹을 수도 있다.

국제사회의 무력개입에도 반대한다. 러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재 대사 드미트리 로고진은 “외국의 군사력 사용 결정은 전적으로 유엔 안보리의 권한”이라며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나토가 군사적 대응 측면에서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도”라고 강조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라는 게, 제임스 매티스 미 중부군 사령관의 말처럼 대공 방위능력을 무력화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공허하다.

그래서 기껏해야 유엔 주도로 공격이 이뤄진다면? 라는 정도다. 유엔창설뒤 신속하게 무력개입이 이뤄진 것은 한국동란이 거의 유일하다. 유엔결의안 채택 하나도 얼마나 말의 성찬이 오고가야 하는 일인데, 무력공격이라니.. 하나마나 한 이야기나 다름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