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의 작가 나보코프가 평가한 19세기 러시아 대문호들..
롤리타의 작가 나보코프가 평가한 19세기 러시아 대문호들..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2.07.0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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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소설 '롤리타'의 작가로 유명하지만, 다재다능했다. 소설을 쓰고, 나비를 채집하는 곤충학자이고, 러시아 문학을 강의한 교수이고..러시아 출신 문호들이 대개 그렇듯이 나보코프도 러시아 귀족 출신이다. 다른 점은 1940년 미국으로 이주했다는 정도? 물론 나치 망령을 피해서였다. 또 미국에서도 문학을 강의할 정도로 박학다식하고 열정적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작가로서 유명세를 타기 전까지 미국 대학 강단에서 러시아 문학을 강의했다. 이 강의록을 엮은 책이 나왔다.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 (이혜승 옮김/을유문화사/1만8000원)

유명 작가인 나보코프는 러시아 문학의 대융성기 작가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우선 작가들에게 순위를 매겼는데, 톨스토이가 1위, 2위는 고골, 3위 체호프, 4위 투르게네프 순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진부하다며 순위에 넣지 않았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를 19세기 가장 위대한 대문호로 평가하는 우리네와 다른 나보코프의 설명을 보자.

‘인물 묘사’를 예를 들면, 톨스토이는 매 순간마다 몸짓, 표정 하나하나를 포착해 사진처럼 정교하게 그려내는 데 반해 도스토예프스키는 인물의 첫 등장만 언급하고 만다. 대신 도스토예프스키는 심리, 내면적 묘사에 치중했다고 평가한다.

나보코프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에는 날씨가 없고, 풍경이 있다면 도덕적 풍경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래서 예술가적 작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작가로서 나보코프는 소설에서 ‘디테일’을 무엇보다 중요시했다. 소설을 읽는 눈도 평생 나비에게 반해 나비를 쫓아다닌 그의 성향과 닮았다.

반면 톨스토이의 글은 우리의 맥박과 함께 뛴다고 평가한다. 톨스토이의 위대성은 ‘우리의 시간 관념에 딱 들어맞는 시간을 작품에 부여하는 재능’에서 나온다는 것.

고골은 4차원 작가로 정의한다. 평범하지 않아 고골의 작품은 '우주 폭발’에 비견되며 이는 다른 러시아 소설가에게선 찾을 수 없는 재능이라고 봤다. 고골은 또 ‘어휘 발명가’라고 불렀다.

고골과 비견되는 체호프는 정교한 묘사에 서투른, 평상복 차림으로 파티에 간 식의 문체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체호프는 19세기 러시아의 사회적·심리적 풍광을 절묘하게 그려낸 작가로, 19세기 러시아를 가장 많이 알려주는 작가라고 추천한다.

투르게네프에 대해선 “묘사는 뛰어나지만 스토리텔링은 형편없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투르게네프의 최악이 고리키를 통해 완벽히 재현됐고, 투르게네프의 최선이 체호프를 통해 아름답게 승화됐다”고 적었다.

이 책은 이렇게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고골, 체호프 투르게네프 등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를 일군 작가들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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