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비키 전성시대'에 반 푸틴의 소브차크를 해외로 보낸 러 보안당국은..
'실로비키 전성시대'에 반 푸틴의 소브차크를 해외로 보낸 러 보안당국은..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5.03.17 0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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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넴초프(55) 전 부총리의 피살이후 러시아에 '공포정치' 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야권과 서방 언론은 '스탈린 시대에 버금가는' 공포정치 도래를 운운하며 '푸틴 시대의 실로비키(강경파)' 비판에 나섰다.

실제로 넴초프 피살 사건 이후 괴한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반정부 성향의 유명 여성 앵커 크세니야 소브차크가 러시아를 떠났다고 현지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그녀는 보안기관의 권고에 따라 14일 러시아를 떠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권력이 반대파를 처형하던 스탈린 시대와는 많이 다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소브차크는 전날 저녁 모스크바 시내의 한 식당에서 남편과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한동안 러시아를 떠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브착은 식사 자리에 2명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분위기는 스탈린 시대와 마찬가지로 으시시하다.

이와 관련, 반정부 성향 신문 '노바야 가제타'는 최근 주요 야권 인사 살해 목록이 존재하며 이 목록에는 피살된 넴초프 외에 스위스에 망명 중인 전 석유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야권 성향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 보도국장 알렉세이 베네딕토프 등과 함께 소브차크가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어떤 세력이 이들에게 살해 위협을 하고 있으며, '크렘린의 소행'이라는 야권의 주장을 믿는다면, 소브차크를 해외에 피신시킨 보안당국 조치는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스탈린식 통치라고 비판받는 푸틴 대통령의 체제는 러시아 특유의 ‘관리 민주주의’ 혹은 ‘전제 민주주의(Authoritarian Democracy)’라고 할 수 있다. 원론적으로 ‘강한 러시아’를 건설하려면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일정 부분 희생해야 한다는 게 푸틴 대통령의 생각이다.

푸틴의 집무실에는 표트르 대제(1672~1725)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고 한다. 표트르 대제는 러시아 제국의 발판을 다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로 꼽히지만 인권 탄압과 침략 전쟁으로 비판을 받았다.그가 표트르 대제 초상자를 집무실에 걸어놓은 이유는 그래서 자명하다. 이를 위해 푸틴은 소위  ‘실로비키(siloviki)’를 대거 요직에 기용해 왔다. 

실로비키는 푸틴이 몸담았던 KGB 후신인 연방보안국(FSB)을 비롯한 정보기관과 군, 경찰 출신 인사를 말한다. 실로비키는 한마디로 무엇이든지 원하는 바를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푸틴이 권력을 잡은 이후 피살된 언론인과 정적은 지금까지 20명이 넘는다. '힘' 이 있는 사람들이 그 배후에 있다면? ‘몸통’은 밝혀내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굳이 푸틴 대통령이 '그를 죽이라'고 지시하지 않더라도, 아레서 힘있는 자들이 알아서 일을 해준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푸틴 대통령을 둘러싼 실로비키의 면면을 보면 막강한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FSB 국장을 역임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 국방부 장관과 제1부총리를 지낸 고향 친구 세르게이 이바노프 대통령 행정실장,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세친 회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에 KGB를 거쳤고, 에너지 담당 부총리를 지냈다.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FSB에서 중요 직책을 거쳤다는 사실이다.FSB는 현재 러시아 권력기관 가운데 가장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FSB 국장은 장관급이자 현역 육군 대장 신분이며, 자체 특수부대를 운영하고 있고, 법적으로 다른 기관의 감독을 받지 않는 특권도 지닌다. FSB의 예산과 인원 규모는 비밀이지만 정규요원만 50만 명으로 추정된다. FSB는 또 범죄를 저지를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인물을 무조건 소환해 조사할 권한도 있다. 

이들외에도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FSB 국장,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내무부 장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세르게이 나리시킨 하원의장, 드미트리 로고진 군수 및 우주산업 담당 부총리, 빅토르 이바노프 연방마약단속청장 등도 실로비키에 포함된다. 

실로비키의 영향력은 러시아 안보를 위기로 몰아넣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경제위기 국면에 더욱 확장일로다. 러시아 정부가 재정 적자 에상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방예산을 지난해보다 30% 증액했다. 이러한 막대한 국방예산은 군산복합체와 안보기관을 장악한 실로비키의 세력 확장에 큰 도움을 준다.

실로비키의 최대 관심사는 '강대국 러시아'다. 한마디로 미국 등 서방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이들은 옛 소련식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러시아식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로 중무장하고 있다. 실로비키의 대표격인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미국은 러시아의 정권교체를 달성해 궁극적으로 러시아를 분열시키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래서 실로비키에게는 반 푸틴, 친 서방, 친 우크라이나 성향의 넴초프 같은 야권 인사는 제거해야 할 눈엣가시나 마찬가지다. 실로비키에게는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힘은 분명히 있지만, 증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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